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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 __ 설국여행

mangsan_TM 2017. 1. 23. 12:09





2017년 1월 17일 출국해서 1월 21일 입국했다. 일본국 북방섬 홋카이도. 4박 5일의 일정으로 다녀오다.


1월 17일(화). 아침부터 수선을 피운 덕에 모든 식구들의 인사와 원망을 받고 공항버스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아침 6시30분. 8시에 일행들과 만나기로 했으니 무려 1시간 반 동안 많은 군상들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기다림? 요즘 사람들은 가급적 덜 기다리고 제 시간에 맞춰 일을 행하는 것을 추구할 테지만... 약속에 늦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이 교육을 받은 내게는 익숙한 단어이다. 세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각자의 행성 사용설명서를 읽혀지길 원해서 만든 모임이다 보니 그 뜻대로 여행을 자주하게 된다.

아침 8시가 되려면 10여 분 이상이나 기다려야 함에도 이미 추억을 공유할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그래서 일찍 출국 수속을 마치고 제주항공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것도 아닌데 매번 탈 때마다 불안한 이유는 무얼까? 둘러보니 어느 무리는 즐겁게 웃으며 소곤거리고 누구는 편안히 잠을 자고 있다. 믿음 탓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사고율로 치면 교통수단 중에 비행기가 가장 안전하다고 하니 그럴듯 하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은 나를 힘들개 하는 하나의 방편인지도 모르겠다.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여 모든 입국 수속을 마치고 잠시 여유를 가지니 오후 3시이다.





우선은 렌트한 차를 수령하기로 하고 공항에 있는 버스에 올랐다. 공항의 혼잡과 주차난을 피하기 위해 렌트카회사들이 모여 공항과 적당히 먼 거리에 터미널을 꾸미고 정기버스를 운행하여 손님을 맞이하는 방식이 참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항상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우리나라가 눈여겨 보았으면 싶다.






오늘부터 4일간 잠과 아침을 제공할 숙소 기타히로시마 클라쎄 호텔. 골프장과 스키장을 갖춘 리조트 호텔이다.

12층, 전망과 함께 하는 아침과 1층, 온몸을 풀어주는 알칼리성 온천수. 자랑해도 충분할 것 같다.





여유롭게 여장을 풀고 숙소로부터 자동차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역 근처에서 저녁을 가진다. 빈터 곳곳에 들이밀고 보는 우리와는 달리 곳곳이 모두 유료주차장이다. 그것도 제법 비싸다.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조그마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노부부와 한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인 것 같다. 손짓 말짓 모두 동원해서 소주 두 병을 시켰다. 한 병은 알콜도수가 20도 또다른 것은 25도. 그것도 얼음을 띄워 먹던데 우리 입맛에는 25도 소주를 얼음 첨가 없이 먹는 것이 그나마 낫다.

우리 말고 뒷자리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 예닐곱분이 있는데, 무엇이 즐거운지 연신 큰소리로 웃고 떠든다. 일본의 술자리는 언제나 조용하다더니만 .. 그 덕분에 우리도 개의치 않고 웃고 떠들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안주를 싸들고 온다거나 가는 사람을 애써 못본체 하는 점이 이곳 술문화의 큰 특징인 것 같다.





1월 18일(수).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을 보니 제법 큰눈송이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오늘은 러브레터 촬영지로 유명해진 '오타루'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이 눈길에 잘 갈 수나 있을런지... 





아래에서는 제설차?가 한참 눈을 다지고? 있다.

워낙 눈이 자주오고 양이 많다보니 그때그때 치울 수 없을테고 그러니 꾹꾹눌러 다져놓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놀라운 발상이 아닐까?

사실, 다니다 보니 차도나 인도 옆으로 눈으로 된 둑이 보이던데 아마도 그런 맥락인 듯 싶다. 골목길 역시 다르지 않아서 어느 골목엔 쌓아 놓은 눈으로 된 담이 예술적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이러한 눈길을 많은 차들이 거침없이 질주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스노우체인 같은 장비를 장착하지도 않고서...

우리나라 같으면 어떨까? 20일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눈이 내렸고 당연하다는 듯 여기저기 교통사고 소식이 실검에 뜨고 있었다.

우리 차 역시 미끄럼 하나 없이 '오타루'를 향해 잘 달리고 있다.

4륜구동이라서.. 눈 자체가 건조해서.. 많은 이유를 들었지만 여전히 궁금하기만 하다.





해변가의 오타루.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혹여 걷거나 뛰어서 떨어져 있을지 모를 발자욱을 찾고자 많은 사람들이 운하를 따라 걷고 있다. 많은 중국어 틈 간간히 반가운 한국어도 들려온다. 










후지이 이츠키가 다니던 직장과 학교를 찾고자 했지만 많은 눈으로 감춰져 있어 대충 시장을 어슬렁 거렸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시장만큼 흥미로운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간인지 사람들이 없다. 단지 곰인지 올빼미인지 하는 놈 하나만 되지도 않는 한국어로 호객을 하고 있다. 







