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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북한산 향로봉과 비봉 __ 진관사 원점회귀 길 본문
2017년 9월 24일(일).
오늘은 아주 오랫만에 북한산을 가기로 한다. 늘 많은 사람들이 붐벼서 가기를 주저했지만..
오늘 만큼은 아주 작심을 하고 등산화를 신는다.
무심코 신을 바라보니 많이 낡은 것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많은 곳을 함께 했는데.. 어쩌면 곧 이별할지도 모르겠다.
북한산은 자신이 지닌 명성 만큼 길 역시 많이 품고 있다. 그들 중 오늘은 진관사길을 돌아볼 계획이다.
진관사 -->발바닥바위 --> 향로봉 --> 비봉 --> 사모바위 그리고 응봉능선으로 내려와서 진관사로 가는 원점회귀 코스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곰감하는 산 벗 두 명과 함께 위 지도에 있는 북한산 119산악구조대를 네비에 넣고 아침 8시 30분 분당을 출발한다.
하지만 은평 뉴타운의 개발 여파로 네비는 어느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혼란스러워만 해서
결국엔 진관사로 다시 입력한 뒤에서야 진관사 일주문 앞에 있는 주차장으로 안내를 한다.
아침 9시 30분 정도,
삼각산 일주문을 들어서고
극락교를 건너기 전 오른쪽 데크길로 들어선다.
극락교를 건너 왼쪽 이정표가 세워진 곳은 응봉으로 가는 길이고 우리가 하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잘 만들어진 이정표의 지시대로 향로봉을 향해 가다가
등산로 표시를 달고 있는 줄이 나오면 그 줄을 살포시 넘어선다.
등산로가 가르키는 길은 향로봉에 이르는 계곡길이다. 물소리가 그리울 때 걷기 좋은 길이다.
이 길은 능선길로 짧은 소나무숲길과
근육질 바윗길로
한 30분 정도 땀을 내고 오르다 보면 곧 시야가 트여서.
오늘은.. 황사가 있어서 앞쪽의 응봉능선 그 뒤의 의상능선이 ...
앞쪽으로는 대머리바위(혹은 발바닥바위)가 다가오고
아랫쪽으로는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등로가 보인다.
흐른 땀을 잠시 식히고 나서 조금 걸어 오르면 곧 기차촌에서 올라온 길과 합류하고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걷다보면
앞쪽 가까이에 족두리봉이 보인다.
에고 황사만 아니었다면.. 저 족두리봉의 멋진 모습이 가슴으로 확 들어설텐데..
대머리바위. 풍화된 모습이 바위이기 보다는 부드러운 사막과도 같다.
그 곳을 지나면 곧 기묘한 암릉길이 나오는데 그 뒷쪽 모습이 또한 기묘하다.
누구는 곰발바닥 같다고 하고 또 누구는 물속을 헤엄치는 돔 같다고도 하고...
이제 본 능선길에 접어든다.
향로봉의 제1봉 2봉 3봉의 모습이 코 앞이지만
그 오름길이 가볍지가 않다.
거친 숨을 달래보려고 잠시 뒤돌아 보니 우리가 걸었던 길이 펼쳐져 보인다.
유독 희게 보이는 봉우리. 왜 발바닥바위라 불리우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향로봉에 가까워질수록 북한산의 모습이 넓게 전개가 되지만...
저 멀리 사모바위 그리고 비봉이 황사에 쌓여서 뿌옇게 보이는 것이 못내 아쉽다.
이제는 비봉 위 사람들이 보여지고
머리 바로 위로 향로봉이 위치하더니
드디어 향로봉.
곧 향로봉 정상이다.
원래는 위험구간이라서 출입구에 바리케이트가 있지만..
그래도 봉우리 위 잠자리들하고 인증샷 만큼은 남기고 싶어서..
향로봉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 또한 일품이라서
지나온 암릉구간은 물론
앞으로 가야할 비봉 그리고 날씨만 좋았더라면 거침없이 펼쳐졌을 북한산 여러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다.
향로봉에서 비봉까지는 거의 이웃 사촌.
발가락에 잠시 힘을 주었더니
비봉 오름의 수문장. 코뿔소 바위가 나온다.
비봉 꼭대기 까지는 암릉의 스릴을 주는 구간이라서.. 잠시라도 겁을 안고 있다가는 오를 수 없다.
오래전에는 첫 번째 복제품(2006년 철거)인 진흥왕 순수비가 있었는데...
원형과 같은 복제품은 오늘 처음 보는 것이니까 참 오랫만에 오는 비봉이다.
다시 조심스럽게 바위봉우리를 내려서는데...
한떼의 사람들이 코뿔소바위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어는 한 사람은 밑으로 뛰어 내리기 까지... 성숙한 산행문화의 보급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봉에서 조금 걸으면 옛 선인들의 사모관대 중 사모와 닮았다는 사모바위가 나오는데
이 곳의 왼쪽 방향이 응봉능선으로 들어서는 기점이 된다.
응봉능선의 매력 중 하나는
걷는 내내 의상능선을 조망하고 그 뒤쪽으로 삼각산(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인수봉)까지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가까스로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오른쪽부터)
의상봉 용혈봉 용출봉.. 그리고
뒷쪽 왼편으로 보이는 비봉의 새로운 모습과
앞쪽 멀리 응봉 그리고 그 아랫쪽 진관사의 모습까지.. 그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역시 북한산인가?
급경사와 암릉길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삼천사가 보이고
왼쪽으로 진관사가 보이더니
삼천사와 진관사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표시목이 가르키는 대로 진관사로 향했더니...
성근 마사토에 가파른 내리막길. 넘어지지 않게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그 거친 길은 진관사를 500 m 정도 남겨 두고서야 유순해 지더니
어느새 해탈문을 곁에 둔다.
지금 오후2시.
살방살방 4시간 반을 걸었다. 기껏해야 8 km도 안될텐데.. 역시 북한산은 북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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