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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사전투표를 한 이유 __ 가령산, 낙영산 그리고 도명산. 본문
2018년 6월 8일(금).
퇴근하면서 동사무소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 들려 지방선거에 대한 나의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왜냐하면 투표가 있는 날 속리산의 명성에 가리워져 있기는 하지만 나름 예쁘다고 소문난 가령산을 찾아볼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6월 13일(수). 2018 지방선거일이다.
꼭두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은 덕분에 아침 6시 30분. 자동차로 충북 자연학습원을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우선은 자연학습원 --> 가령산 --> 무영봉 --> 낙영산 --> 도명산 --> 학소대를 거쳐 다시 자연학습원으로 오는 코스를 밟을 예정이지만
아주 힘이 많이 들고 몸이 쉽게 지친다면 가령산 만을 돌아볼 생각이다.
<가령산 낙영산 도명산 산행지도>
이른 시간 때문일까? 아니면 주중 공휴일이어서 일까? 자동차가 거침없이 질주하더니
여기 충북 자연학습원에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자연학습원이 문을 닫았다. 먼저 산행한 어느 산우님의 글에서는 학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래서 학습원 들어서는 길 한켠에 차를 세워두고 산행 준비를 한다.
길이 열리는 곳은 길을 뒤돌아 나와 자연휴게소의 길 거너편에 있었다.
시계를 괜스레 한번 쳐다보니 8시 39분. 첫 걸음을 옮긴다.
길은 화양천을 흐르는 물을 건너면서 시작이 되었다.
물은 꽤 많은 양으로 힘있게 흐르고 있어서 어지간한 비가 온 뒤에는 건너기 힘들 것 같다.
길은 적당히 큰 활엽수들의 잎들 아래로 이어져 있어서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있지만
꾸준하고도 줄기차게 오름질을 하고 있어서 이미 등줄기엔 땀이 줄줄이 흐르고 있다.
점차로 나무들이 줄어들더니 이 동네 대부분의 산들이 그러하듯이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나타나고
급기야 큰 바위들이 길을 막아섰지만...
그때마다 등장하는 구원의 손길을 놓칠세라 힘껏 감아쥐고는 난관을 넘어선다.
길은 힘들게 오른 보상이라도 하듯 시원한 바람과 함께 주변의 시야를 활짝 열어주는 전망바위를 옆에 두어서
멀리 도명산의 모습은 물론 산자락 밑으로
<사진 중앙 꼭지 모양의 봉우리를 가진산 __ 도명산>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학소대 앞에 놓인 붉은색의 다리까지 조망이 된다.
예정대로라면 저곳으로 내려와 화양천을 거슬러 올라와서
저 아래로 보이는, 좀 전에 주차를 한 자연학습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텐데.. 워낙 긴 거리라서 약간은 걱정이 된다.
이제는 오름질이 가끔씩 있는 중에 큰 바위 밑으로 출입금지 경고문을 매단 줄과 만났다.
아마도 이곳이 가령산의 랜드마크인 엄지바위인 모양인데..
저리로 갈까? 안 가면 후회할 텐데.. 많은 고민 끝에 바위 아래로 난 길을 택한다.
도명산 까지 가려면 굳이 이 위험한 곳에서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지 하는 핑계를 이유로 들면서...
아무리 핑계라곤 했지만.. 그래도 그 바위를 안 오른 것이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여기에서 보이기엔 절경이고 멋진 바위군락이지만
저 바위봉우리 오른쪽의 절벽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머리가 쭈볏해진다.
다시 하늘이 열리고 넓은 공터가 나왔다. 헬기장이다.
비상시에만 사용되는 헬기장인지라 다양한 풀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잎사귀는 민들레 같고 꽃잎이 떨어진 알 수 없는 꽃봉우리를 가진 이 요상한 식물이 단연 눈에 뜨인다.
헬기장에서 다시 큰 키를 가진 나무들이 잎으로 하늘을 가린.. 그 밑으로 난 길을 조금 걸어 오르니
곧 가령산 정상이다.