사람은 역시 움직여야 하는가 보다. 많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면 음식점 아무 곳에나 들려 간단히 요기만 하면 될텐데.. 어느 순간부터 맛집이 아니면 발길을 돌린다. 언제부터 였을까....? 사실, 밥량을 줄여야 성인병 예방이 되고 그러자면 굳이 맛집이 아니어도 될텐데..

맛집으로 찾아간 곳이 오타루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삼치인지 고등어인지.. 여지껏 보지 못한 생선구이로 점심을 가졌다.

무려 1300엔. 대략 13000원. 맛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굳이 이 먼거리를 찾아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중국인 단체가 수시로 드나들어 시끄럽고 부산하기까지..

그래도 언제 이 곳까지 올 수 있을까? 비싼 값이라지만 이국의 한자락을 밟는 값으로는 싼 비용이라 생각하자..






오후엔 호텔에서 얼마떨어지지 않은 신삿뽀로교회(한 일행의 지인인 목사님께서 운영하신다. 많은 도움을 주신 목사님께 감사드린다)에 차를 주차하고 그 곳부터 10분거리의 JR 상야황역으로 걸어갔다. 이 곳에서 기차를 타고 삿뽀로역에서 내린 다음 삿뽀로 시내를 둘러보려고 한다.

 





삿뽀로역까지 5정류장. 많은 학생들이 이 전철로 통학을 하는 것 같다. 마침 하교시간과 겹쳐서인지 한 떼의 학생들이 승강장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리의 보통열차가 급행열차를 보내기 위해 오랜 정차시간을 가지는 것처럼 이 전철 역시 급행을 보내기 위해 어느 역에서는 상당히 긴 시간을 정차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문 옆에 푸르고 붉은 버튼을 설치해서 기다리는 동안 전철을 들고 나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좀스럽다 할 수는 있겠으나 그것들이 모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큰 소리치는 유일한 동양국가라는 점은 꼭 짚고 넘겼으면 싶다.





북해도의 중심도시 삿뽀로. 그 중심에 있는 삿뽀로역이다. 워낙 큰땅덩이(남한면적에서 경상도면적을 뺀)에다 적은 인구이다 보니 우리의 서울역만치 사람들이 붐비지는 않는다. 그래선지 그 큰 건물이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1910년대 세워진 그 당시 제일 큰 건물인 구 북해도청사도 보고.







이 곳 편의점은 어떤가 하고 커피나 빵을 사서 먹기도 하고.

 




이제 곧(2월) 활기를 띨 눈축제 장소도 미리 점검해 봤다. 송수신탑이 있는 긴 공원에 얼음을 입힐 골조가 한창 건설중이다.





위도가 북쪽으로 치우쳐서인지 밤이 일찍 오는 것 같다. 오후 4시 밖에 안됐지만 주변에는 벌써 어둠이 내려있다.






비록 절대시간으론 저녁 때가 안되었지만 주변 날씨로는 충분히 저녁시간이라서 삿뽀로역 근처에 있는 백화점에 들려 라면을 먹어보기로 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고 돼지고기와 계란이 들어있는 수제라면. 역시 값이 싸지 않다는 것과 몹시 짜다는 것만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중에 안 사실로 미지근한 물을 적당히 부어 간을 맞추고 먹으면 된다지만, 대체로 여기 음식은 상당히 짜고 양이 많다.





도야호수로 가는 길에 먹은 튀김소바도 양이 많았고 짰고.





비에이에서 먹은 알밥과 튀김소바 역시 짜고 많았다. 하지만, 이 곳의 음식은 맛이 좋은 것으로 기억된다.





오후 6시 17분. 삿뽀로역에서 표를 뽑고 다시 상야황역으로 향했다. 똑같은 보통열차임에도 그 안의 좌석배열이 달라서 잠시 당황을 했다.

갈때의 옆으로 된 긴 의자가 아닌 2명씩 앉아 앞을 보는 방식의 의자에 각기 좌석번호까지 있으니 지정좌석제일까? 빈 곳에 앉아도 될까?

사람이 동물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학습효과도 그 중 하나이지 싶다. 손님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분명 선착순으로 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마지막날엔 앉아올 수 있었다.






1월 19일(목). 오늘은 곰목장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를 거쳐서 칼데라호로 유명한 '도야호'를 갔다 오기로 한다.

숙소에서 먼 거리이다 보니 다녀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보채는 사람 없고 가는 내내  보이는 것이 죄다 구경거리이니 서둘필요 없어서 좋다. 안내의 깃발을 보고 다니던 것에 익숙한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눈보라가 어제보다 심하고 기온도 더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이 곳의 차를 믿고 긴장하면서 장장 2시간 넘게 운전해서






노보리베츠에 도착했다. 하지만, 주차에 인색한 곳이 여기인 듯 하다. 공테에 주차할 때마다 어디서 오는건지 득달 같이 사람이 나와서 손을 내민다. 어디어디 전용주차장이란다. 싸기라도 하면 차를 세워둘 수 있겠는데 주차비가 어마무시해서 세워둘 수 없었다.

