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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명성산(feat.궁예능선) _ 올 첫 눈산행을 하다. 본문
2021년 12월 19일(일). 포천과 철원에 걸쳐있는 명성산에 다녀왔다.
다녀온 길은
상동주차장 - 억새밭 - 팔각정 - 삼각봉 - 명성산 - 궁예봉 - 신안고개로
약 11 km의 거리를 7시간 2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아침 일찍 이매역으로 향하는 길. 전 날 내린 눈이 꽤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음~ 복정역으로 가서 산악회MTR의 차를 타고 명성산으로 가야 하는데... 눈길이라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포천시의 발빠른 제설작업 덕에 무사히 산정호수 옆에 있는 상동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확 다가오는 아주 차가운 기온. 단단히 추위를 대비하고 8시 5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상가골목을 지나쳐서 계속 이어지는 길. 첫 눈이야 이미 봤지만, 이 정도 쌓인 눈은 오늘이 처음이라서
발걸음이 무척 경쾌해 진다. 더욱이 흰 눈 위에는 사람의 발자욱도 몇 안되고 ^^
그래서일까? 어째 등룡폭포가 금새 나타난 느낌? ㅋㅋㅋ
지난 번엔 이곳까지 오는 것도 꽤 힘이 들었었는데 ... 암튼, 추위 때문에 폭포의 제 모습이 가리워져 있다.
그래서 폭포 감상은 잠시. 다시 길에 올라
부지런히 억새밭으로 향한다. 억새꽃 위에 소담스러운 눈을 상상하니 걸음도 빨리하게 되고...
10시 10분. 드디어 억새밭에 도착을 했다.
상상했던 소담스러운 눈을 이고 있는 억새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왠지 정취가 있는 억새밭.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찾아 마치 아이처럼 발자욱도 남겨 보면서 나름 충분히 즐기고 나서
궁예가 이곳에서 목 놓아 울다가 갈증을 해소 했을 궁예샘을 거쳐 팔각정을 향해 올랐다.
팔각정. 포천에서 세운 정상비가 있지만... 왠지 제 자리가 아닌 듯 해서 모습은 생략.
주변이 모두 넓게 보이는 고원길을 좀 더 일찍 보고프니 싹씩 거리더라도 주 능선을 향해 출발.
푸하하하~~ 그래 이 모습. 높은 능선에 올라 선 다음에 펼쳐지는 이 모습. 산정호수의 모습이 보이고
가던 길 왼편 앞쪽으로 보이는 저 너른 철원평야. 그리고 그 뒷쪽 어딘가는 분명 금학산과 고대산이 있을 테고.
오던 길을 뒤돌아 보면 또다른 산그리메가 마치 수묵화처럼 펼쳐져 보인다. 그리고 그 왼편으로
펼쳐지는 한북정맥. 광덕산에서 국망봉을 거쳐 강씨봉까지.
날씨가 좋아 그 뒷편의 화악산도 아주 가까이 보였지만,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아쉽다.
원경도 멋지지만, 발 아래로 혹은 눈 앞쪽 가까운 곳에서 보이는 눈꽃들도 너무 멋지고
작년 가을엔 여기까지 모는 동안 물을 벌써 한 병을 다 마실 정도로 지쳐있었건만, 지금은 가뿐하다.
그래도 배는 고프다. ㅋㅋ 시간을 보니 벌써 12시가 가까워 온다.
급할 것 없으니 바람이 없고 햇볕 따사로운 곳에 자리를 펴고 식탁보를 펼쳤다.
점심을 느긋하게 즐겼으니 또다시 가볼까나? ^^
와우~~ 여기를 걸을 때마다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는 구간.
가야할 삼각봉, 명성산 그리고 궁예봉의 궁예능선까지 모두 펼쳐 보이는 이곳. 게다가
오른쪽으로 펼쳐진 각흘산있는 산군들의 모습. 땡볕이 있는 여름철이라도 걸을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그렇지만 딱 한군데 아쉬움이 있는 곳이라면 암봉을 오르지 못한다는 것.
