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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천불동 __ 비경에 취해 1도 깨닫지 못하다. 본문
2017년 9월 2일(토)
02시 20분. 설악산 소공원에서 헤드랜턴을 켜고 걷기 시작한다.
주위는 온통 시커먼 어둠에 잠기어서 발자욱 소리마저 짓눌려 가늘게 들리지만
눈에 들어오는 정보가 적으니 오히려 생각이 많아진다.
모두가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 이렇게 걷는 이유는 뭘까? 등등 하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곧 쏟아질듯 하다.
그거 하나로도 내가 지금 여기를 걷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소공원에서 비선대를 지나 어느새 양폭산장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어둠은 물러날 기척이 없다.
새벽 4시 30분이니 당연한 일이다. 잠시 쉬었다가
양폭 옆으로 이어지는 데크길 옆으로 살짝 스며들었다.(밑 그림은 려오면서 본 바로 그 장소이다)
이제부터는 음폭골로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5시도 되지 않은 시각이지만, 벌써 7km 이상을 걸어선지
허기가 온다. 주섬주섬 가방에 넣어온 빵 반조각 사과 한 개를 꺼내들고 헤드랜턴의 불을 껐다.
하늘엔 별들이 찬란하다. 하지만, 제법 날씨가 차가워서 가지고온 두터운 재킷을 걸쳐야만 했다.
불빛이 없어도 길을 나설 수 있어서 짐을 꾸리고 잠시 골을 따라서 올라가니 곧 음폭이 나온다.
길은 음폭의 상단으로 이어지지만...그림 상으로는 별 위험이 없어 보이나
사실 폭포 좌우는 물기로 미끄럽고 보기보다 웅장해서 왼쪽 사면으로 우회하기로 한다.
어느 누군가는 분명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절벽을 가로질러 상단으로 간 모양이다. 줄이 그를 말해 준다.
우회길도 만만치 않아서 가파르게 올랐다가 로프에 의지해서 간신히 도달한다.
그래도 돌아내려와 밑을 바라보니 또다른 멋진 모습이 있다.
길은 여전히 음폭골을 따라서 위로 이어진다.
하지만, 경사가 있고 물기가 다분하여 쉬이 자신의 곁을 주진 않고..
도든게 그렇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듯이
마침내 음폭골과 염주폭골이 만나는 지점에 도달했고 이어서
크게는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가 땅과 만나서 이루는 물방울이 꼭 염주알 같다하여 이름을 가진
염주폭포에 이르른다.
밖은 환한 세상이지만 여기는 아직도 여명이 이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날것 그대로인 음폭골을 헤쳐온 것이 몹시 힘이 들었나 보다.
다시 허기가 져서 준비한 컵라면과 직장동료가 정성있게 건네준 찹쌀떡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그리곤 다시 음폭골을 조금 오른 뒤
드디어 천당릿지 5봉과 6봉 사이의 안부로 오르기 시작한다.
힘 들때마다 작은 위안을 준 금강초롱을 지나고
잠시 쉬면서 감상한 꼬깔봉을 뒤로 하고 나니
눈 앞이 확 트이면서 공룡능선(희운각쪽)의 처음을 알리는 신선대가 눙에 꽉 차게 들어선다.
오하~~ 먼지 한톨 없이 맑고 쾌청한 날이다.
아래로는 천불동계곡과 길이 보이고
안부에서 오른쪽 5봉 밑을 통과해 나가자
멀리 금강산 첫 봉우리 신선봉을 따라서 아래쪽으로 바위가 힘을 준 울산바위가 보이고 가까이는 만경대가 그 위용을 보인다.
또한, 이곳과 천불동계곡을 기준으로 마주한
칠형제봉이 보이고 그 바로 뒤에는 아름다운 범바위.. 그리고 저 멀리 신선봉과 이어지는 황철봉이 거침없이 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바로 아래로는 천당릿지 4봉과 3봉, 2봉, 1봉이..
1,2봉은 힘들지만 4봉, 3봉은 갈 수 있다고 하여 살펴보러 내려갔다.
4봉 아랫쪽으론 천길낭떨어지지만 생긴모양이 낙타와 같다고 하여 몇몇 분은 낙타타기 놀이를 한다.
사실, 바위가 신발 바닥에 잘 달라붙어 보기보다는 크게 위험하지 않아서
내친김에 3봉까지 간 다음 인증샷.
그리고 뒤돌아서 5봉, 6봉 그리고 오른쪽 7봉을 뒤로하고 또 인증샷.
5봉 꼭대기에 있는 달팽이 더듬이처럼 생긴 바위가 특히 눈길을 끌었지만 오를 수 없는 곳이라 한다.
