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가리왕산 휴양림길 __ 청양골 오지를 가다. 본문

등산

가리왕산 휴양림길 __ 청양골 오지를 가다.

mangsan_TM 2018. 7. 17. 16:16



자연생태의 보고인 가리왕산이 지난 겨울에 치뤄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경기장 건립으로 많이 훼손이 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산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만 졌었다.

그러던 차에 평소 안내를 받아오던 산악회MTR이 2018년 7월 15일(일)에 간다고 하기에 주저없이 참여를 희망했다.

코스는 회동2교 -->청양골 -->세곡임도 -->중봉-->가리왕산상봉)-->어은골 -->자연휴양림. 원점회귀로 예정했다.

<가리왕산 산행지도>




오전 10시. 자연휴양림 바로 앞에 위치한 회동2교를 지나 우측 공터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벌써부터 불볕더위.





입구를 찾지 못해서 소나무와 빨간색 지붕이 인상적인 집을 왼편에 두고 진행했지만.. 길이 산으로 향하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그 붉은지붕의 멋진집이 있는 방향으로...




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회동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왠지 말년을 여기서 보내면 행복할 것만 같다.




다시 펜션 가리왕산*** 옆으로 이어진 포장길을 따라 가니

길 왼편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가 점차로 거세게 들려왔다.




아마도 임도이겠지?

마을길이 끝나고 예전에 분명 임도였을 길이 계곡을 건너 바리케이트를 지나면서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 더 오르자..

많은 산우님들의 글에서 본 팻말이 보였다. 흔히 지도에서 보이는 중봉으로 가는 길 입구가 분명하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 임도로 계속 올랐다.

왜냐하면, 그 길 말고 아주 오래 전 마을분들이 다녔던 길을 찾아 그 길로 오를 예정이니까..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을 올랐음에도 가고자 하는 길의 입구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말했지만 여기 가리왕산의 임도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아서 그 끝을 모른다고 하더니..

불현듯 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와서야 아주 집중을 해서야만 볼 수 있는 옛길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시간 오전 11시. 해발고도 512m 지점이다.




길이라고 인식을 해야 간신히 볼 수 있는 길.




어쩌면 야생의 자연 그대로의 숲.




길인가 보다 하고 걸은 그 길 끝에선..

오래 전 석탄을 캐던 누군가의 움막이 나오고





없는 길을 만들다 보니 세차게 흐르는 물길을 건너길 여러번..






어쩌다 야생의 숲을 가로지를 때에는 모르는 길은 계곡을 따르라는 격언을 상기하면서 연신 계곡 주변을 목표로 산행을 계속했다.




정말이지 거칠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계곡. 나중에 이런저런 지도를 참조해 보니

이곳이 청양골이 아닌가 싶다.




어쩌다 마주치는 바위 너덜길 지대. 돌들이 모두 떠 있어서 안정적이지 않았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큰돌도 밟은면 주르륵 밑으로 쏟아진다. 그만큼 계곡이 가파랐다.




설마 예전의 탄광으로 인한 불완전일까?

암튼 짐작컨데 이 계곡으로 끝까지 가면 중봉하고는 더 머 멀어지는 것 같아서

두 계곡이 합류하는 지점부터는 왼쪽으로 어떻하든지 방향을 잡고 오르고 있었지만..

급경사에 낙석까지..게다가 잡을 수 있는 관목줄기는 대부분이 산딸기 나무여서 잡을 때마다 가시에 찔려 피를 봐야만 했다.




무더운 날씨 탓일까? 몸은 점점 지쳐만 갔다.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언젠가는 끝이 있는 법.

오후 2시가 다 되어서 세곡임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고도 360m 를 높이는데 장장 4시간을 들인 오지산행이었다.

비록 힘이 무척 들었지만... 그 나름 야생의 체험을 했다 생각하니 남보다 조금은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정상등로.

미루었던 점심을 느긋하게 가지고 난 후에 어은골임도 방향(왼쪽방향)으로 조금걸어서

중봉으로 가는 정상등산로에 오를 수 있었다.




중봉으로 향하는 길은 유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누가 이 길을 걸으며 그 거칠면서 급박하던 청양골 계곡길을 생각할 수 있을까?

사람도 이와 같아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좋으련만...




