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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물의 산 내연산 __ 흔한 물이 모여 비경의 폭포가 되다. 본문
2018년 7월 7일(토)
산악회 해*의 산행공지에 포항에 있는 산, 내연산 산행이 있어서 미리 신청을 하고 경부선 죽전정류장에서 아침 7시 30분 경에 해당 버스에 탔다.
나누어준 산행지도에 따른 인솔대장의 안내를 들으면서 오늘의 산행코스를 예정해 본다.
보경사 --> 문수암 --> 문수봉 --> 내연산(삼지봉) --> 789봉갈림길 --> 청하골 --> 보경사.
약 14km가 안되는 거리이므로 6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란다.
<포항 내연산 청학골 지도>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 아침 11시 25분.
이미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로 빼곡하다. 상가건물 사이의 길로 들어섰다. 11시 30분.
내연산보경사 일주문을 들어서고 입장표(금액 1인 3,500원)를 구입하여 경내로 들어섰다.
경내에 있는 내연산 안내도를 보면서 오늘의 길을 미리 상상하고는
절 왼편에 있는 길을 따라간다.
길 오른쪽으로 난 수로에는 꽤 많은 양의 물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어서 그 소리가 제법이다.
하지만 좀 더 나아가니 곧바로 계곡이 나오고 그 계곡으로 흐르는 물의 양이 엄청나고 그 흐르는 소리 또한 굉장해서
아까 들리던 수로에 흐르던 물소리는 금새 잊어졌다.
입장료를 많이 걷는 덕분일까? 길은 시멘트로 포장하거나 잔돌을 잘 깔아서 걷는데 불편함이 없다.
산행시작 30분 쯤 되었을까?
문수봉과 선일대로 가는 두갈래길이 나오고 오늘의 계획대로 문수봉으로 향한다.
미리 다녀온 산우님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부터30여 분간은 된 오름질이라 하더니..
큰나무로 둘러싸여선지 바람마저 없어서 숨이 턱 밑까지 오고 땀도 엄청나게 나왔다.
부부로 보이는 앞선 산우님(적어도 60대는 넘었을)의 힘찬 발걸음에 기대어 힘들지만 악착같이 오르다 보니
처음으로 시야가 열리고
아래 계곡으로 힘차게 흐르는 두 줄기 물줄기가 보이는데 아마도 그것이 상생폭포이지 싶다.
덕분에 숨을 고를 요령으로 폭포가 있는 계곡과 그 주위를 둘러본다.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는 향로봉일 것 같고..거기부터 왼쪽으로 내려왔다가 중앙으로 흐르는 계곡이 청하골.
계곡 왼쪽 바위절벽과 그 위의 정자가 있는 곳이 선일대가 분명하다.
아마도 삼지봉에서 이 계곡으로 내려와야할 것 같은 강한확신이 들었다.
풍경이 트인 곳인 그곳 뿐이고 오름질이 계속되지만
몹시 힘이들어 한번쯤 쉬고 싶을 즈음에 문수암이 나왔다. 잠깐 본 것만으로도 화려하다는 생각이 드는 보경사.
여기는 어느 보통의 시골집과 같아서 오히려 더 정감이 가는 듯?
보경사에서 보이는 전경은 참 안온해서 이곳에서 묵었다가 아침을 맞이 했으면 하는 생각이 일었다.
문수암을 지나서도 오름질은 계속되는데 길 옆으로 껍질이 벗겨지고 V자형 상흔이 있는 소나무가 보였다.
이곳과 주왕산이 그리 멀지않으니 이 소나무 역시 일제가 송진유를 만든 흔적일게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고 하던데.. 지도자들이 무능하거나 그런 무능한 지도자들을 만든 국민들이 항상 되새겨야할 일이다.
순하디 순한 흙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다 보니 멋진 소나무가 보였다.
거기부터 완만한 능선길이 시작됐다.
곧 큰 소나무군락이 나오고 몇몇 분들이 점심을 하시고 있다.
12시 37분.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버스에 타셨으니 배가 고프기도 하겠지..
이왕이면 문수봉에서 점심을 할 예정으로 빠르게 솔밭을 지난다.
길은 높은 산 등성이에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넓고 순하다.