현재 시각 9시 51분. 정상까지 1시간 12분이 걸린 것 같다.
해발은 654m(실재로는 642m이니 내 시계의 오차가 +12m 임을 알 수 있다)이니, 고도로는 420m를 오른 것 같다.
정상에서 가벼운 휴식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위는 온통 굴피나무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도 그 싱싱함과 싱그러운 초록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자연학습원에서 겨우 1.8km를 걷는데 1시간 넘게 걸렸으니 낙영산까지 4.2km는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걱정과 달리 길은 큰 높낮이 없이 굴피나무숲 아래로 놓여 있어서 걷는데 그다지 큰 힘이 필요치 않았다.
이 길의 특징은 단연 굴피나무 군락이다.
비록 이끼가 붙어있지만 껍질은 당당하고
하늘을 가린 싱그런 잎들은 싱싱하기만 하여
그들이 내리는 충만한 기운을 받으면서 걸으니 하루종일 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다 보니 가령산 만을 오를 경우 생각해둔 경로
609봉을 거쳐 시루봉으로 하산하려한 그 분기점인 609봉을 가볍게 지나쳐서
지금 전망바위 위에 앉아 어? 저기가 시루봉일텐데..? 혼자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앙 흰바위들이 있는 봉우리__시루봉>
전망바위 위에 서서 앞으로 가야할 능선길을 눈으로 더듬어 보니 꽤 긴 거리가 느껴진다.
하지만 걷다보면 어느새 그곳에 닿을 것이다.
굴피나무군락을 지나 참나무 그늘도 지나 때로는 바윗길도 지나면서 작게나마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큰 힘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그림을 계속 보자니 조금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
막 들어서는 순간. 드디어 무영봉의 돌무더기가 보였다. 가령산 정상에서 이곳까지 무려 2시간을 넘게 이동한 결과이다.
해발 748m(실재 736m 정도?)로 지금 가고자 하는 길 중에서는 최고 높이인데... 산이 아닌 봉으로 불리우는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어떤 분들은 이곳이 사실은 낙영산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워낙 이른 시간에 아침을 해서 비록 12시가 되지 않았지만 배낭에 넣어온 음식을 꺼내어 즐거운 점심을 한다.
점심을 마치니 몸에 에너지가 충전이 되어선지 주변이 훨씬 잘 보였다.
분명 날씨가 더 쾌청했더라면 더욱 잘 보였을 속리산 산군이 이제서야 보인 까닭이다.
가까운 곳에 속리산 서북능선이 보이고 중간 쯤 문장대? 그 뒤가 상왕봉이려나?
점심으로 에너지 충전을 하고 가야할 산을 보았다.
거리상 또는 위치상 요기 흰바위가 있는 산이 낙영산 같은데..그리고 그 뒤로 불쑥 튀어나온 산은 조봉산일테고...
그리고 산 왼쪽 아래가 공림사가 있는 사담리일 것 같다.
하지만, 이 무영봉에서 낙영산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가 않았다.
방심했다가는 줄을 잡고 내려가더라도 바위벽에 부딪칠 정도의 깊은 바위절벽길이 있고
그곳을 무사히 내려서니 이번에는 굵직한 모래로 포장한 가파른 흙길이 있어서 발목보호에 몹시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렇게 힘들게 고도를 낮추고 낮추면서 내려서니
한 바위가 사람(기록엔 사자바위라 불리움)인양 흐믓하게 웃으면서 나를 칭찬해 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 낙영산까지 1km.
하지만, 무영봉에서 지금까지의 오르락 내리락과는 차원이 다른 내림을 하더니
그 내림 만큼의 길이를 오롯한 오름으로 채우고 있어서 힘겹게 힘겹게 오르고 있다.
그렇게 힘겹게 등성이까지 오른 후에 뒤돌아 보니
무영봉이 유순하고도 다소곳하게 보인다. 그 속에 험한 길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내친 김에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눈으로 쫒아보니 저 멀리 있는 가령산이 나를 우쭐하게 한다.
