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칠형제봉 __ 단풍보러 갔다가 비경에 압도되다. 본문

등산

설악산 칠형제봉 __ 단풍보러 갔다가 비경에 압도되다.

mangsan_TM 2016. 10. 12. 20:02





2016년 10월 9일.

떠나는 설악의 단풍을 배웅하러 천불동에 갔지만..

단풍보다는  무너미고개부터 신선대 그리고 칠형제봉까지 걸으면서 보이는 천화대 능선의 장관에 압도되고 오다.


<설악산 신선대 칠형제봉 지도>




전형적인 가을의 맑은 날씨이다.

소공원 신흥사일주문에는 벌써(아침 9시 30분)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대부분 외국인인 듯 싶다.







소공원 영역을 벗어나면서 부터 사람들의 소리보다는 흐르르는 물소리가, 가끔은 새소리가 더 잘 들린다.

바람에 실려오는 청정한 숲내음이 빠른걸음으로 헉헉대는 숨결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서 걸음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키게 한다.

비선대다.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는 곳. 그럴 정도로 맑은 물과 너럭바위가 명품인 곳이다.

오른쪽을 둘러보니 미륵봉과 장군봉이 파란하늘에 고개를 힘주어 들고 있다.

그 중 왼편의 봉우리가 중간 정도에 금강굴을 간직한 미륵봉이고 그 오른쪽이 암벽등반의 명소인 장군봉이다.

그 장군봉을 자세히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마치 개미처럼 봉우리에 붙어있다. 누구는 위험한 저짓을 왜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들 또한 내가 산에서 얻는 그 감동을 암벽에서 얻고 있을테니.. 단지 내가 할 수 없는 그 경지에 경의감을 표할 뿐이다.  







단풍이 아직 오질 않은 걸까? 아니면 벌써..? 지나갔을까..?

단풍 명소인 이곳 천불동계곡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다.

단지 설악동으로 흐르는 물이 힘차게 흐르다 폭포를 이루고 그래서 지들의 상처를 보듬어 소를 이루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오련폭포>








비록 단풍이 화려하진 않지만 멋들어진 절벽과 기암들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양폭산장이다.

양폭산장 저 멀리 뒷편으로 기암으로 된 봉우리 두 개가 나란히 보이는데 아마도 저곳이 신선대이지 싶다. 





<양폭>




12시 10분 쯤?. 바삐 걸은 탓인지 무너미고개에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소공원부터 대략 7km 정도 되는 거리이다.

무너미고개. 이박사 능선의 왼쪽으로 흐르는 죽음의 계곡과 오른쪽으로 흐르는 가양동 계곡의 물이 아주 오랜 옛날에 어떤 계기로 물이 넘쳤나 보다.

치악산의 쥐너미고개를 생각하게 한다.





희운각 쪽으로 조금 올라서니 전망대가 나왔다. 이미 새벽같이 공룡능선을 걸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연신 감탄 중이다.

공룡능선 쪽을 바라보니 곧 올라야할 신선대의 모습이 보인다. 1봉, 2봉, 3봉이라 하던데 그게 어느것인진 모르겠다.

다만,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뿐!!





무너미 고개에서 휴식을 많이 취한 것이 효과를 준다.  무너미고개에서 희운각 반대쪽으로 100m 쯤 가다보면 옛공룡능선길이 나오는데

그 곳이 오늘의 들머리이다. 신선대로 향하는 길 옆으론 기암과 기목이 있어 눈요기가 되지만 조금은 가파르다.

장시간의 휴식이 없었다면 조금은 힘이 들었을 것 같다. 



<신선대 봉우리에서 본 죽음의 계곡>


<차례로  신선대 두 번째, 세 번째 봉우리> 





능선에 오르자 앞쪽으로 화채능선이 환하게 보이고 밑으론 천길 낭떨어지기이다.

고개를 숙여 밑을 본다면 아마도 양폭산장이 보일텐데... 오금이 저리고 발걸음이 떼이질 않아서 볼 수가 없다.






신선대 2봉을 지나고 3봉(앞으로 편의상 설악산을 중심으로 1,2,3봉으로 명하겠다) 문턱에서 뒤돌아보니 이박사능선줄기 끝으로 희운각이 보인다.






애원하고 매달리며 조심스럽게 오른 3봉. 그곳에서 펼쳐진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을 이룬다.





바위와 소나무가 졀묘하게 어루러진 3봉 그 너머로 대청봉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와우~~~  원더플~~ 같이 간 산우들의 목소리가 허공에 손을 흔들 때마다 손가락 끝에 걸려든다. 




내 생전에 이런 경관을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갑자기 이런 또다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밀려든다. 이런 감동을 얻을 수 있게 묵묵히 도와주시는 분, 산악회M의 대장님께

이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칠형제봉으로 향하는 길은 2봉으로 다시 돌아가 작은 관목 틈으로 스며들었다. 오른 사면의 반대쪽으로 내리는 길은 몹시 급하다.