위험천만의 바위가 있는 암봉은 우회해서 가지만 그 마저도 위험해 아이젠을 장착하고 지나야 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철원 보다는 포천이 더 힘이 있었는 지. 이 곳 삼각봉을 명성산이라 했지만 지금은
진실이 가려질 수 없는 세상이니 저 앞의 봉우리가 제 이름을 찾을 수밖에...
삼각봉에서 내려와 포천을 지나 철원 땅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각흘산과 연계하는 산길도 좋다고 하던대 아직 미답이다.
암튼, 명성산은 삼각봉과는 아주 가까이 있어 안부삼거리로 잠시 내려섰다가 한바탕 올라서면
정상석과 금새 마주할 수 있다. 이제 오후 1시이지만, 벌써 산행은 4시간 째.
아마도 나이탓인지는 몰라도, 100 명산을 도전하는 젊은 부부가 너무도 멋져 보여서
사진으로 담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수락한 멋진 두 산우님 고맙습니다.
정상 인증을 간단히 마치고, 이미 충분한 산행이었다는 몇몇 분은 신안고개로 내려가고
일부는 이 눈이 내리고는 첫 발자국을 내면서 궁예봉으로 향한다.
이곳에서도 신안고개로 내려설 수 있는 안부삼거리를 지나
몇 번의 가볍지 않은 오르내림을 마치고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궁예의 침전으로 올랐다.
자신이 세운 나라를 잃고 절치부심하면서 잠을 잤다는 이곳.
아주 미세하나마 그 느낌의 편린이 만져지는 듯 했다.
사실 산길은 궁예의 침전을 감싸고 돈다. 그것도 어마무시한 암벽이 있는... 어렵게
올라섰다가 또 가파르게 내려서는 그런 작은 봉우리를 몇 개를 넘고서야
궁예봉과 마주한다. 그 마지막 길도 쉽지 않은 암벽 오름길. 하지만
2시 8분. 마침내 멀리 산정호수가 멋지게 조망되는 오늘의 마지막 목표지인 궁예봉에 올라선다.
작년 가을에 이은 두 번째 궁예봉 인증. 이번엔 강포3교 쪽으로 넘어가팠지만 먼저
하산 한 산우님들을 생각해서 왔던 길을 되짚어
아찔한 암벽 얼음길을 내려서고
여기에선 궁예의 기상 만큼이나 크고 단단한 궁예의 침전 바위와 만나 그 옆의
낭떨어지 길을 한 껏 힘을 들여 내려선다. 에효~~ 끝이 아니다. 또다시
바위 벽을 조심스럽게 기어올라가고 서야 간신히
안도의 숨을 내 쉬면 지나온 곳을 볼 수 있었다. ㅎㅎ 여기서 보기엔 그저 조그만 봉우리지만
그 오르내림이 거칠고 폭이 심해 가히 작은 용아능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벌써 오후3시. 아까 지났던 갈림길로 뒤돌아와 신안고개로 향했다.
조그만 물줄기 조차 두터운 고드름으로 만드는 아주 차가운 날씨. 그리고
아주 가파른 돌길이 궁예봉과 명성산으로 갈리는 갈림길을 지나 한동안 이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계곡길. 작년 단풍철에는 그리 홀려 계곡에 나를 주저앉혔던 단풍나무들이
아직도 고운 자태의 잎을 달고 있어 그 화려하고도 멋스러웠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확 열리면서 흰 바위들로 치장한 궁예봉이 나타났다.
즉, 이제 곧 산자락을 벗어난다는 뜻.
오후 4시 10분을 앞둔 시간. 신안고개에 도착을 했다. 주차장까지 3km 넘게
찻길을 따라 더 걸어야 했지만... ㅋㅋ 먼저 하산하신 분들이 차를 가지고 오신댄다.
ㅋㅋㅋ 난 왜 산행한 즐거움 보다 이 즐거움이 더 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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