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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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국, 소백산

mangsan_TM 2008. 1. 16. 01:30

 

 

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떠오른다.

긴 터널을 지나면서 펼쳐진 순백의 세상, 설국.

비몽 사몽의 순간들은 버스가 죽령에 멈추고 나서야 끝이났다. 무거운 몸과 더불어 내려앉는 눈꺼풀을

치 뜨고, 습관적으로 배낭을 메고 버스에서 내려섰다.

아직도 선잠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무방비 상태인 내 사고 때문? 

고갯바람이라서 몹시 매웠지만, 춥지도 않았다. 이미 정신은 주위의 하얀 세계에 홀려 있었기 때문이다.

 

소백산 산행일지 2008.1.13  흐린 날시 영하7도

 

소백산 등산지도 및 산행코스

 

  죽령---→연화봉---→비로봉---→국망봉---→어의곡리 (시간과 거리는 위 지도 참조)

 

죽령 --→연화봉 구간

연화봉에 천문 관측소가 있어선지 죽령에서 연화봉까지는 길이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도로 위에는 흰 눈으로 뒤덮여 있고, 관계자 외엔 차량을 통제하여 차도의 느낌이 없다.

길 양 옆으로 늘어선 나무들과 그 나무들 위 혹은 주변에서 연출된 흰 눈의세계는 환상 속의

동화나라인 것만 같아서 자꾸만 걸음걸이를 불규칙적이게 한다.

제2 연화봉까지는 약간의 오르막으로 되어 있지만, 그 후부터 연화봉까지는 비교적 평이한 능선길이다.

 

 

 <죽령에서 연화봉에 이르는 길>

 

 

연화봉 --→비로봉 구간

연화봉에는 아주 큰 소백산 안내 입간판이 있고, 국립공원이어선지 화장실까지 있다.

진행방향과 같은 길로 크게 난 길은 희방사로 하산하는 길이고, 왼쪽으로 작은 규모의 길이 나 있는데

그 곳이 사실상의 산길이 된다. 왜냐하면, 이 곳부터는 차도가 아닌 등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길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아진다.

와우.. 햐~~ 세상에.. 등등 감탄을 계속하다가는 말을 잊고 주변을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어진다.

이 곳은 완전히 눈으로 된 터널지대라 할 수 있다. 눈을 빼곤 이 지역을 상상할 수 없게끔

사람들의 사고를 순식간에 휘어 잡는 마력이 있는 곳이다. 

 

<연화봉에서 제1연화봉으로 가는 길>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막바지 길은 나무계단으로 경사가 급하다.

하지만, 힘이 들 때마다 아래로 펼쳐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어서, 힘든 줄 모르고 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과연 이 좋은 곳, 아니 눈으로 채색된 이 곳의 그림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여기 저기 보이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이 사람들 뿐이지 않을까?

누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려올 산을 무엇 때문에 힘들여 오를까?"

너는 무척 복 받은 사람이 틀림이 없다. 이 곳에서 이러한 경치를 볼 수 있으니... 

 

 

 

<설경>

 

제1연화봉에서부터 비로봉, 국망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칼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바람의 세기도 크고 추위도 심하여 모자 마스크 등 추위에 완전히 대비를 해야 하는 곳이다.

다행이도 추위는 심했지만, 오늘따라 바람은 그리 심하게 불지 않았다.

하지만, 키 작은 관목들에 빼곡히 달라 붙은 상고대와 그 위에 쌓여 같이 얼어 붙은 눈들이

그 명성을 충분히 전하고 있다.

 

 

 

 

<비로봉에 이르는 등성이에 있는 관목들과 풍경>

 

 

비로봉 --→국망봉 구간

비로봉 바로 아래에는 주목 군락지가 있는데. 훼손이 많이 있었는지 그 부분에 감시초소가

있었다. 워낙, 추운 곳이라서 사람들 대부분이 그 곳을 대피소처럼 사용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곳에서 어의곡리나 천동으로 하산을 한다. 겨울 산행에서 해가 떨어진 후에

하산을 하는 것은 치명적인 위험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백두대간길에 대한 욕심으로

감시초소에서 잠시 휴식한 후에 곧 바로 국망봉으로 향했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능선길은 대부분 관목들로 이루어 졌다.

얼핏 진달래 나무 같지만, 상고대와 눈으로 뒤덮여 있어 알 수는 없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길에 많이 보이는 관목들>

 

 

국망봉 --→어의곡리 구간

국망봉 정상에는 큰 바위가 있다. 원래는 그 바위 우측으로 상월봉과 늦은맥이재로 가는 잘 닦인

길이 있으나,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현재 지도상에는 없으나

옛 지도에는 있는 어의곡리로 가는 길을 찾아서 내려가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바위 왼쪽으로 누군가 지나간 흔적(러쎌)을 찾고는 그 길로 하산을 시작했다.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적고, 수시로 길을 막아선 나무들이 있어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확신을 가지고 내려갔다. 어느 정도 급경사를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50여분 내려오다 보니

계곡이 나왔다. 얼음 또는 눈 밑에서 흐르는 물에 빠지는 위험을 간신히 피하다 보니 힘도 들고

다리도 풀린다. 날은 저물기 시작했지만, 쉬어 가기로 하고 계곡물 한 그릇 시원히 들이키니

약수가 따로 없다. 

 

 

 

<하산길에 보이는 풍경> 

 

다시 힘을 내어 내려오기를 1시간, 즉, 2시간의 하산을 끝으로 어의곡리에 도달했다.

역시, 내 확신은 나를 배반하지 않아 새로운 기쁨을 얻는다.

 

상식 : 눈에 홀린다는 말이 있다. 시골에서는 먼 장에서 송아지를 사오다가는 눈 온 겨울 밤,

눈에 홀려서 길을 잘못 잡고 저수지로 들어가서 죽었다는 옛 어릴적 이야기가 있었다.

종류야 다르지마는 흰 눈 세상의 황홀함을 너무 만끽하다가는 설맹의 위험을 당할 수 있다고

한다. 꼭, 설경을 감상할 때는 썬그라스를 준비하고 수시로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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