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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화천/가평)석룡산과 화악산 __ 그리고 새들도 즐거워 춤을 춘다는 골짜기 본문
2020년 6월 27일(토). 경기제일봉인 화악산에 다녀왔다.
먼 거리에 있는 산인 만큼, 처음으로 밟아 보는 석룡산에도 함께 다녀왔다.
다녀온 길은
삼팔교 - 부채골 - 석룡산 - 삼일봉 - 화악산 북봉 - 화악산 중봉 - 조무락골 - 삼팔교
약 18 km의 거리로 9시간 40분이 소요된 원점회귀였다..
아침 6시 14분. 이곳 조무락골 입구인 삼팔교엔 비가 온다는 예보와는 달리
악간의 안개가 일렁이는 정도이다.
물론, 당연히 예보가 틀릴 것으로 믿고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어 이 시간에 도착을 했지만..
신발끈 조이고 가방을 추스리면서 6시 20분에 조무락골로 들어섰다.
한 20여 분 걸었을까? 첫 번째 산장이 나오고 그 뒷편엔 부채골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었다.
아마도 쥘부채를 손장비 부분을 위로 든 모습에서 골짜기 이름이 부채골일까?
분명한 것은 초입의 삼각주처럼 넓은 계곡이 오를수록 점차로 좁아진다는 것은 사실.
지금이야 비가 오진 않지만.. 얼마 전까지는 분명히 비가 왔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조심히 걷는다고 걸었지만.. 바짓단이 벌써 축축하다.
한 50분 정도 계곡을 오르다 보니 지루함이 묻어날 즈음에
엇? 임도? 아마도 주변이 잣나무 숲인 것을 보니 잣 수확을 위한 도로지 싶다.
이런 길은 정말 하루종일 걷고 싶은데..
암튼, 임도를 따라 가다가 위로 오르는 곳이 보일 때면 올라가 보니
그 길이 모두 석룡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조망이 없으면 좋은 산이 아니라고 하던데..
금상첨화에서 굳이 꽃을 뺀 비단만으로 값어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새소리 풍부하고 싱싱한 생명의 기운이 마구 쏟아지는 이곳이 좋지 않을 수 있을까?
드디어 오늘의 첫 목척지인 석룡산에 도착을 했다.
현재 9시가 다 되어가니 벌써 2시간 40분의 산행이다.
확실히 숲의 기운이 좋은 곳인지 아 정도의 거리와 시간이라면 피곤함이 있어야 할텐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래도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머니, 앉아서 에너지를 보충한다.
토마토 한 개를 먹는 동안의 휴식을 보내고 방림고개로 향한다.
뭐라고 말을 할까? 길이 참 유순하고 평화롭다.
방림고개(쉬밀고개). 예사롭지 않은 지명이지만 유래는 알 수 없고,,
석룡산 정상과는 가까운 거리여서 채 30분도 되지 않아 도착을 했다. 그리고
이정표에는 등산로없음> 으로 되어 있지만..
호기심이 동해 그 방향으로 들어서니 길이 얼마나 뚜렷하던지... ^.^
그리고.. 그곳엔 뭔 비밀의 숲? 혹은 마법의 정원?
잠시 잠깐 햇빛이 일렁이다가는 살랑이는 바람과 함께 밝음도 없어지고.
느닷없이 숲에 짙은 운무를 채워서 몽환의 세계로 이끌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길. 걷기가 너무 좋다!
쉬밀고개부터 한 30분 정도 힐링하면서 숲길을 걸어올라오니
약간의 공터가 나오고, 공터 안쪽 나무에는 이곳이 삼일봉이란 표식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길이 두 갈래네?
방향상, 올라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들어서는 길이 맞을 것 같아 그곳으로 전진.
여전히 길 위에는 내 어깨 높이의 관목들이 빗방울들을 잎 위에 얹어놓고 있어서
그들을 헤치고 갈때마다 윗옷은 물론 바지에도 물을 흠뻑 먹여주곤 하고 있다.
신이 무거워져도 바짓단이 종아리에 감겨들어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왜냐하면..... 여기 등산지도에도 없는 이 길을 제대로 가고는 있는건지.
파하하하!! 찾았다. 여기 화악산 북봉으로 들어서는 시그널.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웃 블로거님들이 언급한 화생방 훈련용 깡통!
이제서야 여유를 찾고 느긋한 마음으로 바위 봉에 올라서니
시야가 열리면서 주위가 모두 조망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님은 오시지 않지만
운무가 이 너른 대지 위에 그득하다.
