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소백산 _ 6월은 꽃도 좋고 초원도 좋구나. 본문

등산

소백산 _ 6월은 꽃도 좋고 초원도 좋구나.

mangsan_TM 2025. 6. 5. 10:17

 

 

 

 

2025년 6월 2일(월). 소백산에 다녀왔다.

어의곡리 새밭유원지 주차장에 차를 두고

소백산 등산지도

 

 

 

 

을전 -늦은맥이재 - 상월봉 - 국망봉 - 비로봉(소백산) - 어의곡탐방지원센터로 원점회귀 했다.

 

 

 

 

늦은맥이재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비로봉을 1km 앞둔 부분에 가서야 멈춘 흐린 날씨였다. 그래도 큰 나무들과 고원의 초지가 있어서 불쾌하진 않았다. 미투리 식구들과 함께 했다.

 

 

 

 

새밭유원지 부근의 주차장.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 공간이 마뜩지 않아 맨 위쪽에 간신히 차를 대고 을전탐방로 입구로 출발한 시간이 9시 20분경.

독일붓꽃

 

 

 

잠시 마을길을 걸어 올라가 을전탐방로 입구에 도착하고... 힘차게 탐방로에 들어섰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길로 내려오기만 했지 오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종종 천동 혹은 어의곡에서 비로봉으로 직접 오르고 나서 늦은맥이재를 거쳐 이곳으로 내려오곤 했었는데... 지친 끝이어 선가? 지루하고 길고 힘들었던 이 길에 대한 기억. 그런데... 그 인상과는 

 

 

 

 

사뭇 다르다. 보지 못했던 데크 다리도 있고... 길도 보다 더 다져진 것 같기도 하고...  더욱이

 

 

 

 

키 큰 나무들이 빼곡한데도 길 주변으로 푸른 풀들이 풍성해서 걷는 내내 기분을 좋게 했다.

 

 

 

 

요즘 한창인 꽃들도 풍성하게 피어 있어 기분이 더 업 되어 가고 있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종종 나오는 너덜길 정도? 바닥이 울퉁 불퉁해서

고광나무꽃

 

 

 

 

걸음이 안정적이지 않아 발목에 상당한 무리가 오고 있지만 울창한 숲이 주는 피톤치드가 그 피로감을 금세 치워주고 있다.

 

 

 

 

늦은맥이재로 오르는 마지막 된비알길. 오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계단도 있으니... 역설적으로 이 길을 오랜만에 다시 걷는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11시 44분. 늦은맥이재에 도착했다. 을전탐방로에서 대략 1시간 10분 정도의 거리인 것 같다.

늦은맥이재

 

 

 

 

늦은맥이재의 6월에 보는 첫 풍경인가...? 우선 이 높은 곳에 펼쳐진 초지가 무척 인상적이다.

 

 

 

 

잠시 고개에서 숨을 고르고 난 다음에 상월봉으로 향하는데... 알록달록한 표피를 가진 물푸레나무 군락들과 그 밑으로 펼쳐진 초지의 풍경에서 우선

 

 

 

 

입이 절로 벌어진다. 초지가 주는 이런 편안함이라니... 마치 꿈길만 같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런 큰 나무들 밑에서도 이런 풍성한 삶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우리 인간들이 꼭 배워야 할 상생의 삶이 아닐까? 그리고 그 초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도 건강한 삶을 볼 수 있다.

미나리냉이 군락

 

 

 

 

화려한 꽃을 피운 큰앵초.

 

 

 

 

수명을 다해 쓰러져 있음에도 다른 생명들의 안식처가 된 거목과 또 그 쓰러진 나무에서도 풍성한 삶을 가져가는 식생들이 내게는 경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상월봉 밑을 지나면서 오늘 꼭 보고자 했던... 보고 싶어 했던... 화사한 철쭉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냉해로 인해 올 철쭉꽃은 흉년이라 하던데... 이렇게 꽃이 보이고 있으니...

 

 

 

 

그런데... 가끔씩 떨어졌던 빗방울이 점차로 잦아지더니...

 

 

 

 

자신들의 화려한 자태를 뿜내고 있는 철쭉꽃이 있는 곳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졌다. 급기야는 비옷을 입을 정도로 내렸다. 

 

 

 

 

암튼, 상월봉 주먹바위 가까운 곳에는 철쭉들이 밭을 이루고 있는데... 그 농염하고 화사한 꽃들에게 발이 묶여 발걸음을 쉽게 떼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아직도 까마득하고... 비는 강약을 조절하며 여전히 내리고 있지만 다시 걸어야 할 시간. 꽃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니

 

 

 

 

에너지 게이지가 바닥에 가까운 느낌이 왔다. 시간을 보니 벌써 1시 6분! 조금이나마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들어가 점심을 가졌다.  

