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지리산 서북능선 __ 발그레 볼 붉힌 바래봉. 본문

등산

지리산 서북능선 __ 발그레 볼 붉힌 바래봉.

mangsan_TM 2017. 5. 7. 15:24




2017년 5월 3일. 황금연휴의 시작이다.

평소 꼭 가보기를 원했던 지리산 서북능선. 이 기회를 빌어서 직장 동료들 8명과 함께 걷기로 했다. 황금연휴인 만큼 교통체증을 대비해서 새벽 5시 30분 경에는 이미 서울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결과 느긋한 아침식사를 가졌음에도 용산마을 주차장에는 9시 30분 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용산마을 주차장에는 이 곳 남원시에서 살고 계시는 직장동료의 친구분이 벌써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성삼재에서 구인월로 올곶이 종주하고 싶었지만, 함께 사는 사회가 그렇듯이 함께 어울리기엔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가는 구간이 제격이다 싶어 동료 친구분의 차로 정령치로 이동했다.





정령치엔 여러 산우들의 블로그를 참조한 결과 분명 새로 만들어졌을 에코브릿지와 정령치 표지석이 눈에 띄어서 잠시 눈에 담고 고갯마루를 올라 본격적인 산길을 걷는다. 아마도 오전 10시 쯤?





고개에 올라서면 맨 처음에 보이는 것이 시원히 조망되는 고기저수지이다. 그리고 오른쪽 부드럽게 이어진 길이 발길을 재촉한다. 길은 걷기 적당한 넓이로 관목과 때론 주목? 사이를 지나고 가끔은 돌들도 내어주어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게 해 준다.








처음 위 지도를 살펴보고 정령치(1172m)가 바래봉(1165m) 보다 해발고도가 높으니 사실, 지금 오르는 이 고리봉(1305m)이 오늘 가는 길의 최고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고리봉 정상에 다다를 수록 경관이 빼어날 수밖에...

뒤돌아보면 멀리 노고단이 보이고 바로 앞쪽 가까이에 만복대가 보인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남원시로 가는 굽이길이 어쩜 아찔하기까지 하다. 




 드디어 고리봉에 올라섰다. 일망무제라고 하던가? 휘휘 둘러보는 시야에 거칠 것이 없다. 한동안 자작한 땀을 맛본 즐거움을 함께 한 동료들끼리 나누고 다시 길을 걷는다.






 좀 전에도 말했지만 정령치가 바래봉보다 높아서 가는 길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 했지만, 역시 큰산은 뭐가 달라도 다르기 마련인가 보다.

거칠게 내리는 길도 틈틈이 내어주고 그만큼 또 급하게 오르는 길 또한 보여준다. 결코 쉽게만 볼 수 있는 길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세걸산. 이 서북능선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오른쪽 노고단부터 반야봉을 거쳐 천왕봉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미세먼지가 조금 있는 날인지 천왕봉쪽으론 시야 상으로도 뿌옇게 보여 사진 촬영을 하지 못했지만, 정상에 있는 사진판넬로 각 봉우리들을 눈에 담아 둔다.






아마도 왼쪽 큰 봉우리가 반야봉일테고, 오른쪽 산줄기가 고리봉부터 지금껏 지나온 길이다. 잠시 쉬려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참 오랫만에 할미꽃을 본다. 작년 이맘때, 소백산에서 본 이후로 처음이다. 흔하디 흐했던 꽃이 귀하디 귀한 꽃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저 멀리 흰 삼각형 봉우리가 보인다. 바래봉이다. 벌써부터 한여름 기온이고 근 4km를 걷다보니 조금은 힘이든다 싶었는데 가고자 하는 산이 보이니 힘이 다시금 생겨나는 것 같다.

저 아래 산 밑으론 산 줄기를 따라서 연녹색잎이 피어나고 있다. 연회색 바탕에다 붓에 연녹색 물감을 묻혀서 힘차게 채색한 것만 같다.






 기온은 여름이라 해도 봄은 봄인가 보다. 누군가의 장난으로 비록 몸이 휘었지만 힘있게 물을 머금고 있는 소나무가 그렇고, 소리없이 조용하게 야금야금 물응 머금은 작은 나무들이또한 그렇다.





 산 밑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었던데, 이 능선 철쭉군락지엔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활짝 피진 않았지만, 대부분 꽃망울을 이고 있고 가끔은 꽃잎을 화사하게 자랑하는 철쭉들이 보인다. 그래선지 추운날 밖에서 놀다 들어온 동자의 발그레한 볼이 연상되었다.





 팔랑치를 지나니 그 색이 좀 더 짙다.








 이제는 바래봉이 좀 더 가까워지고




뒤돌아보니 서북능선이 오르락내리락 정겨이 이어져 있다.







 안부삼거리. 오른쪽으로 600m 정도 더 가면 바래봉이다. 인월로 가지 않을 경우엔 이 곳으로 다시 돌아와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안부삼거리에서 바래봉으로 한 150m 쯤 가다보면 식수가 있어 산우들의 짐과 갈증을 덜어준다.






 어느 산이든 정상은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이 곳 역시 한 300m 쯤 가파르게 오른 후에야 정상을 설 수 있다.

모양새가 꼭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향하는 소백산 길과 같아 보여서 낯설지가 않았다.




 정상에 다다르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면서 뒤돌아 보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어 괜스레 어깨가 우쭐거려진다.





바래봉. 만복대와 함께 지리산 서북능선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곳.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했다.

정상에 오른 이 기분! 즐기면 즐길수록 더 기분이 좋아진다.







 안부삼거리에서 용산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지도상으론 운지암으로 가는 길도 있던데, 돌판 혹은 시멘트사각판으로 놓아진 길이 철죽제 행사장으로 급하게 내려져 있다. 장거리 길을 걷던 사람은 반드시 조심히 내려와야 무릎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







 철죽제를 할 만큼 산 밑에는 철쭉이 화려하게 피어있었다. 그 화려함을 담고 느끼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무릎을 쉴 수 있었고, 






 용산 허브마을 주차장까지 기록된 길은 무려 15km. 오후 6시에 다다를 수 있었다.





 동료 친구분이 가꾸는 농가에서 맛난 저녁과 행복한 꿈을 갖고 다음날 일찍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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