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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덕유산 __ 그 눈꽃송이 본문
2018년 신년맞이 첫 눈산행을 어디로 할까 고민하다 남부지방에 눈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덕유산에 오르기로 했다.
1월 14일(일). 역시 언제나 내겐 친절한 산악회MTR의 안내를 받는다.
휴가 중이라서 기상시간이 몹시 늦어진(보통 9시 기상) 요즘 아침 일찍 간신히 일어나 수선을 피우고 나서
복정으로 가 버스에 올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상당히 추워서 옷을 많이 껴 입었더니 비둔한 몸속에서 반갑지 않게 땀이 스며든다.
버스가 천안을 지날 때 쯤, 해가 마치 새색시인양 살포시 차창 밖에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침 8시가 막 지난 시간이다.
무려 세 시간을 가서야 무주군 삼공리에 있는 구천동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 주차장에는 많은 차와 사람들로 벌써부터 북적거렸다.
그래도 흰색으로 염색을 멋드러지게 한 덕유산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설레인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주차장--> 백련사 -->향적봉 --> 중봉 -->오수자굴 -->백련사 --> 주차장. 원점회귀이다.
<덕유산등산지도>
10시 50분.
백련사로 출발을 한다.
사실 이 길은 지자체에서 자전거 도로용 포장도로라서 많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눈이 마법을 부려 주위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결코 지루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백련사까지 거리가 자그만치 6km가 된다.
1시간 30분 정도를 걷고 나서야 덕유산백련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덕유산의 기운을 담고 있어선지 몹시 고즈넉하고
안온하다. 또한 품이 넓어서 많은 사람을 감싸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따지려 든다면
산길은 이제부터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평탄한 길과는 달리 가파름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인지...
하지만 힘이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엄청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제부터 보여주는 나뭇가지에 핀 눈꽃송이에 취해서
가다가 쉬고 또 자신의 기억을 사진에다 담아도 보고
그렇게 하다보니
평소 1시간 30분이면 오를 길을 무려
2시간 반을 투자해서 오를 수 있었다.
오후 3시 10분.
그렇지만 정상엔 많은 인파들이 줄을 서서 인증샷을 대기중이다.(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 줄은 설천봉 곤들라를 타기 위한 줄이었음)
그래서 정상인증샷은 포기하고 중봉으로 향한다.
그래도 정상(향적봉 1,614m)에 올랐으니 주변을 휘 둘러보지만
세찬 바람에 잠시 자고 있던 추위가 몰려들어서
대피소 너머 위쪽에 있는 중봉을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길이 설국의 길이었다.
오래된 주목을 감싼 눈이 신비를 주고
관목 가지위에 얼어붙은 눈들이 터널을 만들어 그 밑을 지날 때는 얼음왕국의 동화를 지나는 듯 하다.
게다가 햇빛을 받아 영롱거리는 그 눈덮인 숲의 세계에서는 절로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야할 곳은 가야함이 마땅하다. 고개를 삐꼼히 내민 중봉을 보니 곧
중봉.
예전에 올랐던 안성면 방향의 길. 그리고 멀리보이는 남덕유산 줄기가 시원히 조망이 되고
곧 가야할 오자수길까지. 하지만 칼바람이라서
서둘러서 내려와 바람이 조금이라도 덜한 곳에서 뒤를 돌아보니
쾌청한 날씨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못내 아쉬워 한참을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중봉과 향적봉을 잇는 마루금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게다가 사람들로 이루어진 향적봉의 긴 줄이 여기에서까지 보여지니 그 또한 즐거움을 준다.
오수자굴까지 이르는 길은 내려오는 내내 땀이 흠뻑 배일 정도로 몹시 가파르다.
오수자굴의 명물.
작은 낙수를 타고 고드름이 거꾸로 자라고 있다.
오수자굴부터는 계곡을 옆에 두고 완만히 길로 이루어졌지만
백련사까지 꽤 긴 거리라서 주변을 살피고 즐기지 않는다면 몹시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백련사에 도착을 했다. 오후 5시가 다 돼 가고
어둠은 벌써 올 채비를 마친 듯 하다.
백련사에서 다시 6km의 길을 걸어서
주차장으로 왔을 때는 이미 어둠이 주변에 온통 내려앉아 있었다. 오후 6시 15분이다.
대략 20km의 거리를 7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으로 메꾼것 같다.
종아리 하고 허벅지가 당겨오지만, 그런 것을 기분이 좋은 고통이라 말 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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