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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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산에 대한 갈망. 지리산 천왕봉

mangsan_TM 2007. 12. 28. 15:29

 

지리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래서 산에 자주 오르는 사람들이 늘 갈망하는 산. 다 오른 후에도 벅찬 감동이 이는 산. 힘들고 고된 여정일지라도 크고 넓은 어머니의 품만 같아서 평안과 안온함을 주는 산.

 

크고 높지만 어느 산처럼 위협적이거나 위압적이지 않다. 천왕봉에 다가갈수록 뿌듯함과 자신감을 준다. 

발 밑부터 저 멀리까지 꿈틀대며 이어진 산마루에는 상서러운 기운이 깃든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이렇게 경외감이 들지 않을까?

 

 

지리산 천왕봉 산행일지(2007. 12. 23 날씨 화창 보통 겨울날씨)

  

등산지도 및 산행경로

 

2007. 12. 22(토) 밤 12시 출발 23(일) 아침 4시 백무동 주차장 도착

들머리            50분            40분      30분          40분      일행합류 및 식사 2시간 

매표소(05:00)---→하동바위---→참샘---→소지봉---→장터목산장(07:40)---→

 

 20분          40분              100분    일행합류 및 휴식 1시간    50분

---→제석봉---→천왕봉(11:00)---→로타리대피소--------------→중산리(오후 2:30)

 

총거리 13km 연장 3km, 순 산행시간 6시간 10분

 

아침 4시 버스에 내려서 하늘을 보았다. 예보와는 다르게 하늘엔 별이 총총히 떠 있다. 캄캄한 밤임에도 맑은 하늘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식당(아침3시부터 문을 연다)에서 식사 및 산행준비를 하고 5시에 힘있게 첫 발을 내디뎠다.

 

매표소---→ 하동바위

주위가 어두워 랜턴 불빛에 의지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겨울치고는 춥지 않아서 눈도 없고, 광대한 산자락이어선지 가파르지도 않다.

원래 이 곳은 곳곳에 영기가 서려있어 100명 이상의 무속인들이 자신에 알맞은 장소를 찾아서 그만의 무력을 키웠다고 한다. 백무동이란 지명이 생긴 유래이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것이라고는 선명히 보이는 밤 하늘의 별들 뿐이다.

 

하동바위--→참샘--→소지봉

하동바위를 지나면서 점차로 길이 가파르게 변한다. 10여분 정도 오르자 기온도 떨어지고, 잔설과 얼음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다.

본격적인 산행으로 열기가 돌고 온 몸에 땀이 돋아날 즈음에 참샘이 나온다.

장터목까지 아니 천왕봉을 넘을 때까지는 물을 보충할 데가 없으므로, 이 곳에서 충분히 물을 확보해야 한다.

아주 충동적으로 물 한바가지를 받아 벌컥 들이켰다. 달큼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여타 다른 물과 사뭇 다른 듯 하다. 아마도, 지리산이 주는 느낌 때문일게다.

 

 <참샘 -- 누군지 친절하게도 컵과 물바가지를 놓아 두었다>

 

길은 여전히 가파르다. 길엔 본격적으로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다.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듯 싶다.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오르고 싶다. 좀 미끄러웠지만 느낌이 이끄는대로 그냥 올라야겠다.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여느 산의 헬기장 크기의 공터가 나온다. 이 후의 길은 이 곳을 기점으로 가파른 정도가 많이 완화된다. 그래서, 이 곳을 소지봉이라

부르는 것 같다. 봉우리라 부르기엔 좀 무리인 듯 싶다.

 

소지봉--→장터목

소지봉에서 조금 오르니 왠만한 사물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아온다.

현재 시간 아침 7시. 장터목까지 2.2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 일출 시간은 대략 7시30여분? 잘하면 장터목에서 촛대봉 마루를 따라서 펼쳐지는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산을 아무리 많이 다녀도 기상조건이 맞지 않는 관계로 일출을 보기는 매우 힘들다. 오늘 같이 맑은 날, 환상의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냅다 뛰다 걷다를 한다.

에효~~ 뻔이 보이는 장터목 산장..내 바쁜 마음과는 달리 좀처럼 다가오질 않는다. 주위 경관은 보지도 않고 오로지 길만 주시하면서..뛰었다. 쿵... 미끄러져 넘어졌다.

에효~~ 에휴~~ 장터목 산장과 주변에 빛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아직 5분은 더 가야할 거리..

