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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그 눈꽃송이들..

mangsan_TM 2011. 1. 11. 11:21

 

 

눈 덮힌 덕유산(1614m, 전북 무주·장수, 경남 거창·함양 ) 산행기

 

2011년 1월 9일.

분당산이좋은사람들 16명.발벚산악회 23명

덕유산 향적봉 산행지도 및 경로

 

용추사거리-->탐방지원센터--<칠연계곡>-->흥업령--->백암봉--->향적봉--->설천봉--

--<곤들라>--설천하우스.

 

이틀 전에 많은 눈이 내렸다는 보도를 보았는데..역시 눈이 많이 있다. 그것도 추운 날씨(영하8도)

때문인지 도로가 반들거리는 빙판길이다. 원래는 탐방지원센터 바로 앞에서 하차를 하여 산행을

준비 해야 했으나, 도로 형편으로 용추사거리에서 하차를 했다.

 

2km를 걸어 드디어 탐방지원센터에 도달했고, 덕분에 몸 안의 기운이 훈훈하니 추운 날씨에 적응할

것만 같다. 이 아름다운 설경은 나 혼자로는 만족할 수 없었나 보다. 칠연계곡길 그 큰 길에 눈과 사람

들을 꽉채워 세워 놓다시피 한다. 덕분에 훈훈해진 몸 안에는 찬 기운이 쉼 없이 돌고, 등산화에 덕지

덕지 붙은 눈이 얼어서 발등에 냉기를 전한다. 그래도, 여기저기 보이는 설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드디어 흥업령에 올라 섰다. 첫 번재로 맞아준 것은 칼바람.

아직까지 바람을 막아준 산 덕분에 추위를 견디어 냈지만, 잠시 벗은 장갑이 얼어서 다시 끼운 손가락

을 사정없이 얼리려 한다. 부지런히 손가락을 비비고 꼼지락 거려도 온기는 회복될 기미조차 없다.

어쩔 수 없이 장갑 낀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한동안 발을 동동거린다.

 

흥업령에서 중봉에 이르는 길은 고만고만한 능선길로 시야에 거침이 없지만, 눈보라에 찌뿌둥한

날씨로 가시거리가 그리 길지 않다. 단지 어림짐작으로 민주지산이려니 또는 지리산이려니 할 뿐.

그래도 은박지를 구겨 놓은 듯한 설경이 발 아래 펼쳐져 있고, 나뭇가지마다 내려앉아 얼어붙은

눈들..마치 설국에 들어선 느낌이다.

 

 

지상에서 영하 8도였으니 이 능선 위의 날씨는 적어도 영하 18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갔으니 약간은 녹아서 빙판길이 될 수도 있으련마는, 내린 눈 자체가

얼어서 밟을 때마다 서걱거린다. 거푸에 서린 입김이 그대로 얼고, 귀에 내려 입을 막은 방한모까지

얼어서 입주위를 갉아댄다. 털모자는 바람이 넘 들어와서 일찍이 방한모로 바꾸었지만, 그 혹독한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단지, 그 추위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무나 허락하지 않는 이 아름다운

눈의 세상에 내가 선택 받았다는  것일게다. 물론, 여기서 보이는 저 많은 사람들 역시 아래 세상에서

보면 극히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 분명하니까. 

 

 

중봉에서 향적봉을 거쳐 설천봉에 이르는 길 옆 곳곳엔 주목들이 태백산인양 기기묘묘하게 눈을 덮고

서 있다. 여름엔 원추리꽃이 절경을 이룬다 하던데.. 그 때에 다시 한 번 왔으면 소망한다.

 

마음 같아선 걸어 내려가고 싶지만, 나름 운치가 있다 생각되어 곤들라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인지, 곤들라 승차장엔 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움직임이 없는 몸을

이 추위는 가만두지 않는다. 발을 동동 구르고 몸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 보지만,

떨쳐낼 수 없는 강추위이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여기저기 신음소리까지 들린다.

"따스한 방에 있지 내가 왜 이 고생을 할까?"  또는 "다시는 안온다" 라는 한탄과 자책의 소리가

들리지만  그들의 얼굴 표정엔 행복함이 서려있다. 물론, 나 역시 기회가 되면 이 고생을 또 할 것

같다.  여기는 아래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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