그리고, 이 높은 곳에 이런 초지와 관목 숲이 존재 하다니...
향기가 너무 좋아 외국인이 자기네 땅으로 몰래 들여가 미스킴라릴락으로 불리우는 정향나무는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그 밖의 알 수 없는 꽃들고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제 다와 간다. 화악산 북봉.
나라를 위한 일이니 군부대가 화악산 상봉을 차지한 것을 뭐라 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좀 더 가고픈 욕망으로 인해 태어난 화악산 북봉.
11시 20분. 드디어 제2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배낭에서 커피와 ㅁㅅ통통 한 개로 점심을 한다.
11시 40분. 중봉을 향해 가야 하지만, 군부대는 지나치지 못하고
아래 사진의 폐막사로부터 상봉 허릿길을 찾아야 될텐데...
저 아래 쪽, 포장도로 위부분을 목표로 여기저기 길을 찾아 돌아댕겨 보았지만.
보이진 않고 적당한 길인 것 같아 따라가다 보니 왠걸.. 길이 없어진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들쑤셔서 결국엔 포장도로와 만났지만.
너무 많이 내려왔다.
현재시간 12시 13분. 무려 30분 이상을 헤멘 것 같다.
맑은 날이면 더 멋지게 보였을 화악산 응봉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올라간다.
그렇게 25분 정도 오르니 중봉으로 들어서는 산길 들머리가 보였다.
화악산! 악자가 분명 바위 악자일텐데.. 지금까지는
너무 좋은 숲길 뿐이어서 갸우뚱거렸지만, 이 가파르고 미끄러운 길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오후 1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화악산 중봉에 올라섰다.
장장 6시간 40분을 투자해서 오른 경기제일봉이다.
오는 동안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유명한 산이어선지
정상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한분이 수고했다면서 인증을 해 주셨다.
얼마나 길 없는 숲을 들쑤셨는지 용의며 복장이 말이 아니다. ㅎㅎ
이제는 내려갈 시간. 우선 애기봉 방향으로 가서.
흔치 않은 너덜길도 걸어보고.
언니통봉 혹은 삼팔교 방향으로 가기 위해 적목리 가림 방향으로...
슬슬 길이 내려갈 준비를 마치고
쉬밀고개부터 삼일봉으로 올랐던 그 능선길을 보여준 다음.
언니통봉으로 갈래? 조무락골로 갈래? 선택을 강요한다.
언니통봉? 이름이 예사롭지 않아서 가고 싶고.. 조무락골? 얼마나 좋아서 새들이 춤까지 출까?
꽤 고민을 하다가 전날까지 비가 많이 와서 계곡이 좋을 듯 해 조무락골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 길 뭐지? 왜 이렇게 급하고 미끄러운겨?.
하도 고도를 급하게 떨어뜨리고 있어 내림길을 오랫만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한 500 m 를 급격히 내려섰으니 좀 완만해 지려나?
생각이 무안하게도 고도를 더 떨어뜨릴게 있었는지 계속 급격한 내림질.
결국은 계곡에 다가서서야 길이 완만해 졌다.
물도 맑고 유난히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 온다.
물소리도 얼마나 청량하던지..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발을 담구었다.
쉬밀고개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 삼팔교까지는 아직도 3.7 km가 남은 거리.
계곡을 넘어섰다 넘어오고.. 이렇게 여러번 계곡을 따라 내려서다가.
복호동폭포에 들려 그 웅장한 물소리를 감상하려 했지만..
이미 피곤끼가 몰려오고 있었다.
새가 춤 출 정도로 즐거움이 그득한 이 골짜기는 사실,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하거나 박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깊게 공감할 수 있는 곳이고
우리 같은 산길족은... 언니통봉쪽의 능선길이 어울릴 것 같다.
3시 43분. 산행 9시간 20분 째. 마지막 농가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조무락골의 길을 따라 내려가서 오후 4시
산행을 마쳤다.
장장 9시간 40분의 산행.
모처럼 장거리이고 장시간의 산행이었지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아마도 충분히 쉬면서 걸은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걷는 내내 숲이 내게 준 생명의 기운 때문은 아닌지...
p.s. 폰이 습기 침투로 인해 밧데리 수명을 다했지만, 충전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비를 사용할 수 없어 집에 가는 것이 큰 걱정.
예전엔 도상훈련 마치면 어디든 겁없이 다닐 수 있었는데..
그래도, 옛 기억 때문인지.. 서울방향 표지판을 활용해서 큰 어려움 없이 귀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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