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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춘천 오봉산 본문
오봉산. 전국 어느 지역에든 봉우리가 다섯 정도이면 붙은 이름이라서 삼봉산 만큼이나 흔한 이름이다.
그 중에서 춘천 소양호에 접한 오봉산은 경관이 수려해서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렸다.
유명세 만큼이나 많은 등로가 있지만, 배후령을 들머리로 청평사를 날머리로 하는 등산로가 가장 널리 이용된다.
그래서, 그 길 6.28km를 4시간 20여 분 동안 걷고 왔다.
<오봉산 등산로 및 고도정보>
2015년 11월 5일. 일년에 한 번 있는 직장 휴일이다.
남들이 일할 때 쉴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살려 붐비지 않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지를 모색한 결과,
춘천에 있는 오봉산(779m)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경춘선을 타고 오봉산에 가기로 했다.
도시 내에 있는 전철과는 달리 경춘선은 예전 기차와 같은 운행시간이 편성이 되어 있다.
그래서 8시 16분 상봉역 발 기차를 놓치면 한 30분을 더 기다려야 춘천에 갈 수 있다.
그런 긴장이 있어선지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더 일찍 깰 수 있었고
그런 이유로 분당 이매에서 출발하여 여기 상봉역 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 15분이다.
경춘선으로 갈아타기 바로 전 지하에 있는 M도넛 가게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숨을 고른다.
경춘선에 몸을 실었다. 대학 시절에 MT로 자주 오던 대성리.. 강촌.. 물안개 끼인 강물과 함께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난다.
대학 친구들.. 그 당시의 일들.. 그런 추억도 창 밖 강물처럼 따라서 지나고 있다.
남춘천역에 내린 시각이 9시 40분 경이다.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에 올라 다시 배후령으로 향한다.
들머리 배후령에서 날머리 선착장까지는 교통편이 애매하여 원점회귀 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춘천에 있는 많은 음식점에서는 저녁식사에 대한 서비스로 배후령까지 그리고 선착장에서 역까지의 교통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역시 남춘천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배후령에서 1봉까지는 가파른 비탈길이다. 하지만, 배후령 자체 고도가 600m가 넘다보니 그리 오래 오르진 않는다.
그래도 경운산 갈림길까지 오르고 나면 땀이 충분히 돌아서 몸을 움직이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준다.
갈림길부터는 낮은 높낮이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길로 되어 있어 담소를 즐기기 좋은 길이다.
갈림길에서 조금 걷다보면 우리가 가야할 오봉이 말그대로 올망졸망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달리 산일까? 그 가까이 보이는 봉우리들 아래론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적당한 바위와 흙으로 된 길이라서 걷기도 즐겁다.
천년바위와 공생하는 청솔. 그 자체로도 감동을 주는데 주위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모습이 또한 탄성을 일게 한다.
누군가의 넋이 맴도는 곳에서 잠시 묵념을 하고
때론 줄을 잡고 힘있게 오르다 보니
오봉산 정상이다.
미리 고도표에서 보았듯이 배후령에서 정상까지는 그다지 높지 않다.
힘들게 오르는 않은 만큼 주위를 볼 여력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청평사로 내리는 이 길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서면 멀리 소양호가 펼쳐져 있는 모습이 보이고(사진으론 잘 나타나지 않았음)
우리가 걸은 1봉 2봉...등 산봉우리를 볼 수도 있다.
적당한 암릉도 나타나고 좁은 구멍(홈통바위)을 지나면서 자신의 몸도 둘러보는 계기도 생긴다.
그렇게 내리다 보면 갈래길과 만난다. 곧바로 가면 급경사길(위험구간) 우측으로 가면 완경사길이다.
안전을 위해 우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사실 2010년 이맘 때(11월 15일) 직벽코스로 내려간 기억이 있다.
몹시 가팔랐던 기억과 보이는 풍경이 몹시 좋았던 기억이 공존한다.
<2010년 직벽코스에서 본 소양호>
<2010년 직벽코스에서 한 껏 멋을 내면서>
완경사 구간은 말만 완경사다. 급경사 구간에 비해 완경사라 이름한 것일 뿐 그 가파른 정도는
다른 곳의 급경사 구간과 같아 보인다. 길은 마사토로 이루어져 자칫 집중하지 못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경사 구간을 내려오고 나면 이 길을 택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떨어지고 말랐지만 온 천지가 단풍으로 뒤덮힌 숲을 지날 때 드는 생각이다.
적멸보궁 터를 지난다. 예전에 탑이 있던 자리는 흔적만 남고 그 탑을 길 옆 산 위로
140m 옮겨 다시 쌓았다. 뿐만 아니라 내려가는 내내 볼 수 있는 절의 흔적이
예전엔 몹시 큰 암자이거나 절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청평사가 보인다. 옆 계곡엔 진한 가을의 여운이 깔려있다.
예전에 없던 새 건물이 보이고 청평사 뒤쪽으론 오봉이 의연히 솟아 있다.
구성폭포를 지나고 다리를 건너
배를 타면서 오늘의 오봉산 산행을 마친다. 안타까운 점은 긴 가뭄으로 소양호의 물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빠른 시일 안에 물이 정상 위치에 도달하길 기원한다.
Tip. 춘천에서 분당에 오는 교통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후 5시30분 발 시외버스에 올랐는데 6시 50분 야탑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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