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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관악산 승천거북바위능선 _ 인생 1막을 마치면서... 본문
2021년 12월 14일(화). 관악산 승천거북바위능선이란 곳을 처음 밟아 보고 왔다.
사당역6번 출구에 있는 남현예술공원에서 시작하여
관음사삼거리 - 효민공 묘역 - 선유천국기봉 - 서울둘레길(일부) - 승천거북바위능선
- 제2헬기장 - 관음사국기봉 - 관음사로 내려와 산행을 마쳤다.
2021년이 끝나가게 됨에 따라 30년을 넘게 다니던 나의 직장생활도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동안 써보지 못했던 장기 연가 중. 그다지 큰 충격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확실한 예측이 없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생긴다. 이럴 땐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지... 늘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번엔 어쩐지 여러 사람들 속에 묻혀보고 싶었다. 그래서 평일 근교산행을 하는 산악회와
사당역 6번출구에 있는 남현예술정원에서 합류하고 11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건물 숲을 이리저리 돌다가 산자락으로 접어드는 오늘의 리더의 뒤꽁무니를 열심히 좇다보니
느닷없이 나타나는 관음사 갈림길. 이곳에서 막바로 관음사 국기봉으로 치고 오르곤 했었는데
이번엔 오른쪽 숲길로 빠져서
효민공 묘역에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와우~~ 함께 산행할 산우님들이 무척 많아 보인다.
평일임에도... 암튼, 비대면 시국인 만큼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나누고
서울둘레길을 따라 한참을 걷는다.
안온한 평지길이 점점 고도를 높이더니 점차로 바위 위를 지나고
급기야는 저 밑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숨까지 거칠게 밖으로 내동댕이 쳐질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쳤다.
그러더니 보상하듯 내보이는 이 멋진 뷰! 관음사국기봉과 서울시내가 멋드러지게 보이는 뷰였다.
그 잠깐의 뷰를 에너지 삼아 다시 한 고비 오르막을 가볍게 올라서니
눈 앞으로 펼쳐진 와이드스크린. 관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길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펄럭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맑은 하늘과 어우러진 멋진 태극기!
아하! 지나긴 많이 지나쳤지만 선유천 국기봉이란 걸 오늘 처음으로 각인해 본다.
벌써 점심을 가질 시간. 국기봉 바로 옆에 있는 제1헬기장 밑에 있는 양지에서-------
멀리 청계산을 바라보며 쌀국수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그래!
산다는 것이 뭐 특별할까? 이렇게 오를데가 있으면 오르고 배 고플때 먹으면 되는거지.
승천거북바위. ^^ 거창한 이름 만큼이나 궁금증이 있는 이 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낙성대공원으로
아주 급박하게 내려서야 했다. 아까 전에 올랐던 선유천국기봉이 까마득하게 보일 정도로
그리고 다시 만난 둘레길을 상당히 걷다가
가파르게 치고 오르다가 너무 힘들다 싶으면
잠시 쉬고. 그 쉼의 에너지로 또다시 오르다가
시야가 트이는 곳이 있을 땐, 그걸 보는 핑계로 잠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래서 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가파른 오름 끝에 만난 멋진 조망바위. 아무 생각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오우 이 바위는 뭔가 이름이 있을 것 같은 위엄인 걸?
그랬다. 여기가 승천거북바위란 것을 지난 후에 알게 됐으니.. 그 형상을 찾지 못할 밖에...
암튼, 다시 오름질 끝에 제2헬기장에 올라섰다.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저 곳을 거쳐 과천역으로 내려갈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많은 땀냄새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내게 있어 저어되는 맘이 커서 걍 하산하는 걸로...
워낙 하산길도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서 걷는 즐거움을 준다.
물론, 뒤돌아 보이는 사당능선의 전경에 가슴 벅참을 가져보기도 하고...
승천거북바위는 못 봤으니 요기 이 작은 거북이는 봐 주고
요 앞 관음사국기봉을 향해 힘차게 출발은 했지만, 그곳을 오르진 않고 봉우리 오른쪽
관음사로 내려서는 옛길을 찾아 내려간다.
급하고 낙엽과 마사토로 인해 미끄러지는 내림길. 얼마나 힘을 줬는 지
멀리 보이는 우면산과 남태령 고개를 자주 자주 봐야만 했다.
하지만, 뭐든 끝은 있는 법. 결국 관음사하곤 언덕을 사이에 둔 잣나무 숲에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내려오다 보니 '유아숲가는길'이란팻말이 있던데... 이 잣나무 숲을 이름인가?
이제 숲을 막 벗어나는 지점? 에어건과 화장실이 있는 이곳에서 등산앺을 오프하고는
먼지도 털고 옷도 덧 입으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했다.
사당역까지는 꽤 긴거리. 산행할 때 잊을 수 있었던 미래이야기가 슬그머니 다시 들어선다.
그래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는데, 그냥 빈둥거리며 나 좋은 것만 하면서 지내도 될 일.
우선은 따듯한 봄날에 여기 저기 여행이나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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