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가리봉 __ 단풍과 함께 물들다. 본문

등산

설악산 가리봉 __ 단풍과 함께 물들다.

mangsan_TM 2016. 10. 3. 17:47




2016년 10월 2일(일). 기상청에서는 며칠 전부터 이날 200mm 집중호우를 예보하고 있었다.

갈까말까... 가고픈 마음이 컸지만.. 많은 비를 감수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면,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라는 알고 있던 조언을 지인의 일깨움으로 전날 대충 챙였던 배낭에 음식물을 더 넣고 우비를 확인한 다음 산행에 나섰다.


** 가리산1교를 기점으로 가리봉  --> 가리봉능선길 --> 필례약수로 날머리로 대략 10km를 6시간 동안 걸었다**


설악산 가리봉 등산지도




가리산리에 도착한 시간이 아마도 9시 30분 경. 다행히 하늘은 꾸물거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덕분에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마저 반갑기만 하다. 산행은 안가리산리로 이어진 포장길을 1km 정도 걸은 후 산자락 밑 작은 밭을 가로질러 시작된다.







산엔 벌써 단풍이 곱다. 아마도 다음주 쯤에는 이 고운 단풍들이 저 아랫녁에 가 있을 듯하다.

그런데.. 길이.. 일어섰다. 옆에 같이 가는 산우의 말을 빌어보면 경사각도가 60도는 넘겠다. 물론, 느낌이겠지만.. 그만큼 가파라서

조금이라도 숨고르기에 적당한 곳이 나오면 어김없이 터치하고 지나야만 했다.






사람이 너무 힘이 들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하더니.. 길 주변에 있었을 예쁜 단풍이 제대로 보이지 않더니 또 다시 쉼터에서 숨을 고르는 순간에서야 눈에 들어섰다. 앗!  단풍잎 그 너머로 주걱봉이 살폿이 보였다.

그에 힘을 얻어 다시 오르니 가리봉 주능선길과 만나고 좀 더 오르니 시야가 확 트이는 전망장소이다. 와~~ 저 단풍좀 보라지?





올라서 뒤돌아보니 흰머리에다 비단 갑옷을 두른 주걱봉이 눈을 꽉 채우고.





눈 앞으론 서북능선 끝봉우리인 안산이 보인다. 가리봉능선과 서북능선은 한줄기 구름띠가 가르고 있다.






가리봉에서 장수대로 이어지는 12연봉들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나란히 앉아서 대청봉을 바라보는 아기새들처럼 보인다.






연일 입을 벌리고 감탄을 하면서 오르다 뒤돌아보고 또 오르다 뒤돌아보곤 했다.

주걱봉과 삼형제봉 그리고 그 뒤로 1246봉이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지금. 그래서, 오르기에 무척 위험한 구간이 있는 주걱봉 가는길은 피하기로 했지만, 아쉬움 마저 없애지는 못했다.

아마도 이 또한 한계령으로부터 시작하여 보통은 느아우골로 내려가는 가리봉능선길을 제대로 밟으라는 누군가의 계시라고 위안을 삼는다.






그 급한 길 그래서 숨을 헐떡이다 못해 가슴까지 쓰려가면서 오른 길.. 하지만 이젠 모두가 편안하기만 하다.

뒤돌아 보고 감탄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다보니 몸이 모두 회복된듯 하다.

그렇게 여유롭게 오르다 오른쪽을 보니 아뿔사!! 봉우리가 모두 화려한 비단으로 장식됐다. 소가리봉으로 불리우는 봉우리 그저 감탄만 인다.

다시 위를 보니 어렴풋 가리봉 표지석이 보인다. 장장 2시간 30여 분 오른 것 같다.






가리봉 1518m. 설악 5대 능선길의 하나인 가리봉능선길의 주봉이다.






오르는 방향 저 멀리 오른쪽부터 점봉산이 보이고 필례로 그 왼쪽으로 한계로 그리고 대청봉이 보인다.

 



다시 대청에서 중청을 거쳐 귀때기청봉에 이르는 서북능선이 보이고





다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구름을 두른 안산이 제일 가까이 보인다.

사실, 안산은 희귀생물보호 목적으로 출입통제가 되어있어 서북능선은 안산을 살짝 비켜서 12선녀탕으로 길을 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상에서 너무 많이 머물었나 보다. 빗방울이 후두둑내리다 말고 또 내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비닐우의를 둘러쓰고 내려갈 능선길을 눈으로 쫒은 다음 배낭을 둘러멨다.





길은 오를 때 그 가파름을 여기에 옮겨놓은 듯 하다. 빗물까지 스며들어 무척 미끄러웠다. 하지만

길은 그 귀한 마가목열매를 그냥 지나치고 관목과 넝쿨식물들 사이사이로 지나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그렇게 한동안 한계령으로 향하는 주능선길에 올랐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사실, 자연에 있어 문제가 있다면 사람일 터이다.

그들만 없었다면 자연의 법칙으로 치열한 생존게임을 펼치는 곳이 자연일 테다.

이곳 역시 사람의 흔적이 없다보니 치열한 생존게임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래선지 단풍도 다른 곳과 달리 더욱 화려하다.









어느 정도 내려오다 뒤를 보니 내려온 길이 있는 능선마루가 꼭 누군가 그려놓은 만화같기만 하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모양이다.

가파른 길도 없고 주위 풍경이 안온하고 평화롭다. 비는 어느새 또 멎었다. 단풍입은 나무들 사이로 형형색색 우비 또한 아름다워 보인다.






원시 잡목을 헤치고 나아가니





지난번 티벳에서 보았던 불탑에 걸쳐있던 줄과 비슷한 깃발달린 줄을 두른 집과 만났다.  아마도 종교적인 이유일 듯하다.

그곳에서 임도이지 싶은 길을 따라 내려서서 포장길과 만나고 또 그 길을 쫒아 내려오니 곧 필례약수가 있는 동네다. 






가장 큰 축복은 큰 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어느 정도의 비는 감수하고 왔지만 사실 화창한 날만 할까? 그래도 이 흐릿하면서도 어떨땐 밝았던 오늘의 날씨가 준 풍경은

아마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다시는 없을 그 풍경을 가졌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으로 주변 모두에게 감사를 전해야 하겠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