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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남덕유산 : 황점마을에서 오르기 _ 22년 첫 산행. 본문
2022년 1월 2일(일). 새해 첫 산행으로 남덕유산에 다녀왔다.
다녀온 길은
황점마을 - 삿갓재 - 삿갓봉 - 월성재 - 남덕유산 - 월성재 - 황점마을로
약 12 km의 거리, 7시간 10분 정도의 원점회귀 환종주였다.
새해 첫날 남녘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새핸 처음부터 많은 눈을 밟고 오자는 생각으로
새벽부터 복정으로 와서 남녘의 남덕유산에 가는 산악회MTR의 버스에 올랐다.
대전까지 오는 동안 적게나마 눈이 계속 내렸었는데... 그 이후로는 눈이 없었고
산 들머리 동네인 황점마을엔 눈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멀리까지 왔으니 아직 밟아보지 못한
삿갓봉을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암튼, 지난 주에 비해 춥지 않은 날씨.
한 800 m 정도? 마을 길을 걸어 삿갓재로 오르는 산길로 들어섰다.
지난 주, 북설악 성인대에 오를 때의 기온은 영하 21도 정도. 그에 비해 오늘의 날씨는
따듯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영하 2도 정도는 될 듯. 계곡의 얼음이 단단해 보인다.
황점마을에서 삿갓재까지는 꾸준한 오름을 유지하는 길, 어느새 등 뒤로는 땀으로 축축해 질 정도.
하지만, 아이젠이 없어도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길. 산 위쪽엔 쌓인눈이 있겠지 하는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서 앞만 보고 오르다 만난 삿갓샘. 분풀이 하듯 물 한바가지 그득 담아 벌컥거리며 마시고는
그 에너지를 활용해서 가파른 마지막 나무계단을 힘차게 올라가서
삿갓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아까부터 무슨 기계음이 요란스럽게 들리더니만... 그것은
대피소에서 설치한 바람개비가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주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엄청 거셌기 때문. 당연히 추위는 덤으로 따라오고...
벌써 배고픈 시간. c19 때문에 대피소가 모두 폐쇄된 줄 알았는데 아랫쪽 취사하는 곳은
개방이 되어 있어서 따스한 점심을 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식사를 마치고
삿갓봉을 향해 출발. 그런데... 와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오르는 동안 볼 수 없어 기대도 하지 못했던 상고대와 눈꽃들이...
깊은 설국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마도 무주 쪽에서 오는 바람이 이리 한 듯.
하하하 눈산행을 기대하고 왔으나 전혀 눈이 없어 실망했던 마음들이
어느새 기쁨과 행복함으로 바뀌어 가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가 미끄러져 넘어져도 웃음이 지어지는 풍경이다.
앗? 그러고 보니 아직 아이젠을 장착하지 안했네? ㅋㅋㅋ 아이젠을 장착하고
이 설국에 녹아들어 가다보니, 이 덕유산 주능선에서 아직 미답이었던
삿갓봉 정상석이 짜잔 하듯 눈 앞에 나타났다. 한참을 그것과 정을 나눈 후,
월성재로 가는 길. 와우~~ 이 풍경에서 말해 뭐할까?
시쳇말로 닥감? ㅋㅋㅋ 닥치고 감상하기!
바쁘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않다. 보이는 그대로를 즐기면 그뿐.
게다가 선물 같은 햇빛이 종종히 나타나더니
어느 조망이 트이는 곳에 이르러서는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비추어 주는데...
단지 입이 쩌억 벌어지는 풍경을 보여준다. 오우~ 원더플!!
한참을 감상하다 가야할 방향을 보니 월성재가 바로 밑.
가벼운 발걸음으로 월성재에 도착을 했다. 남덕유산에서 영각사로 넘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남덕유산에 갔다가 이곳으로 되돌아 와 황점마을로 갈 예정이다.
재 혹은 치. 산 아랫쪽에서 보면 가장 낮은 곳이지만 위 쪽에서 보면 가장 낮은 곳이 또한 그 곳.
그래서 월성재에서 남덕유산까지는 한참을 올라야 한다.
하지만, 햇빛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부터 펼쳐지는 눈꽃들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즐기는 마음으로 오르다 보니 눈 앞으론 남덕유산이 보이고 잠시 휴식 삼아
뒤돌아 보면 햇빛에 반짝이는 상고대와 눈꽃들... 게다가
하늘은 점차로 파랗게 변해가고 있으니 정말 복 받은 느낌이다.
욕심으론 조망 명소인 서봉에도 한걸음에 다녀올 것 같은데...
흘깃 상고대 너머로 보이는 서봉을 보고 시간을 보니 벌써 3시가 넘은 시간.
겨울엔 해가 일찍 떨어지니 다녀오기엔 무리일 것 같아서 망설임 끝에
남덕유산으로 직접 올라 간다. 대신 작으나마 얻은 시간의 여유.
설국의 풍경을 좀 더 세심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오름질에 잠 시 숨을 고르며 바라 본 풍경. 이렇게 멋지미
이 순간을 영원히 박제해 놓고 잠시 남은
오름질 끝에 오후 3시 26분.
남덕유산 정상석 앞에 섰다. 예전에는 덕유산 줄기를 한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눈 덮힌 덕유산 주능선을 기대했지만 오늘은 반쪽 상고대 능선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련의 서봉을 지긋히 보다가 오랫만에 왔으니
정상석과의 친분을 다져 놓고는
월성재로 향했다.
빛을 마주할 때와는 또다른 풍경. 오호! 이러니 인상파의 그림들이 탄생했겠지?
암튼, 눈썰매가 생각나는 내림길로 내려와 월성재에 다시 도착. 이곳에서 황점마을로 향했다.
남덕유산 정상에서 보았듯이 황점마을로 내리는 길엔 상고대는 전혀 없고 바람도 없다.
한동안 산죽길로 이어지다 너덜길도 나오고...
그리고 울창한 낙엽송 군락지도 나오는 길. 그래도 가을의 노란 낙엽송 잎을 생각하거나
왼쪽으로 계속 따라오는 계곡을 보니, 가을 혹은 여름에도 걷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황점마을 큰 길에 도착해 있었다.
참 재미있었던 오늘의 산행. 아니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기대가 실망으로 그리고
그 실망이 다시 환호로 바뀌었던 산행. 삶도 이와 마찬가지 아닐까? 꿋꿋히 하던 일 하다 보면 실망도 환희도...
육십령 부터 서봉, 남덕유산을 이어 설천봉까지 이어지는 주능선. 그곳을 쭈욱 이었다는 것이 오늘의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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