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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달마봉 __ 토왕성폭포를 보고 난 뒤에 찾아 든 곳. 본문
2020년 7월 26일(일). 설악산으로 가서 토왕성폭포를 구경하고 달마봉에 다녀왔다.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하고 토왕성폭포전망대를 다녀온 다음
신흥사 -- 달마봉 -- 켄싱턴호텔로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장마철이라서 연일 굵직한 빗줄기가 계속 이어지는 날들이다. 덩달아 날씨예보에 민감하기만 하다.
그런데 오늘 설악산으로 향하는 산악회MTR의 버스를 기다리는 아침 6시 40분.
복정역 버스환승장에서 보이는 하늘은 맑고 파랗기만 해서 기분이 좋다!
얼마만에 가 보는 설악인가?
더군다나 설악산으로 향하는 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기대감을 한층 높여만 주고 있다.
그렇지만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한 지금. 8시 55분.
습기를 잔뜩 머금은 날씨가 영 미덥지가 않다. 그래도 권금성에 걸친 저 구름처럼 떠돌다 옅어지길....
사실, 오늘의 목적지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란다. 왜냐하면
큰 비가 내린 관계로 토왕성폭포전망대까지만 개방이 된다고 하니까.. 그래서
은연 중, 오늘의 목적지는 화채봉으로 정해진 것 같았고.. 그 들머리인 비룡폭포 쪽으로 가고 있다.
어디를 가든 지금은 중요치 않다. 발 밑으로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살을 보고 있으니
왠지 최면의 세계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6개의 포트홀이 있다는 육담폭포.
하지만, 세찬 물줄기. 게다가 많은 수량으로 그 포트홀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옥담폭포를 지나, 여기서 보니 절벽에 매달린 계단이 과연 안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오를 때는 그 생각마저 망각되는 이유는 뭘까?
또, 흔들지 말아달란 당부의 글이 있던데, 나는 왜 발끝으로 살짝살짝 리듬을 실어 보내고 있을까?
이런 심리는...? 나만 그런걸까?
다 건너고 나니 불현듯 무안한 감정이 든다. 그래서 뒤돌아 내려다 보니
오호!! 이것도 장관일쎄! 가벼운 웃음과 함께 다시 힘찬 발걸음.
조기 바위 봉우리 두 개가 솟은 곳 뒤로 토왕폭포가 있는 토왕골.
그쪽으로 가려면 요 앞 다리 왼편으로 슬쩍 올라서야 한다고 하던데..
다리 오른쪽, 비룡폭포지킴터 안에는 공무 중이신 누군가의 모습이 언뜻 비치는 것도 같고.
푸흐흐흐 ... 비룡폭포 앞에 한 분. 이 위대한 자연이 손상될까 혹은
일반인의 안전에 위협은 없을까 열심히 공무중이시다.
에혀~~ 그렇다면 우선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토왕성폭포의 힘자랑을 지켜봐야 예의겠지?
아니 그런데 계단길은 왜이리길고 가파른겨?
노약자는 조심하란 문구가 있던데..
너무 힘이 들어서 도중에 몇 번을 쉬다가 오른 것을 고백해야 해야 하겠지?
가쁜 숨 몰아 쉬면서 그래도 계단 끝에 올라섰다. 와~~~우!!
평상시 실 몇 가닥 늘어뜨려 놓은 모습이더니.. 장관이다.
그 멋짐을 뭘로 설명할까? 에잇!! 비만 아니라면...
이젠 제법 굵직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화채봉은 안될 것 같고..
배낭에 레인커버를 씌우고 우선 하산을 서두른다.
뭐지? 누구 놀리는 건가? 소공원으로 내려서니 비가 없다.
지금 시간 11시. 여기까지 왔다가 뒤돌아 가려니 그져 억울하기만 하다.
그래서 울산바위라도 다녀오기로 하고 신흥사일주문을 넘어 갔다.
신흥사를 지나 안양암도 지나서 계조암 흔들바위까지
거침없이 진격하려 했건만 안양암 앞쪽에 있는 다리입구에는
'집중호우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출입을 금한다는 현수막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별 수 있나? 뒤돌을 밖에.. 그래도 짜증지수는 높아만 지는데..
