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불암산 __전철(화랑대역, 공릉역, 상계역 그리고 당고개역)로 가기 좋은 산. 본문

등산

불암산 __전철(화랑대역, 공릉역, 상계역 그리고 당고개역)로 가기 좋은 산.

mangsan_TM 2016. 9. 18. 12:03





추석명절이라고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담담하기만 하다. 이제는 곧 장년의 큰 짐을 어디에 내려놓을까 고민하는 그이다.

명절이 주는 의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가치가 줄어들어 이제는 오나보다 가나보다 하는 지경에 다다른 것 같다.

고향에 가 차례를 지내고 처가집에 가서 인사드리는 것이 그의 명절일과로 이미 습관으로 굳어진 뒤 오래이다.

그래도 먹을 것이 많다보니 이것저것 주워먹은게 많았던 모양이다. 배가 더부룩한 것이 화장실에 가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럴때 그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익숙하게 알고 있고 실행도 곧잘 하곤 한다. 산행이 그것이다.


명절 연휴라서 자동차로 움직이기엔 엄두가 나지 않겠지?

전철로 갈까? 그러다가 그가 찾은 산이 불암산이다. 컴에다 불암산 지도를  펼쳐놓고 열심히 경로를 찾아보고는

화랑대역에서 불암산백세문을 통과하고 불암산에 오른다음 당고개역으로 가는 그런 경로를 그렸다.






9월 17일(토).

눈을 뜨니 아파트 창문에 빗방울이 부딛치고 서로모여 흘러내리고 있다.

서울지역은 가끔 비가 흩뿌린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배낭에 우비를 넣고 우산까지 챙긴 다음 집을 나선다.

그리고 아침 9시 50분. 분당 이매역에 들어서는 전철을 타고 두 번의 환승을 거쳐 11시 10분. 공릉동 화랑대역에서 내렸다.

4번출구로 나오니 왼편으로 깔끔하게 단장된 둘레길이 보여 그를 따라서 가는 방향 그대로 큰사거리까지 걸었다.





도상 훈련한 그대로 큰사거리를 건너 왼쪽길로 들어선다.

아침에 비가 내린 것이 무색할 정도로 화창한 날씨, 오히려 거리는 깨끗하고 하늘이 맑아서 덩달아 기분마저 좋아진다.




그렇게 화랑대역에서 1km 정도 걷다보니 단청이 몹시 인상적인 '불암산백세문'이란 큰 문이 나왔다. 

이제 이 문을 넘어서 불암산 품 안으로 안길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들어서면서 나오는 길은 오래전 우마차가 다녔음직한 정감이 있고 게다가 벽에는 선화예고 학생들이 벽화를 그려 넣어 나름 운치가 있다 싶었지만..




가는 내내 길 양쪽으로 철망으로 된 펜스가 따른다. 하나는 군부대 그 맞은 편은 사유지를 경계하는 듯 싶은데...

그것들이 있으니 상쾌한 공기며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음에도 산길을 걷는 기분이 나질 않는다.





그 눈에 거슬리는 철망펜스는 불암산종합스타디움 갈림길을 조금지나서 끝이 났다.

'불암산 종주'라는 의미가 없다면 굳이 이곳을 걸을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불암산종합스타디움에서 오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길 다운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비교적 완만한 길이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를 지난다. 은은히 풍기는 솔향기가 마음을 너그럽게 한다.

그래서 그 나무 품 여기저기에는 여럿이 아니면 둘이 혹은 홀로 편한하게 깃들어 있다.








불암산을 눈 앞에 둔 헬리포트에 왔다.

그 가장자리 한 켠에는 코스모스가 여린 듯 강인한 모습으로 서 있다.

예전 같았으면 당연한 것일텐데 올 여름은 너무 더웠던 탓에 추석이 지났음에도 가을이 의심이 된다.




헬리포트를 지나 얼마 안돼서 불암의 시작을 알리는 거북바위가 나왔다.

아주 깊은 바다 속을 유영하는 모습이라서 누군지 이름을 잘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북바위를 오르고 예전엔 없었던 계단을 오르고 나니 시야가 훤히 열린다.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뒤돌아 지나온 길.. 감탄이 절로 이는 풍광이다.





예전에 이곳에 오면 늘 쉬던 장소에는 이미 선객이 있고




정상부 아래부분 급경사 구간에서는 나이 지긋하신 노부부께서 릿지를 즐기신다.

남들이 보아 위험해 보일 수 있겠지만 몸을 보니 수년간 쌓인 내공이 보여 그져 대단하단 생각만 들었다. 멋지십니다. 두 분!!




큰 바위 옆으로 파란 하늘이 열리더니 태극기 펄럭이는 정상이 모습을 보여준다.





정상에 올라 세찬 바람에 떨어질까 두려워 깃대를 부여잡고 인증을 한다.

집에와 사진을 확인하니 나름 멋지다. 고맙습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아주머니께 다시한번 감사를 전한다. 




불암산.

저 아래에서 보아 봉우리에 있는 바위 형상이 부처님 모습 혹은 자세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만큼 인상적인 바위가 많고 거기에 자라는 멋드러진 소나무가 또한 일품이다.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저 아래 석장봉을 지나 수락산으로는 몇 번 지나쳤으니 한번도 가지 않았던 길로 가봐야 하겠지?

석장봉을 들려다가 쥐바위로 해서 내려가기로 한다.







오름이 완만했던 걸 보상이라도 하려는지 내리는 길이 급하다. 또한 바위가 아닐 경우에는




마사토로 된 길이라서 자칫 방심하면 쉽게 넘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곳으로 다시오고픈 생각이 든다.





한동안 내려오다가 만난 첫 이정표. 당고개역을 표시한 곳은 없다.

잠시 갈팡질팡할 때, 다행히도 지나는 산객이 있어 묻고 방향을 잡았다.




능선삼거리부터 오른쪽 아래로. 계곡쪽으로 잡아서 내려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던 모양인지 흙길이 푹신하여 걷기가 좋다.





드디어 당고개역 이정표를 만난다. 조금은 걱정되던 마음이 사라진다.

더욱이 오르는 사람도 만나고 내리는 사람도 만나니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생겨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불행히도 잠시 경내에 들려 기도나 드릴까 했던 절들이 모두 길 밖에 있어서 들리질 못했다.

아쉽지만 늘 그리 생각했듯이 다음을 약속하라는 징표로 삼는다.




불암산둘레길. 다 내려왔다. 힘들었던 만큼 그 무언가를 채운 듯 하다. 그러니 당고개역까지 가는 그 아스팔트길이 힘들지 않았겠지..




오늘의 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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