짜증스러워서 지나치기로 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싼 공용주차장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올테고 그렇다면 물건도 많이 팔릴텐데..

상술의 귀재인 일본에서 이런일이 있을 수 있겠나 싶기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찾지 못한 공용주차장이 있긴 있다고 한다.







도야호. 분명 여름엔 나름 멋진 풍경으로 다가왔을테지만, 바람불고 눈발내리는 지금은 그저 이름난 한 호수에 불과하다.

그래도 제 이름에 걸맞는 무게가 있으니 주삣주삣 여기저기 살펴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마음에 담기질 않으니 곧바로 차에 올랐다.

하지만, 눈보라는 계속되고 산계곡길을 오르고 내림에 운전자는 물론이고 뒷좌석의 나까지 온 몸에 힘이 드는 귀로이다. 창 밖 구경은 커녕 숙소로 오는 시간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밖에 없었다.






1월 20일(금). 실제적인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여행지는 전날 식사시간에 인터넷이나 귀동냥으로 들은 여행지를 추천해서 결정된 대로 '비에이'를 향했다. 기온은 가장추운 영하17도를 기록했지만 날씨는 화창하기만 하다. 갑자기 생각하닌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서울 같으면 영하3도만 돼도 몹시 춥다고 느껴지던데 영하13도 정도는 춥다고 느껴지질 않으니.. 나만 그런걸까?


한참을 운전하고 가니 모든 평야를 눈으로 덮어놓은 듯한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작지 안에 몇몇개의 집들이 흩어져 있다. 암튼, 차거운 날씨에도 포근한 느낌이다.





차는 순백의 길을 달려 보는 것만으로도 정화되는 숲을 지나고 그렇게 가다보니...







더 이상 길이 없다. 눈을 치우는 것도 한계에 이른 듯, 눈 밭에 '요기까지가 길이다'라는 씨그널(화살표)를 단 철제 기둥들이 마주보고 서서 길에 의미를 두고있을 뿐이다.






이게 또 얼마나 힐링을 많이 주는 풍경인지.. 어린이라도 된 듯, 눈밭에 뒹굴고 걷고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이가 들 수록 지혜도 많아지듯이 그런 명언들이 켜켜히 쌓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터이다.

이렇게 깨끗하고 포근하게 쌓여있는 저 눈밭이.. 그 깊이 사람 키만큼이나 된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저 좋아라 그 밭에 뛰어든 일행 중 하나는 남의 도움을 빌어서 간신히 눈구덩이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 '비에이'라는 지역은 사실 여름에 더 유명하다. 아래의 그림처럼 그 너른 언덕이 각종 꽃으로 뒤뎦혀있어 그 모습이 장관이 되기 때문이라던데


 <제루부 언덕의 봄 여름 __ 어느 블로거의 사진에서 발췌함>


겨울에도 그만큼 보다는 덜할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힐링이 되는 풍경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즐거워 하다가 가까운 동네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첫 날 맛집탐방에 실패를 한 후에, 가까운 현지 음식점 들르기를 좋아해서 적당하다 싶으면 들르곤 했는데.. 이번엔 가는 길 반대편에 있음에도

한 친구의 눈에 뜨였고, 모두들 당연하게도 되돌아 가서 그 음식점에 들어섰다.





분명 시골에 있는 한 음식점이었건만 대기석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알밥을 곁들인 튀김우동.

조금 짠 것을 제외하면 몹시 맛이 있는 음식점이었다. 우연찮게 맛집으로 소문난 '츠루키'가 그 집이었다 .






이곳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뭔가 의미를 찾다가 이 곳 대학은 어떨까 하고 북해도대학을 탐방하기로 하고 다시 상야황역에서 전철을 타고 삿뽀로역에서 내렸다. 삿뽀로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학이 있었는데 속에 까지는 보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정문일대를 살펴본 다음에 다시 삿뽀로역으로 향했다.






삿뽀로역 야경조명을 뒤로하고 여기 대도시 술집(이쟈까야?) 분위기를 파악할 겸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술집에 들렸다.





여기로 치자면 대학기 주막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특기할 점은 술은 꼭 잔으로 판다는 점. 데운 정종(사케)이 없다는 점.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있었다.






1월 21일(토). 느긋하게 아침을 갖고 짐을 꾸려서 체크아웃한 시간 11시.

렌트카를 반납하고 출국수속을 마친 시간 오후1시 경. 원래 이륙 예정인 오후 3시 20분 비행기가 인천공항의 폭설로 지연된댄다.

그래도 공항내 음식점에서 점심을 갖고 쇼핑을 가진다. 하지만, 이륙시간이 또 지연된다... 7시 40분!!!

인천공항을 나오니 밤 12시가 지난지 20분이나 된다. 제주항공에서 제공한 버스로 강남에 내리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다음날 새벽 2시이다. 분당에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자칫 제 시간의 버스도 타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항공사의 버스편이 모두 서울 방향만 되어있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기만 하다.


<홋카이도 여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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