다시 5봉으로 돌아와 다녀온 곳을 보았더니
그 보이는 경관이 좀 더 튼실하게 다가와 괜스레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만 같다.
6봉도 오를 수 없는 곳. 그 옆으로 이어진 7봉 가는 길 또한 걸을 수 없는 곳.
그러니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 7봉으로 오를 수 밖에....
한참을 내려와 위를 보니 6봉 위에 얹혀진 바위 한덩어리가 곧 밑으로 떨어질 것만 같아 가는 데 긴장감을 더해 준다.
다시 시작된 오르막은 풀뿌리 나뭇가지 하다못해 땅에 박힌 돌뿌리 까지 소중히 여기게끔 만든다.
왜냐하면 심한 경사도와 미끄러운 토양 등이 그들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오름길의 화룡점정은 마지막에 있는 바위구멍길. 좁고 각지고 게다가 위도 막힌 길.
살짝 머리도 찢고 팔둑도 긁히고 해서 올라와 보니
오히려 그 길을 덮고 있는 바위는 평화롭게 오수를 즐기는 공룡의 얼굴을 하고 있어 귀엽게만 보인다.
또다시 5봉에 보였던 멋진 모습들이 한번 더 펼쳐진다.
5봉과 다른점이 있다면 보다 호쾌하고 장쾌한 느낌이랄까? 분명히 전과 다른 감성으로 느껴지는 장관이다.
7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천불동계곡쪽 좁은 바윗길을 걸어야 하는데
그 밑이 천길 절벽이어서 조금을 걷는데도 가슴이 저릿저릿...
하지만, 올라서면 그동안 눈에 담지 않았던
설악의 중청과 대청이 보이고 그들 사이로 이어지는 죽음의 계곡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물론, 조금 뒤 가야할 천당문이란 바위를 인 8봉의 모습도 자세히 보이고...
어째서 이 돌바위로 이뤄진 문을 천당문이라 하는 걸까?
그 문을 통과하려면 배낭조차 위로 들고 통과하게 하여서일까?
그도 아니면 그 문에 있는 바윗돌이 구도자의 마음가짐을 느끼게 해서일까?
혹, 문을 통과한 후에 보여지는 것이 속세에서는 결 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
사실, 위 모두이기 때문일 것 같다. 덧붙이자면 이곳에서 대청으로 오르는 길이 쭈욱 이어지던데..
이 문을 통과하면 곧 끝이라는 관념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설악이 품고 있는 많은 비경들 중 또 한가지를 보았으니 오늘은 이만 만족을 해야하지 않을까?
내려가는 길은 이 8봉 아래에 있는 계곡을 따라 놓여있고 그 끝에는 천불동계곡길과 이어진다.
신은 공평하다고 했던가?
얻은 것이 있으면 베풀어야 하듯이 시련이 있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가 분명 있을 테니까..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
격한 광경을 본 값어치 만큼이나 하산하는 길의 위험성 역시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고 말하고 싶어서 이다.
천불동 본 길과 합류한다.
조금 내려서니 이 릿지길의 이름을 준 천당폭포가 나왔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지 않던 시절에 설악산에 오르는 이 길 끝에 있는 폭포로서
이곳까지 온 사람들이 느낀 감성은 선계의 그것과 같아서 유래된 이름이라 하던데..
내려오면서 보니 좀전까지 걸었던 천당릿지가 보인다.
그리고 다양한 모습들을 간직한 바위의 형상들...그 모습이 마치 천여 개의 불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천불동이라 하던데...
어쩌면 이 선계와 같은 곳에 와서 대오각성한 사람들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아닐까?
분명 이 자연이 누군가에겐 깨달음 줄 것 같다.
비록, 나와 같은 속인이야 이쁜 그림만으로 만족할 수 있겠지만...
양폭.
어둠때문에 알 수 없었던 음폭골 입구. 새삼 양폭(그림 오른쪽) 보다는 그 모습을 더 각인한다.
멀리 신선대를 둔 양폭산장이 평화롭게만 보인다.
벌써 길이만 10 여 km 정도 걸었나 보다.
발바닥이 약간씩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어서 평소보다 더 천천히 걸어서 소공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신흥사 일주문이 보였다.
재미있게도 이 일주문을 많이도 지나쳤는데, 이렇게 자세히 그 뒷면을 살펴보기는 처음이다.
담백하다고 할까? 아니면 친근감? 암튼 경외롭고 화려한 앞모습하고는 달리 보여진다.
사람 또한 그와 별 차이 없을 듯 하다.
소공원을 나선 시간이 오후 2시 20분 경.
비록 해 뜨기를 기다린 시간과 휴식시간 모두를 포함하긴 했지만 대략 16km 의 길을 꼬박 12시간에 걸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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