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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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낙엽이 있어 좋은 산. 괴산 신선봉과 문경 부봉

mangsan_TM 2007. 10. 30. 09:50

 

절정기는 지났지만 혹 미련이 남은 단풍이 없을까? 해서 찾은 산. 충북 괴산 신선봉 및 부봉.

산 들머리로 가는 길 옆에서 간신히 한그루의 단풍나무를 찾았을 뿐! 이미 산 여기저기에는 겨울준비에 들어선 나무들 뿐이다.
모두의 축복을 받는 봄에 여린 잎으로 출발하여, 열정적이고 격동적인 여름에 성장을 하고, 이제는 제 생을 붉게 승화시켜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분명, 때가 되면 모두의 어미인 대지에 낙하를 할테고, 그것은 또 다른 생명의 밑거름으로 충분할 것이다. 우리도 "늙는다"는 것은 충분히 아름답다. 치열히 살아온 삶을 온화한 미소로 승화를 시키고, 숨을 거둘 수 있는 때를 기다리는 그 늙음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 단지, 삭풍에 휘두릴 때도 생의 미련을 두어, 나뭇가지에 악착같이 매달린, 말라비틀어지고 뜯겨진 추한 나뭇잎은 되지 말자. 그것은 늙음이 아니고 낡아지는 것일 테니까.
                  
2007년 10월 28일 산행일기 화창한 날씨가 오후 늦어 가끔씩 비 내리다.
 
 

 

산행코스 및 시간

 
실산행시간             70분                      50분 점심(40분간)              20분
들머리매표소(10:30) ----> 신선봉(11:30) ----->마패봉(오후2:10 ) -------->북문(2:30)-
 
    50분                    30분                    70분                      50분
  --- --> 동문( 3:20) ------> 1봉(3:50) ------>6봉(5:10) ------->고사리마을(6:10)
** 여러사람이 움직이다 보니 후미를 기다리는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다.
 
고사리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화창한 날씨 만큼이나 가을 산행의 기대로 신선봉 쪽을 향해 웃음을 지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절정을 지나긴 했지만 주변 산들에게서 가을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주차장에서 신선봉 쪽으로 보이는 풍경>
 

산행 들머리는 주차장으로부터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서 신성봉 이란 글이 쓰여진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매표소 아래 한 10m 정도에 작은 소로로 나 있다. 
들머리로부터 계곡을 따라 20여분 큰 오르막 없이 주변을 감상하면서 오를 수 있으나 계곡 끝 지점부터 산 능선에 이르는 40여분 정도 길이는 급경사를 이룬다. 여타 산에 있는 깔딱고개라 생각하면 된다. 능선에 올라서 10여분 오르면 이 산 정상인 신선봉에 이른다. 오르느라 힘이 들어 둘러보지 못했던 경관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신선봉에서 본 조령쪽 경관>


신선봉에서 마역봉으로 이르는 길은 능선길로 비교적 순탄한 길이나 가끔씩 절벽이 있고, 때론 줄을 잡아야만 하는 길이 나와서 지루하지 않게 한다. 마역봉을 마패봉으로도 불리는데, 예전 암행어사 박문수가 마패를 풀어놓고 쉬던 곳이라는 얘기가 전해오는 봉우리이기도 하다.
 

 

 

 

마역봉을 지나서 북문에 이르는 길은 계속 내려가는데, 이 곳 길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산과 달리 이 곳에는 통나무로 계단을 만든 구간이 나오는데 주변 경관에 썩 잘 어울리고 그렇지 않은 길은 낙엽으로 깔려 있어 괜스레 분위를 잡아보게 한다. 지도 상에는 백두대간길이라 하던데 ..등산객이 드물어 정말이지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북문으로 가는 길>


 

북문! 이 곳에 사시는 옛 선배님들이 과거를 보러 서울로 올라가는 길. 그 당시에는 큰 도로로서 사람들의 발길도 있었을테고..근처에는 나그네를 위한 주막도 있었을 터인데, 지금은 인적도 없는 깊은 산중으로 남아 가을만 전해주니, 숙연한 마음, 허무한 마음 심시어는 허탈한 마음까지 들고, 먹고 사는 일에 아둥바둥거리는 내가 우습게만 비춰진다.
북문을 기점으로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올라서 동문까지는 고만고만한 구릉들의 연속이다.  동문은 부봉을 오르기 전에 숨고르기 하기에 적당한 곳이어서 배낭을 풀어 놓았다. 주변에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울창해서 산이 주는 또 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동문에 있는 삼림>

 
부봉(1봉)까지 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하지만, 가파르고 암벽에 매달린 줄을 타고 때로는 아찔한 절벽을 걷기도 해야 한다. 힘은 들지만 스릴이 있는 코스이다. 예전부터 산행을 한 사람들이야 별 무리가 없어 권하고 싶지만, 어쩌다 산행을 한 사람이라면, 다리가 풀리고 지쳐서 부봉을 넘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동문에서 동화원으로 탈출하는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안전할 듯 싶다.
 

