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태백산에서 송년을, 북한산에서 새해를 맞이하다. 본문

등산

태백산에서 송년을, 북한산에서 새해를 맞이하다.

mangsan_TM 2008. 1. 2. 18:12

 

사실, 한 해가 가고 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에서 보자면 그 어디에다가 가치를 부여해도 의미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에는 영원이란 있을 수 없고, 반드시 그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을 향해 나아가기까지의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함과 기대감, 또는 지나온 길이와 지나갈 길이를
재보거나 예측을 하면서, 우리 인간들은 시간의 큰 틀에다가 규칙성을 찾아서 측정을 위한 단초를
박아 넣었다.
그 측정에 따라서 한 해, 두 해를 세어 보기도 하고 그 구간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다가올 마디를
채우려 노력할 수 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맞이한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실로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로 지난 해 12월 25일에는 태백산을 찾았고 새 해 1일 아침에
북한산에 올라서 새해맞이 해돋이를 맞았다. 
 
 
북한산
 
오백년 조선의 역사와 더불어 우리 근 현대사의 숨결이 있는 서울을 지키며 살펴 본 영산인
만큼 새해맞이 장소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다들 같은 생각일테니 체감 영하15도의 기온이라해도 붐빌 것은 뻔한 이치이고, 그래서 아침 4시부터
비교적 사람이 덜 붐빌것 같은 만경대에서의 일출을 보기로 하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북한산 만경대 등산지도 및 산행경로


산성매표소 →개연폭포→약수암터→위문→백운대(원점회귀)

 
역시나 그 시간에 부지런한 사람도 많았고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산에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 가파른 돌길과 계단을 100여분 올라 위문에 도착했지만,
만경대로 오르는 것은 위험하다 하여 의경(?)이 길을 막아 백운대 방향의 위문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부터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해돋이를 볼 수 있다.
입김마저 얼어붙는 날씨에 발은 점점 감각이 없어질 정도이다.
그 추위를 오직 한가지 일념, 새해의 해를 처음부터 맞이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래, 이 각오면 무엇인들 하지 못할까?
오를 때의 고난은 성취감으로 극복이 되지만, 오른 후 악천후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실로
큰 고통이다. 우리 인생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을 내려올 때 그 홀가분한 마음처럼 삶의 마무리도 한 점 주저하지 않고 홀가분히 떠날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화려하던 우이동 부근의 야경이 묻혀지면서 드디어 해가 솟는다.
 

 

 

 


솟는 저 해를 바라보며 나름으로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고 삶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도 해 본다.

옆 젊은 친구의 "올해는 여자친구를 사귀게 해 주세요"라는 큰 소리를 파안대소로 맞으며 그렇게
2008년을 맞이 했다.
 
 
 
태백산
 
제단을 세운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부족국가시대부터 이 곳 태백산 천제단에서 천제를 지냈다
고 전해지는 것을 보면 그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일제시대까
지 이곳에서 천제를 지내고 그 의식이 아직도 이어져 매년 개천절에 하늘에 제사를 지냄으로써 국가
의 태평과 안정, 번영을 기원하는 동제의 장소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 곳 만큼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장소는 없을 듯 하다. 
높고 큰 산이지만, 부드럽게 펼쳐진 능선길이 그다지 험하지 않아서,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산행하기에
좋다. 흰 눈에 어울러진 주목들, 사방이 훤이 트인 천제단에서의 조망, 모두가 사색거리이다.
 

<삶은 고뇌이지만 극복과 성취감으로 버무린 행복으로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태백산 등산지도 및 산행경로

 

유일사주차장→(우측 능선길)→유일사 쉼터→장군봉→천제단→망경사→반재→백단사매표소

 

유일사 쉼터부터 장군봉에 이르는 길은 조금 가파르다.

하지만, 숨을 돌리고자 하는 곳엔 어김없이 주목이 눈에 띈다.
살아천년 죽어천년이라는 주목, 그 기이한 생김새와 질긴 생명력이 경외롭다.
 

 

 

 

 

 

<여러 모양의 주목들>

 

 


<천제단에서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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