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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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악산 귀때기청봉(서북능선) 산행기

mangsan_TM 2009. 6. 8. 21:23

귀때기청봉(1577.6 m) 산행기

 

 

일시 : 2009. 6. 6

날씨 : 산 밑은 맑음, 산중에는 운무와 안개비

함께한 사람 : 분당 산이좋은사람들 25명

산행지도 및 경로

 

 

 

장수대매표소(08:35) --> 대승폭포 --> 대승령(10:10) --> 1408.6봉(11:30)-점심-->귀때기청봉(오후2:20) -

-> 삼거리(3:30) --->한계령매표소(5:30)    순 산행시간 7시간 

 

 

번, 이 곳 설악에 올 때면, 가슴부터 뛴다. 산행 중엔 늘 힘들어서 다시금 오려할까 생각하곤 했었는데

오늘, 어느 새  신발끈을 고쳐 묶고, 배낭을 추스려 등에 메는 나를 장수대탐방지원센터에서 발견한다.

 

함께 산행할 동지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아침 8시 35분, 산 입구에 들어섰다.

 

 

몇 해 전 있었던 수해 때문인지

들어서는 입구부터 계곡길 및

계곡바닥까지 잔돌과 큰 돌들로

말끔히 정비를 했다.

자연이 자연스럽지 못하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 지지만,

어쩌겠는가? 이 멋진 자연이

큰 비와 큰 물로 쓸려 없어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

애써 위안을 삼고 오른다.

 

<장수대 들머리>

 

  

.

 구를 지나 바로  나무로 만든 가파

른 계단이 시작되고 산 밑에서 본 앞 산

에는 윗 부분에 조금 구름이 걸쳐

있어서, 은근히 맑은 날씨를 기대

했건만, 오를수록 안개인지 구름인지

걷히질 않는다

그래도, 대승령 쯤이면 주변을 훤히

조망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걸고

거칠어지는 호흡을 달래면서

한 발, 두 발 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그 기대 혹은 바램으로

삶의 동력을 얻지는 않을까?

 

 

십 분... 오르기 시작해서 한 삼십여

분이 지나자 적당히 땀이 돌고 몸 또한

산에 오르기 적합하게 변환될 즈음

옛 문인화에서 봤음직한 폭포가 마치 하늘을 향해 박차오르는 용처럼, 혹은

하늘에서 뚝 떨어뜨린 비단처럼 암갈색

절벽에 걸쳐, 주변을 장악하고 있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물줄기와 그 앞으로

탁 트인 조망, 거친 호흡을 고르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주변을 살피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다.

 

수려하거나 장엄한 산에 꼭 회자되는 전설이 있듯이 이 곳, 대승폭포에도 전설이 깃들어 있다.

 

 

 <대승폭포>

 

날 옛적에, 대승이란 총각이 살았는데, 지극히 효자였다고 한다.

그 대승이란 총각이 폭포 아래에 있는 약초(혹은 그에 상응하는 어떤 것일 수도 있음)를 채취하고자 폭포

위 쪽에 줄을 묶고, 그 줄을 의지해 아래로 내려 갔댄다. 정신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위 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 급히 올라가 보니, 큰 지네가 줄을 갉아 먹고 있었댄다.

물론, 조금 지나면 줄은 끊어질테고, 당연히 목숨까지 잃겠지만, 효자불사인 전설은 대승을 돌봐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 틀림 없는 이야기 이다.

 

 

승폭포에서 대승령으로 향하는 길은 어느 밀림

의 원시림을 보는 듯 하다.  그 많던 나무계단도

없고, 쭉쭉 뻗은 나무들, 여기 저기 수명을 다해

쓰러지거나 꺾여 있는 나무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같아 그저 으쓱해 진다.

하지만, 막바로 다가오는 급한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부터는 생각도 말도 잃었다.

단지, 앞 선 사람 뒷 선 사람 누구 할 것 없이

훅~ 훅~ 내 쉬고 들이 쉬는데 여념이 없다.

한 40여 분 올랐을까? 드디어 대승령이다.

 

몸에 남아 있는 물기가 없을 것만 같도록, 땀을

흠씬 흘려서 모자며 옷이며 다 젖었다.

하지만, 여전한 음주 탓인지 배를 누르면

여전히 출렁인다.

 

<대승령>

 

 

승령에서 귀때기청봉에 이르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날씨만 좋다면, 좌우로 멀리까지 조망을 할 수 있으련만 여전히 구름인지 안개인지 아니면 비인지

우리의 기대를 떨쳐내고 줄기차게 에워싸고 있다.

 

  

   

 

생이 다 그렇지 뭐__

어찌 나 좋은 것 다 볼 수 있노__

두 팔 두 다리 멀쩡해서 이렇게 여기까지

와서 호연지기도 기르고, 아니, 두 발 두

다리 모두 있어도 이 곳을 본 사람이 과연

몇 이나 될까?

그리보면 나는 행복한 것 아닌가..?

애써 위안을 하지만, 아쉽다.

그래서인지 내 동행에게 괜히 투정 아닌

투정도 하고 가벼운 시비도 걸어보지만,

짙은 운무만큼이나 마음이 개운치 않다.

 

 

 

 

 

 

 

 

나마 위안이라면,

저 멀리 교목 위 쪽에 제법 당당히 피어

있는 수국과 같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가는 길 옆이나 바위 틈에서 청초하고도

화려하게 꽃을 가진 설앵초.

고산이지만 더욱 꼿꼿한 촛대승마(?)

이 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아주 귀한

세 잎 종덩굴 꽃 이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나름 멋진 자태를 뽐내는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설앵초>

 

<촛대승마>

 

 

<세 잎 종덩굴>

 

 

 

 

<함박꽃>

 

 

느 덧 체력은 바닥을 향해 가고, 허벅지 근육에서는 잔 경련이 일기 직전에 귀때기청봉을 오르는

입구 너덜바위지대에 도착했다. 나도 보면 금강산과 같다고 대청 소청에게 우기다기는 급기야

대청에게 귀때기를 맞았단다.

그래서 이름도 귀때기청봉이고

바위도 깨어져 이렇게 너덜거린다고 한다.

허 참__ 맞는 말일까?

맞지 않으면 또 어떨까?

이 모양과 상황에 맞는 이름과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만든 우리 선조들 여유를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인 것을__.

일설에는 대청이 정수리이고 중청 소청이

이마, 그리고 이 귀때기청이 귀 부분이라서

귀때기청봉이라 이름했다고도 한다.

 

암튼, 이 너덜지대에는 아직도 흔들거리는

돌들이 많아서 걷기가 수월치 않다.

발을 잘못디디면 숭숭 뚫린 트랙으로 발이

빠질 수 있고 그랬다가는 크게 다치기 쉽상

이어서 가급적 조심히 올라야 하는 구간이다.

 

때기청에서 삼거리에 이르는 길 역시 대부분 이 너덜지대이다. 이제는 하산을 생각하고 경솔히 내려오거나

음주를 하거나, 주의를 하지 않거나 하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것 같다.

 

장 9시간의 장정이 한계령에서 끝을 맺었다.

 한계령에는 가시거리가 10 여m 정도였고 안개비 자욱하여 한 동안 멍하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우리 일행 중 여섯분(세 쌍의 부부)은 자신이 없다하여 한계령에서 귀때기청까지 원점회귀를 하셨다.

멍한 내게 전해 준 한 잔의 커피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따스함과 진한 동료애 그리고 같이 못한 아쉬움이 그 한 잔의 커피에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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