줄을 잡거나 때론 주저 앉아서 내려야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서 어쩌면 오를 때보다 땀이 더 나오지 싶다.

우리가 사는 삶과 어찌 이리 비슷할까...







급하게 내리던 길이 잠시 숨을 고르는 곳에 이르니 앞이 훤하게 트인다. 동해가 바로 지척에 있는 듯 하고 




왼쪽으로는 공룡능선의 1275봉에서 범봉과 희야봉으로 이어지는 천화대능선이 하늘의 꽃밭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웅장하고 뭔가 성스러운 범봉이 바로 왼쪽으로 다가온다. 드디어 칠형제봉의 칠봉이란다. 누구는 1봉이라 하던데, 내겐 어느 것이 1봉이고 7봉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 비경을 오래 간직하고픈 마음 뿐! 굳이 구분한다면 천불동계곡 낮은 곳부터 1봉, 2봉, 7봉으로 부르고 싶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왠지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든다.





7봉을 다 오르지 않고 우회를 하여 봉으로 향하는 길 내내 오른쪽으론 화채봉과 만경대 그리고 화채능선이 같이했다.




<화채봉과 만경대>



급한 바윗길 그리고 가파른 사면길 칠형제봉을 지나는 대부분의 길이 그렇지만,  7봉에서 6봉으로 향하는 길이 가장 재미있고 아름답다.

뒤돌아 병풍 같은 7봉의 위용과 그 밑으로 펼쳐진 단풍군락도 아름답지만..






올망졸망 바위군들을 오르고 내리는 재미 또한 잊지 못할 것 같다.






6봉에서 보이는 전망은 가히 신선인양 하다. 가까이에는 범봉있고




뒤로는 7봉이




저 멀리 앞쪽으론 동해와 울산바위가 보였다. 충분히 조망을 하고 다시 줄을 잡고 5봉으로 향했다.





앞쪽에선 울산바위가 선명히 다가오고




뒷쪽의 6봉이 그늘을 드리울 때쯤. 7형제 중 가장 까탈스러운 5봉에 올랐다.




5봉에서는 범봉과 그 왼쪽의 잦은바위골. 그 골 아래쪽에서 골을 지켜보는 피카추바위 등이 보이고




아래 쪽으론 사람의 얼굴을 닮은 바위(혹은 가오리) 하며 기묘한 형상을 지닌 바위들이 눈길을 잡는다.

하지만, 줄을 주어야만 내려주는 가장 험난한 봉우리이기도 하다.




조심조심 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저곳을 어찌 내려왔나 싶은 5봉의 위압적인 모습이 보이고




저 아래 대장님 뒤쪽으로 무명봉이 보였다. 대장님은 그곳에 잦은바위골로 가는 길이 있다고 말씀 하셨다. 




길은 정말로 그 무명봉 옆에 아닌 듯 숨은 듯 그렇게 있었다. 게다가 위협적이기도 해서 조심스레 올라야만 했다.





더욱이 잦은바위골과 합류하기까지는 꽤 긴 거리가 있는데.. 가파른데다가 온통 작은 돌들이 길을 만들어서 설핏 발을 헛디디면 돌들이 우르르 밑으로

쏟아졌다. 미끄러지는 것이야 괜찮지만.. 돌을 굴려 밑에서 가는 사람 다치게할까봐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내려왔다. 




드디어 잦은바위골에 들어섰다.

바위들은 이제껏 지나온 돌들과 달리 흔들림이 없고 안정적이어서 걷기가 편하다. 아마도 큰물들이 그들을 바닥길로 삼아 내려가서일게다.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싶더니 드디어 촉스톤바위(벽과 벽사이에 끼인 바위)에 왔다.

길은 그 바위 옆 큰 바위에 줄을 잡고 내려선다. 그다지 위험하진 않지만 몸의 균형을 잃을 땐 아래에 있는 계곡으로 들어서야 할 것 같다.





주변 경관에 압도되어 단풍은 생각도 못하고 내려왔는데.. 이 바윗길을 내려온 여유인지 뒤돌아보니 이 계곡의 단풍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신선이 노닐던 곳이라서인지.. 이 잦은바위골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람이 달리 사람일까? 생각이 모이고 힘이 모여서 이 잦은바위골 최고 험난한 길을 지난다.




마지막으로 길은 작은 절벽의 허리를 두르고 조용히 천불동으로 스며든다. 어느새 주변은 어둑해 졌다. 오후 6시 30분 쯤?





천불동길로 나와서 다시 비선대에 이르렀을 땐, 이미 어둠이 주변을 감싸안았다.

그렇지만 길이 남과 구별해 주어 불없이 소공원에 이르렀다. 그 곳 계곡에서 얼굴을 씻고 몸을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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