 <부봉을 오르는 암벽코스>

 

 <부봉에서 본 신선봉>

 
부봉에 올라서면 사방이 �트여서 주변을 조망하는 것이 장관이다. 근처의 신선봉은 물론, 조령산 주흘산 등도 조망할 수 있다.
부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는 코스 역시 뛰어난 경관이 보여준다. 하지만 길이 험하여 잠시라고 한 눈을 팔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3봉 정상 바로 아래에는 밧줄이 걸려 있는데 밧줄 방향이 사선으로 걸려 있어 아무 생각없이 줄을 잡고 몸을 의지 했다가는 줄이 펴지면서 몸이 구를 위험이 있어 대단한 주의를 요한다.  
 

 

 <부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기까지의 풍경들>

 
힘들여 오른 부봉의 영향으로 6봉까지는 고만고만한 높이여서 힘은 덜 든다.
3봉은 정상이 온통 바위로 되어 있어 역시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는 것, 6봉은 오를 때 긴 철제 사다리가 있다는 것 등이 특징이고 나머지는 별다른 특징이 없다.
6봉을 오를 즈음, 오후 5시. 찌푸렸던 하늘에서 급기야는 비를 내렸다. 바위로 된 길이기에 무척 조심스럽다. 자칫 미끄러지면 까막득한 낭떨어지다. 날은 벌써 어두워지려 하고 날씨 역시 좋지 않아서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 길 역시 여러군데 직벽에 가까운 암반에 줄을 의지해야 하는 곳이 많다. 모처럼의 전신 운동으로 하산이지만 온몸에 땀이 돈다. 특히, 마땅히 발을 지지할 곳도 없는 암반에 대각선 방향으로 줄이 가로질러 있으며 바로 아래는 낭떨어지가 되는 곳이 있는데, 보기에 아찔하여 충분히 공포스러운 곳이 있다. 이곳에선 줄을 잡고 발바닥을 바위에 충분히 접지한 다음, 몸을 뒤로 약간 젖혀 발바닥에 체중을 얹은 다음 잡은 손과 몸을 재빨리 움직여 가는 수 밖엔 없다. 이 지점을 통과한 후부터는 어느 육산과 마찬가지로 순조로운 하산길이다. 이미, 날은 어두워 밑으로 내려올수록 분명 고운 단풍일텐데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어 후레쉬에 의지해 촬영해 봤지만, 제 맛이 나올리 만무하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산 길>

 

 <하산길에 있던 노란단풍>

 
오후 6시경. 드디어 동화원 쉼터에 도착했다.
이 곳에 도달하기 얼마 전부터 비상등이 점멸하더니, 20대 아가씨 한 분이 응급조치 후 곧바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그 일행 중 한 분에게 물었더니, 바위에서 굴러 앞니에 큰 손상을 입고 옆구리에도 얼마간의 손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하다 싶었던, 줄이 대각선으로 내려진 그 암벽인 듯 하다.  정황으로 보아, 발이 밑으로 미끄러지면서 얼굴 부위가 암반에 부딪힌 것 같다. 그 곳에서는 충분히 튼튼한 줄을 믿어야 하고, 줄을 잡고 몸을 뒤로 젖히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공포심을 줄이면서 가볍게 건널 수 있는데.. 세상을 살다보면 이와 같은 상황은 여러번 올 수 있다. 자산에 대한 투자라든지 중요한 사업에 대한 미팅 혹은,  면접 등등. 튼튼한 줄이 있고, 비록 경사져 미끄러질 수 있으나 단단한 발판이 있는데, 주변이 아무리 두려운 상황이면 어떠랴. 가야만 할 사정이면 자신을 믿고 돌진해야 하지 않을까? 
더 큰 불행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우리 일행의 무사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든다.
동화원 쉼터는 몇 개의 전등 공간만이 발고 사위 모두 컴컴하다. 

 <동화원 쉼터에 있는 단풍나무-햇빛아래서는 아주 고울 듯>

 
이제 예전에는 말 그대로 새들도 쉬어 갔다는 문경새재의 제3관문을 지나서, 다시 고사리 주차장으로 40여분을 더 걸어 가야만 한다. 어둠에 잠기어 모든 것이 침잠되어 있다. 큰 길 위를 걷지만,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 지는 이 때, 훈련 중인 군인들이 믿음직스럽기만 하다.
 
** 고사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 6시 50분경. 저녁을 하려 여러 식당을 전전해야만 했다. 장사 끝났다고 문전 박대 당하기 일쑤였고, 간신히 찾은 식당에는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서(아마, 잠금장치가 되어진 듯 싶다) 변은 볼 수도 없었고 소변도 남의 흔적 위에 덧칠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간신히 1인분이 될 듯한 묵밥 1그릇이 2인분이라니 산에서 가진 기분 좋음이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다음에 이 곳에 올 기회가 또 온다면,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나가서 식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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