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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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악 대청봉에 이르는 길엔 상고대의 감동이...

mangsan_TM 2007. 11. 12. 14:12

<중청 대피소 주변에 있는 한 나무>

 

 

 

높은 산임에도 제법 큰 관목들이 숲을 이루었다.

그 숲, 나뭇가지 하나 하나에는 흰 상고대가 빠짐없이 자리를 잡아 온 천지가 눈밭 갔았다.

아니, 날카로운 예기가 가끔씩 내리는 햇살에 번뜩일 때면 상스럽고도 경외로우니, 눈이 주는 부드러움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상고대. 높은 곳에서 공기나 구름에 있는 아주 작은 물방울 알갱이가 나무나 풀에 붙어서 찬 기온에 냉가되어 만들어진 서리를 말한다.  

그래서 가만히 들여다 보면 눈과는 달리 일정한 방향으로 된 결을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서릿발이라서 큰 바람에도 나뭇가지에 꼿꼿히 붙어 있을 수 있다.

 

 <상고대>

 

 

 

구름은 발 아래에서 흩어졌다가는 모이고 다시 흩어졌다가는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때마다 간간히 아래로 보이는 용아능선, 공룡능선과 주변 산세들이 마치 병풍 속에 있는 산수화 같았다.  

이 멋진 곳에 과연 몇 사람이나 올 수 있었을까? 주변을 생각해봐도 소수이다. 마치, 선택 받은 사람만 같아서 괜스레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중청 대피소에서 본 공룡능선>

 

 

 

설악, 한계령에서 대청까지의 산행기  2007. 11. 11

 

 

 

산행경로 및 등산지도(한계령 --- 대청봉)

 

 

 

한계령에서 서북능선 갈림길  (09:20 -- 11:00)

 

언제와도 후회없는 산, 설악산.

초등학생이 소풍 전날에 갖는 설렘과 흥분으로 밤잠을 설쳤다가 아침 일찍 분당에서 출발해 이 곳,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9시10분 경. 

만물상은 날이 흐려서 간신히 보이고, 바람이 불어 꽤 추웠다. 그래도 건강한 우리는 안산을 기원하며 들머리를 찾아 9시 20분 경 출발을 했다.

 

 

들머리는 한계령 휴게소 뒷편의 계단으로 되어 있다.

들머리부터 산마루까지 20여분간 오르막으로 잘 정비된 돌길이다.

오르막 중간부터 상고대가 붙은 나무들로 인해 오르는 사람들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산마루를 넘어서면 고만 고만 구릉과 골을 따라 길이 나 있고, 서북능 갈림길 못미쳐서 10분 거리가 또한 오르막이다.

 

 

 <들머리에서 산마루까지 가는 길>

 

 

 

 

서북능선 갈림길에서 끝청까지 (11:00 -- 12:50)

 

이 구간은 능선 길이라서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 구간이다.

날이 좋으면 좌우로 조망되는 경관이 빼어나다 하던데, 불행하게도 여전히 짙은 운무가 시야를 막았다.

하지만, 점점 더 풍성하고 짙어지는 상고대들을 볼 수 있어 감탄 연발이다.  "신은 공평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주위 경관은 볼 수 없으나 이 경외로운 상고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임이 틀림없다.

전에, 마등령에 올라서 일출을 볼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는데.. 

 

대체로 평탄히 능선을 오르다 보면, 한 15분 정도 오르막이 있는데, 그 오르막 끝에 끝청이 있다.  

 

 <끝청에 이르는 길목에 있는 바위>

 

 <끝청에서 뒤돌아 본 풍경>

 

 

 

끝청에서 중청 휴게소까지 (오후 1:00 -- 2:00)

 

이 구간의 길은 환상이다.

대청봉이 가까이 보이고, 키 높이가 비슷한 중키의 관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넓은 광야와도 같다.

그 곳에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다. 말이 없어지고 입만 절로 벌어진다. 별유천지비인간이라더니...

 

 <중청대피소>

 

  

 <끝청서 중청 가는 길>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 (2:30 -- 3:00)

 

중청대피소는 산에서 불을 다룰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다.

그래서, 버너를 사용해 라면을 끓이고 찌개를 끓여서 늦었지만 점심을 먹었다. .

설악을 두루 보고자 할 때, 이 곳에서 숙박을 하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데, 숙박을 원할 경우에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인데, 왠일인지 오늘은 인적이 뜸하다.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의 영향일지 모르겠다.

암튼, 다음 주부터 입산금지 기간이라서 이 곳도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대피소에서는 대청봉이 빤히 보였다. 가끔씩 구름이 지나가며 모습을 가릴 때는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금방이라도 오를 것만 같았지만, 점심을 푸짐히 먹어선지 오르데만 20여분이 걸렸다.

단지 올랐을 뿐인데도 가슴에 꽉찬 흥분과 기쁨이 꿈틀댔지만, 진정시키고픈 맘은 일지 않는구나!!

 

<대피소에서 본 대청봉>

 

<대청봉 정상 표지석>

 

 

 

 

대청봉에서 오색까지 (3:00 -- 7:20)

 

대청봉에서 오색에 이르는 길은 돌들로 혹은 구간에 따라 나무들로 잘 정비된 길이었다.

아마 수해를 방지하고자 정비한 듯 하다.

관리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명산을 이렇게 동네 뒷산모양 인위적으로 길을 내어야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났다.

이런 방법 말고는 없을까? 대한민국의 명산인데,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해야 할 듯 싶다.

 

 

<오색으로 오는 계단 길>

 

 

 

길은 계속해서 급한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급한 경사면을 내려오려니 주위 풍경을 즐길 수 없었다.

사실 볼거리도 많지 않았고, 돌 계단길을 걷다보니 무릎과 발목에 많은 무리가 와서 길 바닥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설악폭포가 있다고 해서, 찾았지만 설악폭포는 나오지 않았다. 

한참 전에 계곡물이 시작하는 지점인가 싶은 물줄기를 지나쳤는데 그 곳이 설악폭포라 한다. 좀 실망스러웠다.

 

 <하산길 길목에 있던 소나무?>

 

 

오색에서 산행을 시작하든, 오색으로 내려오든 다음에는 피해야 할 것 같다. 

무릎과 발목에 많은 무리가 와서 우리 일행이 다치지는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불행한 예감은 맞는다더니, 일행 중 한 사람이 무릎이 아파서 겨우 하산할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으려 할 때마다 다리가 절로 떨리는 산행이었지만, 마음은 아직도 설렘으로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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