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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신흥사 __ 눈이 오히려 포근하여라 본문
2016년 12월 28일(수) 아침 10시 40분 서울을 떠났다.
오늘부터 휴가라서 2016년을 고이 보내줄 겸 그리고 그동안 쌓여있던 생각들을 던져버릴 겸 해서 설악산으로 간다.
그제 밤에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니 머리식히기엔 더 없이 좋은 장소일 것 같다. 그래서 설악산 근처에 있는 콘도 더케이에 숙소를 잡고 소공원을 향한다.
무려 세 시간을 차로 움직여 달려온 보람이 있다. 설악산 소공원은 이미 눈의 왕국이다.
나무마다 흰 눈을 가지에 혹은 아직 남겨둔 잎 위에 얹고 있다. 욕심 많은 어느 나무는 아주 작은 바람도 견디지 못하고 눈가루를 떨어뜨려 그 밑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예기치 않은 놀라움과 기쁨을 주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본 눈의 왕국은 어떨까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으로 향했다. 몹시 추운 날씨로 예보가 된 탓인지 케이블카 승강장엔 비교적 적은 인파라서 두 번째 온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다.
노적봉에 비춰지는 햇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 밑을 보니 나무마다 이고 있는 흰 눈들.. 그들이 그려내는 그림에서능 절로 소리를 내게 한다
케이블카는 해발 700m 높이의 승강장에 더 없이 짧은 시간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쏟아낸다. 곧장 아무 생각없이 권금성으로 향했다.
권씨와 김씨가 성을 쌓았다는 권금성. 하지만 그 성으로 가는 길은 여러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어서 그 성곽 맞은 편 봉우리를 권금성이려니 한다.
뭐 상관없다. 잡생각을 버리려고 온 것이니 생각을 말아야지.. 봉우린엔 벌써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그들이 내뿜는 기쁜 에너지가 차가운 공기를 감싸고 있어 추위를 느낄 수가 없다.
울산바위의 설경은 또 어떨까 해서 꼭대기까지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 올랐지만 그렇게 이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내려온 승강장 전망대에서 그 예쁜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입장권의 가격이 무려 3,500원이다. 입장권 보다는 문화재관람권이 더 옳을 듯 하다. 역시 그 돈에 대한 시비는 버리기로 했다. 다만, 오래 전 그때도 눈이 오늘보다 더 쌓였던 신흥사의 설경을 잊을 수가 없어 발길은 어느새 신흥사로 향하고 있다. 이런 ... 이런... 너무 멋지다.
탄성 또 탄성이 절로 이는 신흥사 경내를 돌고 선계에서 사바의 세상으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여행의 진수 즉 식도락을 위해 외옹치항으로 간다. 역시 회는 현지에서 먹어야 제 맛인 것 같다. 아니면 이 외옹치항의 맛일런지도..
외옹치항에서 가진 여운으로 숙소에 도착하여 아침 설악의 공기를 마신다.
속초에는 많은 명소가 있다지만 그다지 아는 곳은 없다. 당연히 간 곳은 더 드물었고... 다행히도 귀동냥으로 얻어 들은 명소. 영랑호로 향했다.
바닷가에 호수가 있다니.. 왠지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장소였다.
영랑호의 갓길은 일방통행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그 호숫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드디어 주변 너른 대지엔 흰눈이 쌓여있어 동심을 자극한다.
드디어 속초8경의 하나인 범바위에 왔다. 각종 모양의 바위들에 상상의 동물을 대입하다가 그 위로 올라갔다.
그 위에는... 달마봉에서 울산바위에 이르는 눈 덮힌 설악산 그림을 저 멀리에 펼쳐놓았고, 그 옆 커다란 화폭엔 상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금강산 제일봉을 그려 넣었다.
이제 용대리에 들려 황태해장국으로 점심을 갖고 집으로 가야겠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긴 여행의 끝처럼 만족스럽다.
다가오는 2017년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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