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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문경 둔덕산 __ 다만 비는 내리지 않게 하소서. 본문
2020년 8월 2일(일). 문경에 있는 둔덕산에 다녀왔다.
대야산 자연휴양림을 시작으로
풍혈지대 - 둔덕산 - 957봉 - 손녀마귀통시바위 - 마귀할미통시바위 - 월영대 - 용추폭포로
내려와서 대야산주차장을 끝으로 산행을 마쳤다.
호우경보가 발령된 날. 분당의 아침에도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중에
이에 굴하지 않고 문경의 둔덕산을 간다는 산악회 솔향기의 버스에 탑승을 했다.
휴양림에 도착을 하고, 갖은 채비를 한 다음 9시 정각 즈음에 첫 발을 디딘다.
습도가 무척 높아서 몇 번을 휘저으면 물기가 맺힐 것 같다.
어느 정도 휴양림 길을 걸어 올라가니 둔덕산으로 들어서는 들머리가 나왔다.
길 위에는 지금까지 내린 빗물들이 다투어 내려오고 있어서
제법 많은 양의 물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둔덕산까지 1.1 km라는 이정표. 그렇다면 산 등성이까지는 500 m 정도일 듯 한데..
물줄기는 여전히 거세고.. 왜 이렇게 힘이 부치는 거지?
그럴 수 밖에, 가파른 정도가 몹시 심했다.
얼마나 힘이들면 어제 과음을 해서 오르기 몹시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산대장에게 이렇게 쉽게 추월 당할까. ㅠㅠ 이왕지사! 푹 쉬고 가야지.
조금은 쉰 효과를 얻어서 산 등성이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둔덕산 까지는 왼쪽으로 500 m 정도 갔다가 여기로 되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가파르게 오른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지 둔덕산으로 가는 길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오~~ 둔덕산. 오늘 처음으로 발을 디뎌본다.
정상석 뒷편으로 멋진 조망이 나온다고 하던데..오늘은
뿌연 운무 속에 부유하는 힌구름만 보일 뿐.
그래도 이정도 만으로도 좋다! 아직까지 빗방울이 없는 것만으로도 좋다!!
다시 배낭을 둔 갈림길에 도착을 하고 곧바로
957봉으로 향한다.
957봉은 뚜렷한 특징이 없는 그런 봉우리. 대신 그 옆의 헬기장이라도 뭔가를 담당했으면 좋겠구만
여느 산길과 다름이 없으니... 대신 길 양 옆으로 푸른 풀과 큰 키의 나무들이 있어서 걷기가 즐거웠다.
마귀할멈통시바위는 또 다른 봉우리. 그래서 한동안 내리막길.
영 무릎이 미덥지 못해서 내리는 도중에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마귀할멈통시바위와 눈맞춤하면서 쉬어준다.
왼쪽으로 조항산이 가까이 보이지만 하늘이 온통 시커멓다.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는데 왼쪽으로 범상치 않은 바위가 있다.
여기를 이미 다녀가신 블로그 이웃님들이 남긴 그림과 똑 같으니
이 녀석이 바로 손녀마귀통시바위구나?
통시라 함은 뒷간의 경상도 방언이라 하던데.. 그 손녀마귀는 요기서 일을 봤나보다.
암튼, 둔덕산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여기선 쭈욱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더 오르니.. 이건 뭔 동물같기도 하고
주변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다.
마귀할멈통시바위를 배경으로 인증 한 장 남기고
주변을 즐기기 시작했다. 다행히 비님은 아직은 올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부디, 비는 내리지 않게 하옵소서
뒤돌아 지나온 길을 살펴보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조항산과 청화산에서 이어지는 시루봉.
희왕산과 구왕봉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마귀할멈통시바위를 쳐다보고는
길을 나섰지만, 바위사면은 미끄럽고
바위 아래쪽 비탈길은 또 얼마나 위험하던지..
혹은 깊숙히 내려갔다가
줄에 의지해서 오르는 곳도 있어 숨이 가슴 그득 뻐근해진다.
호흡을 조절할 목적으로 뒤돌아 지나온 길을 눈으로 그려보니
와우~~ 요기 경치도 대단하다.
마귀할멈통시바위. 마귀할멈의 뒷간은 여기에 있으니 그렇다면
집은 대야산 인근에 있는 건가?
통시바위 위에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어서 이웃봉우리로 갔다.
그렇지! 여기가 조망 맛집이구나.
이젠 삼각 봉우리 둔덕산도 멀리 보이지만 그간 지나온 길이 한 눈에 보여 뿌듯함이 그득찬다.
조항산은 몇 걸음만 걸으면 갈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멀리 속리산자락도 비치긴 하는데.. 단지 조금만 더 맑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구왕봉과 희양산 뒤쪽으로 펼쳐진 백두대간능선이 구름과 어우러져 있다.
이제는 하산길. 가다가 만나는 바위들이 다채롭다. 하늘을 보는 오리너구리?
크기가 어마무시한 바위. 언뜻 글로브 한 짝 올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통시바위암릉길이 이젠 끝인 것 같다. 육산의 그것과 같은 길이 나오더니
곧 갈림길이 나온다. 욕심 같아선 밀치를 거쳐 대야산까지 가고 싶지만
그렇게 천천히 다녔음에도 뻣뻣해진 내 왼무릎이 욕심을 거두게 한다. 그래서
가던길 오른쪽 월영대 방향으로 내려선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인지 곳곳이 원시자연을 방불케 했다.
문제는, 작은 내를 건너가고 건너오고를 수시로 하면서 길이 이어져 가는데..
어느새 그 개울들이 점차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
오 마이 갓!!! 이합집산을 마친 개울이 급기야는 큰 계곡을 이루었고
길은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수와 같이 가고 있으니
비가 조금이라도 계속 내리고 있었다면.. 오~~ 생각조차 두렵다.
상황이 이럴 때,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애쓸필요가 없지. 그러다가 오히려
큰 위험을 자초할 수 있으니까. 배낭을 내려놓고 아쿠아슈즈로 갈아신는다.
그리고 세찬 물살이 있는 곳을 피해 즐기듯이 내를 건너니 그 또한 즐겁기만 하다.
그 원시 자연과 같은 계곡을 벗어나 드디어 밀재로부터 이어진 큰 계곡과 만나고
잔잔한 계곡물에 휘영청 달그림자를 비춘다는 월영대에 도착을 했지만, 세찬 물살이 월영대와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는 두마리 용이 살다가 승천을 해서 바위 표면엔 용 비늘이 새겨져 있고
살던 곳은 하트모양으로 바위가 움푹 파여졌다는 용추폭포마저도 세찬 물에 모두 지워져 있었다.
그렇다고 거친 물줄기가 모든 것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호호탕탕 세찬 물줄기가 이루는 포말은 이곳을 찾은 어느 가족에겐 즐거움으로 남겨지는 것 같았다.
평지라서 좀 더 빠르게 걷고 싶지만, 아무래도 왼무릎을 달래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상가를 지나고 대형버스주차장으로 넘어가는 언덕에 올라 뒤돌아 보고는
아침부터 올랐던 길을 눈으로 쫒아보면서 오늘의 산행을 정리한다.
비를 맞을 각오를 하고 올랐던 둔덕산.
비가 계속 내렸다면 아마도 내려올 때 큰 위험이 있었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어느 곳으로 내려오든 세찬물줄기를 가진 계곡과 만나야 했으니까.
그래서 산행 중에 비가 내린다면 고감하게 내려와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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