그러다 보니 문수봉 갈림길이 빠르게 나오고 대로에서 잠시 벗어나 문수봉으로 오르는 소로를 오르니
문수봉 정상이 나왔다. 현재 시간 오후 1시!
그래도 정상의 위엄을 살리려는지 솔밭에서부터 여기까지 30여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싸가지고 온 빵과 커피로 점심을 갖고 있는데 몸이 으슬거린다. 땀이 식으면서 열기를 빼앗은 결과.
급히 배낭을 메고 삼지봉으로 향했다.
문수봉에서 삼지봉으로 가는 길은 임도가 아닐까 싶은 정도로 넓고 평평하다.
실제로 소백산 천동길은 비상 대피길을 산길로 복원한 것인데.. 이 길이 그 느낌을 갖게 한다.
혹시, 일제 때 송진유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했던 임도는 아니었을까?
문수봉에서 삼지봉 가는 길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그래서 삼지봉(향로봉) 방향으로 거침없이 질주를 한다. 그렇게 가는 도중 눈에 띈 이정표.
거무나리코스. 지금에서 생각하건데
삼지봉으로 갔다가 은폭으로 내려간다면 이곳으로 다시 와서 은폭포로 가는 것이 훨씬 편하지 않았을까?
오후 1시 50분. 내연산 정상인 삼지봉(711m)이다. 점심시간 20여 분을 제외한다면 2시간의 산행시간이다.
다음 지도에서는 내연산이란 표시가 두 군데로 표기하던데, 하나는 여기이고 또 하나는 향로봉이다.
해발 900m가 넘는 향로봉와 나란히 정상의 타이틀을 가진 삼지봉의 내력은 무엇일까?
삼지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산길 답다.
좁은 소로에 가끔 관목으로 뒤덮힌 곳도 나오고 이렇게 서어나무 밑으로도 지났다.
하지만, 버스 안에서 인솔대장이 설명한 789봉 갈림길이 삼지봉에서 무려 20여 분을 걸었음에도 나오질 않는다.
그래서 첫번째 길 왼쪽으로 꺽어지는 길이 보여서 과감히 그 길에 올라섰다.
789봉 갈림길은 조금 더 갔다면 나왔을 거란 후일담이 있지만, 결과론적으론, 오늘 산행의 가장 재미있는 구간이다.
길은 처음에 부드러운 풀로 유혹을 하고 안온한 나뭇잎으로 감싸서 들어서기를 유혹했지만
어느 정도 내려섰을까? 급한 정도가 거의 절벽에 가까울 정도이고 게다가 길인듯 아닌듯 위장까지 하고 있었다.
급기야 길이 숨어들어 어쩔 수 없이 계곡치기를 하면서
어느 곳에서 모여드는지 금새 불어난 도랑물을 건넜다 오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길이 있었다는 확신을 가지자 개울 옆으로 자신의 존재를 슬며시 나타내기도 한다.
원망? 그 보다는 반가움이 훨씬 더 컸던 길의 발견이다.
어느 정도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여기저기 돌담으로 축대를 쌓아 만든, 분명 집터와 같은 곳이
넓직히 분포하고 있었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마을이 있었던 곳은 아니었을까?
어쨌든 지금은 야생의 그곳이 되었다.
이미 이고랑저고랑에서 모여든 물은 무시 못할 계곡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 조그만 산에 어떻게 이리 많은 물을 담고 있을 수 있지?
이제는 계곡을 건너는 것도 만만치 않다.
길은 계속해서 계곡을 장난스럽게 건넜다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데..등산화를 벗기엔 자존심도 상하고..
암튼, 비가 오는 날엔 이 길은 무조건 피해야 할 곳이다.
산 비탈 여기저기 물이 흔하게 나와서 계곡에 합류하여 제법 큰물살을 만들더니
급기야 굉음이 들리면서 더 큰 계곡에 합류했다. 청하골의 시작이다.
물 건너에 정규등로임을 나타내는 나무데크로 된 길이 보이지만 큰 물살로 건널 수가 없어서
누군가가 친절히 표시한 시그널을 따라서 다시 산 위로 조금 올랐다가 걸었더니
아래 쪽으로 다리가 보여서 반가운 마음으로 다리와 해후를 한다.
