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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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속리산 천왕봉 __ 갈령에서 장각동까지

mangsan_TM 2018. 3. 13. 15:18





2018년 3월 11일(일).

휴식이 게으름을 낳아서 집에서만 뒹글거렸더니 살이 말 그대로 푸짐하게 오른다.

더 이상 게으름은 안되겠다 싶어 장기 산행을 계획하고 산방을 기웃거리다.

예전에 한 번 함께 했던 산방 솔**에서 속리산 대간길을 간다고 하기에 재빠르게 꼬리를 잡고 아침 6시 30분 야탑에서 버스에 올랐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은

 갈령 -->형제봉 --> 피앗재 --> 천황봉(1057.7m) -->장각동까지 대략 14km로 예정한다.




갈령. 버스에 내려 산행 준비를 마치고 표지석 뒷편으로 난 길에 첫 발을 디뎠다.

막 9시가 되어가는 시간이다.






경칩도 지났지만 길 주위엔 얼마전 내린 눈이 그대로 있다.

그래도 가방에 넣어둔 아이젠을 꺼내기 싫어서 어떻게든 길을 걸어본다.





길을 걷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저 앞쪽으로 형제봉이 보이고 거기로 가는 능선이 시원하게 보인다.

왠지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곳곳에 깊게 자리한 눈이 길 위에 있어 걸음걸이를 더디도 힘겨웁게 한다.






그래서 금방이라도 다다를 것 같았던 형제봉을 무려 한시간을 보낸 후에야 볼 수 있었다.




백두대간길의 한 랜드마크인 형제봉.

앞으로 갈 길 혹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볼 수 있어 기분을 좀 더 촣게 한다.




형제봉부터는 다시 내리막길.

그 경사가 가파라서 게으름피우면서 미루던 아이젠을 결국 장착을 한다.




오르고 내리길 여러 번.

드디어 멀리 천황봉과 비로봉이 눈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벌써 두 시간을 넘게 걸어서 지쳐가는 상태인지라 저 멀리 보이는 오르고 내리는 능선이 걱정스럽게 다가온다.




그래도 준비해 온 점심을 갖고

그 힘과 상큼한 힘으로 나를 응원하는 산죽이 있는 길을 걷고 있으니 절로 기운이 솟는 것 같다.




이젠 천황봉이 가까이 보이는 마지막 구간이다.

이 곳이 오늘의 산행의 화룔정점. 그 경사가 만만치 않다.





기온이 점차 오름에 따라서 경사진 길에 쌓였던 눈들이 녹아가면서 한결 미끄러움을 더하고 있어

줄을 잡고 오르는 것도 힘에 겨웁다.

제길.. 아이젠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큰 불편을 안았을 것 같다.

평소에 아파보지 않던 허벅지도 은근히 통증이 일고 있는데..





상큼한 산죽으로 둘러싸인 그 길 끝에서 정상에서만 가질 수 있는 여유로운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니...

와우~~ 감탄이 절로 인다. 갈령은 형제봉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형제봉부터 그동안 쭈욱 걸어온 능선이 살아서 내게 오는 듯 하다.




산행 시작한 뒤 거의 다섯 시간에 가깝게 오르고 나서야 드디어 정상석을 앞에 둘 수 있었다.

어라? 각 종 지도엔 천황봉으로 표기되었던데..? 정상석엔 천왕봉으로 기록이 되어 있다.




걸어온 방향 앞쪽

비로봉이 있고 멀리 문장대가 있고..  화북에서 오르든 법주사에서 오르든 저 쪽으론 많은 발자욱을 남겼는데..

이 갈령 구간길은 오늘 처음으로 발자국을 남길 수 있어서 왠지 뿌듯하다.




이제 정상을 뒤로하고.. 그래도 아쉬운 마음으로 뒤돌아 보다가




힘차게 장각동으로 향한다.

장각동으로 가는 길은 문장대로 가는 길을 얼마간 쫒다가 처음으로 오른쪽으로 갈리는 능선길이다.





길은 비교적 급하게 내리고

쌓인 눈이 발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다.




그래도, 봄은 봄인가 보다.

그 많던 눈이 어느새 없어지더니 길 오른편으로 시원한 물이 호호탕탕 내려가고 있는 계곡이 따르고 있었다.






시원스럽게 뻗은 나무들을 지나고 나니




곧 장각동 마을.

큰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아니어서 투박한 시멘트길을 무려 2km 가까이 걸어야 했지만





냇가 옆 물오른 버들강아지가 그 힘을 덜어준다.




13.7km. 6시간 45분. 예상했던 거리와 시간. 모처럼 장거리 산행으로 다리가 찌뿌둥하지만.. 기분은 한결 개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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