 

 <장터목 산장의 여명>

 

장터목--→천왕봉

장터목 산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예전엔 이 곳에서 장이 열려 장터목이라 불렸다는데. 정말 예서 제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의 표정은 산 밑에서 볼 수 없는 환하고 너그러우며 기쁜 표정들이 대부분이다. 간혹 부모와 동행한 어린이들이 찡그리며 칭얼대지만, 보기 싫지 않은 모습이다. 그 아이는 알까? 앞으로의 삶에 지금의 고난(?)이 큰 재산이 되리란걸...

산장 취사장에는 열기가 가득하다. 버너에 피어 있는 불에서, 그것으로 취사하는 사람의 열정에서 온 실내가 후끈 달아 올랐다. 비집고 들어선 내게서도 열정의 기운이 그들과 함께 하겠지..?

 

 

<장터목에서 본 촛대봉> 

 

제석봉에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르다.

이 곳이 지리산에서 유명한 고사목지대이다. 원인 모를 불로 인해 자생하던 구상나무가 불에 타서 뼈대만 남아있다. 그래도, 그 나무 군락이 멋스러워 사진과 그림으로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몇 그루 남아 있지 않다.

 

 <예전의 고사목지대, 맨 윗사진은 현재의 고사목지대> --토곡촌장님의 사진을 빌려 옴>

 

 제석봉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길은 평탄하여 큰 어려움이 없다. 좌우로 탁 트여서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

하지만, 바람이 있는 날엔 거센 바람으로 조망하기 쉽지 않다. 천왕봉을 오르기 바로 직전에 문 형태를 띤 바위가 있는데 이 곳이 통천문이다.

 

<제석봉에서 천왕봉까지의 경치>

 

<바람의 의지>

 

 

<통천문> 

 

  

 

천왕봉--→로타리 산장

 

 <천왕봉>

 

<정상석> 

 

 

 <천왕봉 풍경 둘>

 

천왕봉 정상은 거센 바람에 몹시 춥다. 하지만, 중산리 방향으로 조금 내려오면 바람이 봉우리에 차단되고 햇살이 좋아 몹시 따듯하다.

 

중산리 방향의 하산길은 급경사의 너덜 돌길을 10여분간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워낙의 급경사라서 관절과 무릎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히 내려와야 한다.

좀 숨을 고를 정도 쯤에서 남강댐 물의 발원지라는 천왕샘이 나온다. 큰 바위 아래부분 평탄한 곳에 움푹 파인 곳이 있는데, 그 곳이 천왕샘이란다. 여름엔 시원한 물을 공급하지만, 겨울엔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천왕샘>

 

이 하산길은 설악 대청봉에서 오색리로 내려오는 길과 흡사하여, 돌과 자갈로 이루어진 급경사 길의 연속이다. 내려오기 급급하다보니 법계사를 구경할 엄두도 나질 않는다.

사찰로도 유명하지만, 예전 빨지산의 지휘본부로 더 유명한 절이 법계사이다. 우리 민족의 애환이 켜켜히 쌓여있을텐데.. 설핏 훑어보면서 지나친다.

 

로타리 산장은 천왕봉을 오르는 이에게나 내려오는 이에게나 거리 상, 시간 상으로 한 소금 쉬어야겠다 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자연학습관으로 가는 길과 칼바위 쪽으로 가는 길의 갈림점이자 반대로 합류점이기도 하여 사람들이 몹시 붐볐다.

 

 <로타리산장 풍경>

 

로타리 산장--→중산리 매표소

역시 산장에서 매표소(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다)까지 이르는 길도 급경사이다.

조금 지루하다 싶게, 하지만, 급경사라서 조심스럽게 내려오다보니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없는 망바위나 빨지산 첨병 초소였던 칼바위 등도 감상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길은 계곡을 만나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면서 끝이난다.

비취빛 소에 담긴 물이 지친 발을 담그라 유혹하여 왠만해선 뿌리치지 못할 것만 같다.

 

<망바위>

 

 <칼바위>

 

 <급경사로가 끝나는 부분에 있는 계곡물>

 

 

중산리 매표소--→주차장

내리막길 끝에 철판에 원형 구멍이 질서있게 뚫려있는 출렁다리를 건너 20여분 비교적 평탄길을 걷다보니 중산리 매표소가 나온다.

그 곳에서 소형주차장까지는 100m 정도로 포장된 길이다. 하지만, 장소가 좁아서 대형차량은 이 곳에 주차할 수 없다. 따라서, 버스를 이용한 사람은 또다시 3km 정도의 포장길을 더 걸어 내려가야만 한다.

 

자연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주지만, 사실 그의 최대 적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의 탐욕과 편리에 의해 훼손되고 뒤틀려지고 단절되곤 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상기후나 산사태 등등 자연재해는 그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임에 틀림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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