현재 시간 오후 3시 17분, 이로써 1시간이 넘는 비탐방 오지 산행길과도 같은 내림길을 마치게 된다.
조금 더 계곡을 내려서니 물줄기가 꼭 어느 댐에서 수문을 개방했을 때 쏟아지는 그것과도 같은 주변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 폭포가 나왔다.
이 폭포가 바로 은폭포이다. 청하골 12폭포 중 하나인데 그 중 몇가지나 볼 수 있을런지...
비탈길을 내려설 때, 여기저기 흔하디 흔했던 물기들이 모여서 이런 장관을 연출한다니..
알고 있었어도 경이롭기만 하다.
또 그 세찬 에너지는 어떻고? 더불어 그를 담고 있는 투박한 바위들은? 거칠고 투박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부드럽지만 힘으로 가득채운 물줄기를 따라 걸으니 착각일테지만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만 같다.
아뿔싸!!
보경사로 다시 돌아가려면 선일대를 거쳐야 하는데.. 이정표가 이상하다?
화살표 방향이 아래라니..?
그 방향은? 큰 물을 건너야 하는데?
어떤 곳은 무릎을 넘는 깊이, 거기다 흐르는 물의 속도 또한 세서 달 디디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이러니 큰비 그친 바로 후이거나, 비 오는 날에는 이 곳으로 오가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등산화를 벗고 양말도 벗어 시원한 물에 담근 효과일까?
울퉁불퉁 바윗길도 거뜬하게 지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소진된 에너지를 몸이 절로 계량하는 것이 분명하다.
평소 같으면 올랐다 내여왔을 아까 문수암 오를 때 잠깐 보았던 선일대를 걍 패쑤!!
그 유명한 출렁다리와 그 밑의 관음폭포를 경탄스럽게 보면서 갖은 포즈를 취했지만
정작 출럴다리에 오르기 귀찮아서 걍 패쑤!!!
그 결과 출렁다리를 건너야만 볼 수 있다는 연산폭포를 보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블로거 이웃님(주경님)의 사진으 퍼와 아쉬움을 달래야만 했다.
뿐일까? 이 물 아래에 있다는
잠룡폭도 패쑤!
계곡 밑으로 한참을 내려서야 보인다는 삼보폭포도 패쓰를 한다.
겨우 건진 것이 길 옆에서 쉽게 움직여서 볼 수 있는 보현폭포와
충분한 수량으로 쏟아지는 물이 압권으로 다가섰던 상생폭포의 그림 몇장 뿐?
그래도 그나마라도 보았다는 것은 보지 않은 분들에 비해 훨씬 부자가 된 느낌?
그래서 인지 보경사부터 관음폭포가 있는 이 길은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 나무들 뒤로 보경사가 보인다.
아침엔 오후 5시 30분까지라는 시간에 얽메어 휙 지나쳤지만 현재 시간 오후 4시 50분.
무려 40분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보경사 경내에 들어섰다. 역사가 깊은 것 같은 5층석탑이 보인다.
느낌으론 그 석탑이 사찰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같은데..
대운전 또한 화려하고 웅장하다.
무엇보다도 사찰 내에 있는 소나무군락과 해탈문이 참 조화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해탈문 중앙에 놓인 불전함이 눈에 거슬리게 다가왔다.
이 많은 사람들이 타의에서 시주한 돈(1인당 3,500원)으론 이 청정 도량을 유지하기 힘이 드는 걸까?
게다가 큰 부자들이 손 크게 내미는 불전도 있을텐데.. 12폭을 지나면서 아침에 낸 불전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희석되어 간다.
내연산 일주문을 나서면서 오늘의 산행을 뒤짚어 본다.
주차장을 시작점으로 보경사를 끝점으로
대략 13km. 시간은 5시간 20분 정도. 가족 혹은 친지들과 청하골 12폭 만큼은 다시 찾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시 버스에 올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영덕해변의 모습을 담아본다. 여유롭게 해변을 산책하는 저 모습이 마냥 부럽다.
다행히 교통정체가 없어서 경부고속도 죽전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20분 경.
죽전역에서 왕십리행 전철에 오르니 늦은 시간이라선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느긋히 자리에 앉아 오늘의 긴 시간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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