세곡임도부터 중봉에 이르는 길은 거의 참나무숲길이라 할 수 있었다.

청양골을 오르는데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았다면 꽤 여유작작할 수 있는 길이다.

솔잎은 몹시 가늘지만 그들 그늘아래에 어느 식물도 허락하지 않는 반면에

이 참나무들은 잎이 아주 큰것임에도 작은 관목과 풀들의 삶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왔다.

자연의 넓은 시각에서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테지만.. 인간의 시야에서는 이 참나무의 그늘이 몹시 시원하게 느껴지는 한 이유일 것 같았다. 




오후 4시.

세곡임도에서 점심을 여유있게 하고 오른 시간이 약 1시간 남짓

드디어 중봉이다. 여기에는 특별한 표지석이 없었다. 다음지도에서 보면 두 곳에 중봉으로 표기하던데.. 여기 말고 또다른 곳에 표지석이 있으려나..?





상봉으로 가는 길은 편안한 능선길.

큰 갈참나무그늘 밑으로 때론 허벅지까지 오는 관목으로 뒤덮힌 그늘 아래로 길은 이어져 갔다.

그다지 큰 경사가 없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드디어 시야가 트였다. 현재 시간 오후 5시 52분.





내친 걸음으로 빠르게 걸으니 5분이 채 안되어서 정상에 도착했다.

맑은 하늘과 돌무더기. 어느 산을 가던 그 정상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듯이 이곳 또한 감회가 새로웠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정상인증을 하고나서




오늘 내내 궁금하던 스키경기장 시설을 찾아봤다.

그것은 저 아래 하봉에서부터 장구목이 방향으로 길게 놓여 있었지만.. 멀리서 보는 관계로

그것들이 생태에 관해 그 어떤 영향을 주었고 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어떤 의견도 가질 수 없었다.




저기가 어느쪽이지? 풍차가 있고 고냉지 채소가 재배되는 것 같으니..

대관령 부근일까?

정상에서 사방을 휘돌아 다니면서 조망을 한 후에




서둘러 휴양림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정상 바로 밑에서는 풍상(자연)을 간직한 주목이 있는데

묘하게도 보는 것만으로 바람과 비, 눈 그리고 더위와 추위를느낄 수 있었다.




마앙치삼거리에서 왼쪽 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초록융단 같은 풀과 언제나 싱싱함을 채운 초록잎을 가진 큰나무들이 멋드러지게어울린 길이지만.

경사가 몹시 가팔라서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와야만 했다.




드디어 어은골 임도.

전에 있는 세곡 임도와 마찬가지로 해발고도가 800m 대이다.

이 임도가 아마도 어은골의 시작점인 것 같다.




임도에서 조금 내려서자마자 세찬 물소리가 들리더니




푸르른 색을 가진 이끼를 덮고 있는 바위들 사이로 많은 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끼계곡이란 이름을 가진 사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은골 계곡을 따라가다 어느 적당한 곳에서 땀이라도 식힐 작정이었는데..

휴양림매표소를 2.2km 앞 둔 시점부터 길이 계곡이 아닌 산으로 오르고 있어서 몹시 당황했다.




아마도 이곳으로 가리왕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이곳에서 험한 한마디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무시 못할 높이를 올랐다가 다시 내려와야 할 테니까...


하지만, 길은 다시 계곡과 합류를 했고, 이미 오후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서 날도 어둑한 김에

계곡으로 들어가 몸을 식혔다.




다시 길을 걸을 때에는 어둠이 가시적으로 느껴졌다.

카메라는 이미 사물을 담지 못할 정도였지만.. 갤럭시노트8 만큼은 사물을 담아내는데 탁월함 보였다.

혹, 송강 정철님께서 머물렀을 법한 정자도 담아내고




어은골 마지막 정점인 나무다리도 마치 대낮인양 담아냈다.




드디어 심마니교를 건넜다.

이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을 마치게 되지만...




무려 1.5km는 더 걸어내려서야만 휴양림 매표소를 만날 수 있었다.




휴양림 매표소까지.. 그리고 알바한 구간을 모두 합치면 대략 14km의 거리.




지금 시간 오후 7시 40분이니 시간상으로는 8시간 40분의 산행을 한 것 같다.

특히, 거칠고 위압적이면서도 수정 같이 맑았던 청향골의 기억은 오래 간직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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