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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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가을로 들어서는 산, 양구 대암산

mangsan_TM 2009. 10. 13. 17:41

 

 

 

 

 

 양구 대암산 솔봉(1128m) 산행기

 

산행일시 : 2009년10월 11일 양구 대암산..

산행코스  : 생태식물원 -- 삼거리 --- 솔봉---삼거리---후곡약수터  총7km, 4시간

산행지도

 

 

 

명한 아침햇살이 만져질 듯 하고, 속에 그득히 채운 공기는 마치 청량음료와도 같은

아침 9시, 여기 대암산 생태공원에 서 있다. 

아마 봄이나 한 여름에는

화사한 야생화며 희귀 식물들로

다채롭고도 풍성했을 이 곳

생태공원. 지금은 가을을 채색

하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꽤 이름이 나 있는 산에는 그 곳

지자체에서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고자, 조금 가파르다

싶은 곳에는 나무계단을,

흙의 유실이 예상되는 곳에는

자갈길을, 어찌보면 무분별하게 설치를 했던데. 여기에는 자연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른쪽으로 생태공원을 끼고 산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반세기를 살았음에도 첫대면하는 산과는 설렘이 있으니 아직 내게도 감성이 있음에

바지런한 걸음을 옮기면서도 실소를 머금는다.

단풍으로 막 시작하는 나뭇잎들.

아직 아침 기운이 스며있는 숲.

가을이란 형상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마치 가을이란 터널에 첫 진입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숲에 쑥 들어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 있으면 그져 좋다. 복잡한 일상이라든가 고민거리 트러블 등등 모두 잊혀지고 헐떡이는 숨소리에도 무거운 발걸음에도 땀 한번 씻어 내리면 단지 즐겁기만 하다. 둘러보면 물기 머금 단풍들 얼굴 가득 즐거움을 표하는 동료들.. 그 곳에 사소한 일상이 있을 수 없겠지..

이런 산을 날이면 날마다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오르는 곳을

지나면 내리는 곳이 있듯이.. 이 산을 내려서는 순간부터는 다시 일상이 되어야 하겠지.

그게 또한, 인생일터이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큰 딸이 나와 함께 공부를 하고자 한다.

나도 어렵고 저 또한 어려울텐데.. 기특한 생각이 들어 제 녀석 틈나는 대로 혹은, 요청하는

대로.. 시험을 앞둘 때에는 수시로.. 그렇게 공부를 봐주고 있다. 이 좋은 산을 매 번 갈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산행 하나 하나가 내겐 소중하다.

 

 

시간여 오르는 내내 길 옆으로 열병한 떡갈나무와 활엽수 그리고 가끔은 침엽수도 함께

가을을 채색하고 있다.

숨을 깊숙히 들어쉬면 그들과 내가 동화라도 될 것만 같아 괜스레 두 팔 벌리고 마음으로나마 유영을 한다.

가을 맞이 산으로 참 적당하다 싶다. 

 

국내 산 속 늪지로 보호할 가치가 많은 용늪이 이 대암산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솔봉에서 용늪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이어갈 수가 없다.

아쉽지만, 솔봉에 있는 정자에서 멀리 바라볼 밖에는..

 

 

봉에서 주변을 조망하고 서둘러 하산을 한다. 후곡 약수터를 목표로 이제는 하산이란

가벼움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변 단풍잎에 던지면서 사뿐 사뿐 걸음을 놓는다. 

 

 

오래 전, 우리의 쓰라린 기억 6.25 동란 때, 미 비행 조종사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고만고만한

높이로 분지를 두른 이 대암산줄기와 그 맞은편 산줄기가 화채를 담은 그릇 모양으로 보인다

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펀치볼(Punchbowl)이라고도 했다던데. 하산길 내내 고도가

떨어지질 않는다. 완만한 능선길로 어려움 없이 주변 풍광을 즐기면서 산행하기에 적당하

다. 

 

 

선 산행이 둬시간여 쯤 될 즈음, 드디어 후곡약수터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그 곳부터는 일사천리라는 용어가 무샏할 만큼 후곡약수터에 금새 다다른다.

 

약수터라는 간판을 단 구조물 아래에 항아리 두 개가 묻혀있고, 그 항아리에 고이는 물이 바로 약수이다.

물맛은 김 빠진 사이다를 생각케하는 아주 약한 탄산수로 철분이 함유되어 있다. 여기서 물을 대두병에 가듣 받던 분의 말씀을 빌리자면, 이 물로 만든 닭백숙은 가히 환상이라고 한다.

 

 

가 사는 곳, 분당에서 여기까지 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요즘에 열린 경춘고속도로가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시간으로 60년 만에 민간인을 허용한 이 곳에 가을을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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