<앞봉우리 __무영봉, 왼쪽 멀리 뽈쑷 솟은 __가령산>
산 등성이에는 왠 돌성터가 보이던데 이곳이 고려시대에 축성된 미륵산성터인 듯 하다.
한 700m 정도의 가파른 길을 오른 후에는 완만한 능선길인데.. 주변에 다양한 바위들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커피포트와 비슷한 바위도 있고
중생대시대의 도룡뇽 같은 바위도 있어서
괜스레 가방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게끔 하는 곳이도 하다.
<공림사>
낙영산. 오래 걷다보니 알게 모르게 지쳤는가 보다.
보통은 특정 장소에 도달하게 되면 시간과 고도를 찍어 놓는데.. 이곳엔 그 기록이 없다.
이젠 빨리 도명산에 가고 싶어 서둘러 길을 나섰지만..
어느 정도 내려서니 두갈래의 길이 나왔다. 분명 다른 길이라면 이정표가 나오니 분명 합류하리라 믿었지만..
이정표는 오른쪽 길로 가거나 왼쪽으로 갔다가 첫갈래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야 있었다.
그 위쪽 왼쪽길은 공림사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마주쳐 지나치는 한 산우님의 말씀으로 알 수 있었다.
낙영산에서 도명산으로 이르는 길은 어느 산을 다 내려선것 같은 분위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해발 488m. 도시근교 왜만한 산의 높이이다.
그래도 하산하는 기분으로 걷다보니 도명산의 랜드마크인 바위가 나오고
곧 낮은 언덕을 넘었다. 하지만, 미리 하산기분을 나무라듯이 길이 산자락을 끼고 돌면서 머리를 세운다.
그러면 또 어떠랴.. 가쁜숨 달래려고 길바닥에 앉았더니 무영봉(왼쪽)과 낙영산(오른쪽)이 한눈에 들어선다.
잠시 쉬고 길을 나서니 드디어 도명산 정상을 이르는 이정표가 나왔다.
이곳에서 도명산 정상을 보고 다시 이곳으로 내려와 학소대로 갈 예정이다.
도명산까지는 나무계단과 철제계단이 적당히 섞여 있지만 둘다 가파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오르고자 하면 못 오를 곳이 있을까?
큰 바위를 돌아서
정상석과 마주하고
그 정상석 뒷쪽의 바위에도 올라서서 오늘의 산행을 정리한다.
또한 화양천 방향으로 있는 바위 위에서도 기분을 만끽하고는
학소대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아주 큰 바위군이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괴산마애삼존불로 유명한 곳이다.
가령산 오름질 만큼이나 이곳 도명산길도 급해서 고도를 급격히 낮춰가고 있지만
예쁜 곳이 곳곳에 있어서 그다지 힘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 흐르는 소리가 작게 들리더니
곧바로 큰 흙길이 나오고
학소대 옆으난 다리가 나왔다.
현재 시간 오후 3시 4분. 지금까지 6시간 25분의 산행길.
<학소대>
이제부터는 화양천 뚝방을 따라서 자연학습원으로 간다.
처음 얼마간은 길이 뚜렷했으나
큰 물살에 쓸려갔는지 천변길은 자취를 감추고 물에 쓸려서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걸린 다양한 비닐들이 지천이다.
환경생태에 있어서 비닐의 폐해를 경험한 유럽에서는 가급적 종이를 사용하던데..
우리나라도 비닐을 대체할 그 무엇의 개발이 시급하다.
갖은 쓰레기와 거친 야생을 뒤로하고 천변을 벗어나 그 위쪽의 정비된 길에 올라섰다.
이미 천변에서 상당히 자연학습원쪽으로 걸어왔는지 인상적인 낙석방치 구조물을 지나니
곧 자연학습원이 나왔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간. 12km의 산길과 계곡을 7시간 넘게 걸었지만 피곤하지가 않다.
단지 뿌듯한 그 무엇이 가슴을 채우고 있어서 사전투표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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