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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한계산성 -- 안산의 정상을 가까이 두고 그냥 지나치다. 본문
2017년. 8월 19일.
슬프고도 결의가 엿보이는 옛 선인들의 자취. 한계산성을 산악회N의 회원 26명과 함께 다녀오다.
아침 10시. 설악산 서북능선 자락에 있는 옥녀계곡에 접어들어서 대승령을 거쳐 장수대에 오후 6시 경에 도착하다.
인제에서 설악산 한계령으로 가는 길 초입에 예전에만 해도 옥녀탕매점이 있었나 보다.
정확히는 아침 9시 55분에 그 터의 산쪽에 있는 큰 바위를 왼쪽으로 끼고 돌아 오르면서 한계산성을 찾아든다.
사람들의 소문만큼이나 무서운 것이 발길인가 보다.
분명 옛사람들의 발자욱이 무수히 많았을 텐데 지금은 거친 야생의 식물들로 그득하다.
그런 길을 헤쳐 나가다가 개울이나 계곡이 있으면 건너기를 몇번.
몸에 어느새 적당한 열기가 돌아 땀방울이 맺힐 즈음에 견고하고 깔끔히 쌓여진 성곽에 도착한다.
성 앞부분에는
고려말이던가?
몽고 달자들의 침략으로 인근 아녀자들의 수난과 식량등의 탈취 등에 항거하여
이 험지에다 성을 쌓고 사람들 보호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석비가 놓여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를 이끄는 위정자들의 역량을 생각하게 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 비비의 폰>
산성은 주변 지형지물을 적당히 이용해서 가파르게 오르는 것 같다.
더불어 우리의 길 또한 더없이 치솟고 있다. 뿐일까? 길은
촉스톤 바위 밑을 지나 힘겹게 오르거나
좁은 구멍으로 혹은 절벽을 밑에 두고 바위를 휘돌기도 한다.
때로는 미끄럽고 가파른 바위 위를 지나고 있어서 한 가닥의 로프가 있어야만이 갈 수 있게도 한다.
하지만, 요소요소에서 보여주는 절경들이 있어 걷는데 힘든줄 모르게 한다.
앞 쪽 멀리에 안산의 트레이드마크인 두 귀 쫑긋 세운 고양이 바위가 보이고.
뒤돌아서 보이는 것은 구름을 머리에 인 가리봉 능선이다.
이 고양이바위와 가리봉능선은 오르는 내내 따라와서 높이와 날씨에 따른 제 각기의 모습을 멋드러지게 보여준다.
사실, 글은 짧다.
지금까지 오르면서 고생한 것을 글로 다풀어내기 어려워
가볍고도 간결하게 글을 써서 그렇지 이미 입구부터 지금까지 걸은 길이가 대략 3km인데 반하여 걸린 시간은 5시간이 되니
그 험난한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비가 올 기미가 없어 다행스럽다.
리딩하시는 분의 말씀. 이제 큰 고비 하나가 남았다고 한다.
앞쪽으로 보이는 바위 절벽면이 어쩌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는..
그 사람 뒤통수 쪽에 끝쪽 절벽에 매달린 줄을 타고 오르면 큰 위험 구간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을 오르려면
몇 가닥의 밧줄에 의지해서 절벽 중간으로 내려서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절벽 허리를 가로질러 안전지대에 발을 딛고
다시 줄을 의지하거나 나무를 의지하고 나서야 간신히 그 바위 절벽 밑에 설 수 있다.
그 일련의 과정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마치고 나면 본인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암튼, 오른 후에 바라보이는 풍경은 지금까지의 힘듬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다.
여전히 구름으로 모습응 숨겼다 보여줬다 하는 고양이 바위가 그렇고
뒤돌아 보이는 가리봉능선의 절경 역시 감탄스럽다.
물론, 이 정도에서는 오른 족 아래로 한계렬으로 가는 길과 장수대도 보이고
비록, 대승폭포는 보이지 않지만 대승폭포 뒤 쪽에 있는 산의 병풍처럼 늘어선 바위절벽 또한 절경으로 다가온다.
이제는 산 정상과 그 위쪽 하늘이 가까이 보인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계산성의 자취는 이어져 있다. 이렇게 오르기도 힘이 드는데..
그런 험지를 이용해 성을 쌓은 대단한 기술에 감탄하고,
이렇게 까지 해야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그 당시의 위정자들 한테 다시한번 야유를 보낸다. 현재에 있는 위정자들은 그들과 다를까..?
성곽길을 지나면, 언제 바위가 있었나 싶게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다
산등성이를 가까이 두고 한번 더 체력을 요한다.
오후 3시를 전후해서 이곳 설악산에는 비가 예보되었는데 오후 3시가 넘은 지금도 비 소식은 없다.
비 맞을 각오로 오긴 했지만.. 아주 작은 양의 비가 왔더라면..그 미끄러운 정도는 어땠응까..?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역시, 힘듬에 대한 보상은?
답은 아름다운 풍경이다. 특히, 구름이 제 기분대로 활강하는 곳, 가리봉능선이 인상적이다.
하늘이 열린 고사목 길을 잠시 걷고 있다가
발뒤꿈치에 힘 한번 더 주고 나면
옆 가까이에 고양이 바위가 나온다.
보기에는 가까이 보이지만 사실 꽤 먼거리에 있는 봉우리이다.
안산 그 뒤쪽으로 조금 더 가야하니 거기까지 다녀오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드디어 대승령에서 안산으로 향하는 길과 마주한다.
안산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적어도 50분은 소요된다고 하고 현재시간은 오후 4시가 넘었다.
다음에 올 핑계거리로 사실은 많은 체력저하로 대승령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야생화보호구역에서 뒤돌아 보니
저 아래쪽에 한계령길이 보이고 그 곳 어딘가에서 시작하여 이어졌을 산성의 자취가 묻은 능선길이 가까이 보인다.
드디어 설악산 서북능선길과 만나서
대승령에 도착했다.
이전엔 보지 못한 표지목이라 해야 하나? 암튼, 대승령이란 글이 적힌 나무기둥이 조금은 낫설다.
장수대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돌들을 덮고 있어서 무릎에 조금씩 조금씩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큰 수해로 인해 길이 유실될 것을 대비한다고 하니 할 말은 없지만 이 돌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면서 내려간다.
많이 보고 많이 즐기는 대비책으로 무릎보호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물 곁에 앉아 무릎을 식혀주고 다시 걸으니 얼마 안가
대승폭포이다.
그동안 꽤 많은 비가 내려선지 지금껏 보아온 대승폭포 중 최고의 수량이다.
이미 올라오면서 본 폭포 뒤쪽의 풍경을 그리다 보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비비 폰 그림>
이제는 익숙한 가리봉능선. 그리고 나무계단을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서길 반복하다보니
곧 장수대탕방지원센터이다.
비록, 8km가 채 안되는 거리였지만, 보낸 시간은 8시간이 넘는다,
꼭 가고픈 산행지 안산.
하지만 길이 험하고 비도 예보되어 사실 무지 망설였던 산행지였다.
그래도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는 진실 하나에,
갈 수 있을 때 가고 볼 수 있을 때 보자는 내 새로운 신념 하나를 더하여 산행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늘 함께 산행도 하고, 건강 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는 내 지인 중 하나가 느닷없이 백혈병 선고를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다.
내 새로운 신념을 갖게된 동기이다.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긴 돌계단을 내려와서인지 무름에 살짝 통증이 감지되지만
무언가 뿌듯한 포만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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