돌맹이를 뒤집어 쓴 자잘한 흙기둥들이 내게 위안을 주어 평상심을 갖게 했다.
다시 보는 신흥사. 눈이 덮혀있어도 녹음이 에워싸고 있어도..
상서럽고도 멋진 기운이 감도는 곳만 같아서 지날 때마다 경건해 진다.
그러다가 신흥사 앞에 있는 극락교를 건너 마주한 산자락 왼편으로 슬며시 스며들었다.
이 산자락을 올라서면 분명히 달마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을 거란 확신을
세우고 11시 40분.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인적이 거의 없어서 열심히 먹이활동 중인 거미에게 실례를 하거나.
어느새 비가 개었지만, 빗물이 여전히 흘러내리는 바위 위를 올라서기도 했지만
세상에.. 지금 밟고 가는 곳도 길이었다. 그것도 흔적이 뚜렷한 길.
그렇게 50분 정도를 혹시라도 엉뚱한 길은 아닐지, 약간의 불안을 동력으로
열심히 올라가서 능선에 도착을 한다. 그제서야 보이는 주변들
흰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은 좋은데.. 이왕이면 허리에 걸린 구름을 보고 싶었건만...
그래도 넓게 펼쳐진 속초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보통은 목우재에서 달마봉을 거쳐 이곳을 지나 흔들바위 쪽으로 내려오던데
엉겹결이고 즉흥적인 산행이라서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걷게 됐다.
하지만, 벌써 12시 30분. 허기가 배를 채우고 있어서
신흥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맛나게 가진다.
오후 1시 10분. 다시 출발!
뒤돌아 보니 구름이 점차로 내려오는 모양이다.
또 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
비가 올까봐 불안한 마음이 있어서 행동에 서두름이 생기니
나이 든 바위들이라서 잘 떨어지고 그래서 출입통제가 된 산이라는 둥.
보이기엔 없을 것만 같은 바위봉우리라도 다 길이 있다는 둥.
함께 산행을 할 때면 늘 많은 조언을 해 주시는 한 산우님의 말씀도
걍 흘려버리면서 허둥대기 일쑤다.
하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이라고 특별한 존재일 수가 없지.
비구름이 조용히 다가와 지금 있는 봉우리를 감싸기 시작한다.
다행히 이 산을 수호하는 수호신께 기도를 드린 탓인지 아직까지는 빗방울이 없지만...
손을 휘저으면 물기가 손에 묻을 것만 같은 환경이다.
어느 새 코 앞에 달마봉이 와 있었지만 그 멋진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걍 달마봉 전설에 대한 애기나 귀담아 들을 밖에..
이제 마지막 오름.
오후 2시 5분. 달마봉에 올랐다. .
원래는 이 바위 너머로 더 올라야 하지만 몹시 위험해서 정상의식은
이 무언가를 깊숙히 사색하는 것만 같은 바위와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이란다.
이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목우재는 너무 멀리 있고.. 켄싱턴호텔 쪽로 내려가기로 한다.
트랭글 지도에는 달마봉이라 쓰여진 곳이 두 군데나 있다.
그 중 하나가 정상이고, 그리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곳인데.. 여기에서 한 30분 정도 알바를 했다.
급한 마음과 자욱한 운무가 진행할 길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
사실, 이 근처가 목우재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 결국엔 다시 뒤돌아와서
가던 방향 달마봉 오른쪽 바위 사면을 타고 오르고.
마치 큰 애벌레인 양 하는 바위 밑쪽을 살펴보니
밝은 날에는 쉽게 보였을 바윗길이 보였다.
그 뒤로도 약간의 미로가 있긴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다.
소나무와 마사토가 있는 길이 마치 점봉산에서 오색으로 내리는 길과 흡사한 분위기.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내려 섰더니. 곧 주차장.
큰 길로 들어서서 내려온 길을 바라보니 그 속과는 달리
유순하고도 평온한 모습이다.
어제 점심무렵까지 '설악산날씨는 비가 없음'으로 분명히 기억하건만
현재까지도 빗방울이 있는 날씨. 덕분에 계획을 세울 수 없었던 오늘의 산행.
그 무계획한 산행에서 횡재한 기분이 드는 것을 보니 오늘도 역시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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