 

 

 

 

점심으로 채워진 에너지에 반비례해서 빗방울이 잦아들고 있어서 빠르게 국망봉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망봉에 가까워질수록... 상월봉과 멀어질수록 멋진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서 자주 되돌아봐야만 했다.

국망봉을 가다가 본 상월봉의 모습.

 

 

 

 

그동안 들리지 않던 많은 산우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저 위가 국망봉 정상인 듯.

 

 

 

 

그 추측대로... 그곳이 국망봉이었는데... 음~~  해마다 오는 곳이 이곳인데... 뭔가 달라진 듯...? 뭘까...? 혹시, 정상석이 바뀐 것인가?

 

 

 

 

한 5분여 정도 국망봉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2시, 비로봉으로 향했다.

국망봉에서 본 비로봉의 모습

 

 

 

 

이제부터는 소백산 주능선길. 살짝 아래로 내려섰다가

 

 

 

 

초암사 갈림길로 올라섰다. 자동차로 혼자 소백산으로 올 때, 자주 걸었던 초암사길. 

초암사 삼거리

 

 

 

 

간편히 걷고 싶을 땐 여기 국망봉만 다녀가고 좀 길게 걷고 싶을 때, 비로봉을 거쳐 달밭골로 걸어가 원점회귀를 하곤 했었는데... 초암사가 있는 골짜기는 무심하기만 하다.

삼거리에서 본 초암사로 가는 석륜암골.

 

 

 

 

아주 옛날이란 말을 쓸 정도의 오래전엔 여기 비로봉으로 가는 능선이 거의 붉은 철쭉꽃으로 터널을 이루었었는데... 요즘엔 그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초원길을 걷는 것만 같아 

 

 

 

 

걷는 내내 마음이 평안해졌다. 덕분에 길 옆에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할미꽃(좌)과 자주 벌개덩굴꽃

 

 

 

 

걷다 보니 어느새 비가 잦아들었다. 비옷이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가벼워진 몸만큼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걸었다

 

 

 

 

갑자기 하늘이 열리고... 비로봉이 가깝게 보여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면서 쉼을 가졌다.

비로봉(왼쪽 봉우리)

 

 

 

 

국망봉이 이제 저 멀리로 보인다. 평소 이곳을 걸을 때엔 그래도 힘이 드는 곳이었는데... 오늘은 그다지 힘든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저 푸르른 녹색이 주는 힘이겠지?

비로봉 쪽에서 본 국망봉

 

 

 

 

잠시 가진 쉼의 에너지로 다시 힘차게 발걸음을 뗐다.

연령초와 자주벌개덩굴

 

 

 

 

조금만 더 걸으면 비로봉 능선길일 것 같은데... 가는 길 옆에 멋진 바위가 있어서 

 

 

 

 

그 바위 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까지 걸어온 국망봉에서 여기까지 멋지게 이어진 능선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리다가 바위 위에서 내려와 

 

 

 

 

곧바로 어의곡삼거리로 올라섰다. 여기서 비로봉으로 갔다가 뒤돌아와 어의곡리로 내려갈 예정이다.

어의곡삼거리가 있는 능선

 

 

 

 

소백산에 오면 늘 반하는 비로봉으로 향하는 능선길.

 

 

 

 

그냥 걷기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길이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왼쪽 봉우리 사면으로 아름다운 철쭉꽃들이 수를 놓았겠지만...

 

 

 

 

괜찮다! 이 푸르른 풀밭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다. 그 벅찬 감정이 마음을 조급하게 하여 갑자기 뜀박질하듯 정상으로 올라가

 

 

 

 

정상석에 몸을 대고는 그 벅찬 감정을 정상석과 함께 나눴다. 

 

 

 

 

오후 3시 30분. 저 멀리 연화봉 능선을 보고... 그 건너편에 있는 도솔봉능선도 보면서 정상에서의 맛을 즐기고는

관측소가 있는 연화봉.

 

 

 

 

다시 어의곡삼거리로 뒤돌아가 어의곡리로 향했다.

 

 

 

 

대부분 오르기만 했던 이 길. 내려가는 것은 처음인 이 길. 그런데... 

 

 

 

 

원시적이고 거칠기만 한 길로 기억되는 이 길이 이렇게 잘 정비가 되어 있었다고...?

 

 

 

 

이런 길이었다면, 늘 힘들게 올랐던 길이란 기억이 없을 텐데...? 암튼, 좋은 길이라서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려가는데...

 

 

 

 

아뿔싸!!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 너덜길에 미끄럽기까지... ㅜㅜ. 어쩌다 보이는 함박꽃을 감상하면서 무릎에 이는 불길을 진정시키고

함박꽃

 

 

 

 

끝까지 너덜을 고집하는 거친 길을 통과해서 마침내 어의곡탐방지원센터를 지났다.

 

 

 

 

6시경에 마을로 들어서고 곧바로 차에 올라 도담삼봉에 있는 음식점에 도착해서 맛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했다.

도담삼봉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