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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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항산, 부봉 __ 추억을 소환하다.

mangsan_TM 2018. 5. 17. 12:46




2018년 5월 13일(일).

계절의 여왕 5월. 신록을 만끽한 산행을 하고 오다.

하늘재에서 올라 탄항산 --> 부봉 --> 동화원휴게소(조령 제3관문) -->고사리주차장까지.

10여 km의 길을 4시간 30여 분 동안 걷고 오다.


<탄항산 부봉 산행지도>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이번에도 산행을 같이 하는 산악회 솔**의 출발시간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는 결과로 대개의 목적지를 좀 더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약간의 해프닝으로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산행준비를 마치고 하늘재에 오른 시간이 아침 9시 30분 경.

얼핏 보면 꼭 월드컵의 우승컵인 줄리메컵을 닮은 하늘재 표지석.

오늘도 보다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되기를... 기원하고는






어제 내린 비 탓인지 더욱 싱그러워 보이는 나뭇잎들 밑으로 스며들어 갔다.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인지.. 길이 무척 자연스럽다.

바윗길도 흐르는 것 같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바위봉우리를 만나면 옆으로 살짝 돌아서 가는 여유로움도 있어서

걷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그렇게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백두대간의 탄항산 정점에 도착했다. 불에 탄 탄자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큰불이라도 있었을까? 아니면 석탄이 많이 난 것은 아닐까?




탄항산에서 부봉으로 가는 길은 비록 높낮이가 급하기는 하지만 유순했다.

게다가 철쭉이 한창인 계절. 그 꽃그늘 아래로 혹은 연녹색 잎으로 치장된 키 큰 나무들 밑으로 이어진 길을 걷고 있으니

꽤 긴 거리를 걸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걸을 수 있었다.






평천제.

탄항산부터 이곳까지는 30여 분 동안 즐기차게 내려왔다. 당장에 길을 내려 걷고 있으니 기분은 좋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는 것. 그러면 또 어떨까?

내려설 때 내리는 맛이 있고 오를 때 오르는 맛이 있으니 그때그때 그 맛을 즐기면 되는 거지...




아마도 일찍 꽃을 피워 낸 진달래?

그 나뭇잎 아래에서 위를 보니 살짝 건들면 연녹색인 물이 주르륵 쏟아질 것만 같다.




하지만, 계속되는 오름질에 맘 편히 감상할 수도 없고...




그래도 한 고비를 매듭지으려는지..고개를 바짝 곧추세운 계단 위쪽으로 하늘이 열려있었다.




헐떡이면서 뒤돌아 올라온 계단을 보니 힘들게 올라와서인지

연초록 나뭇잎과 적당히 낡은 갈색 계단의 조화가 몹시 아름답게 보였다.




분명히 한고비를 올랐나 보다.

멋진 풍경이 모두 아래에서 펼쳐져 있다. 보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는

사실은 몹시 거칠고도 험한 계곡이 연초록 나무들를 덮고 있어서 더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이 곳에 서 있으니 10여년 전(2007.10.28)에 신선봉으로 올라서서 마패봉을 거쳐 이곳으로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는 많은 나무들이 잎을 떨궈내고 겨울을 준비하던 때.

벌써 10여 년도 더 지난 그 때의 사진을 찾아서 새삼 다시 살펴봤다.

새삼... 세월의 두께를 인식할 수 있었고 사람과 사람의 인과관계를 생각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바위의 암릉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부봉으로 가는 길.

그 첫번 째 줄을 잡고 엄지 발가락에 힘을 꾸욱~~




바위에 올라서고 길게 숨을 들이 쉬고 뒤돌아 봤다.

저 뒤쪽. 독특한 형태의 주흘산.

그 앞으로 하늘로 솟을 듯했던 계단을 품은 그 봉우리.그리고 지금껏 걸어온 능선길이 잘 버무려져 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부봉 제1봉이다.

2017년의 표지석과 다른 점이 없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정상석 밑으로 많은 흙이 유실된 것 같다.

이곳에서 점심을 갖고..잠시 여유를 가진 다음 제2봉으로 향했다.




1봉과 2봉은 그다지 멀지도 않고 큰 특징도 없지만




이 곳에서는 3봉과 4봉을 제대로 관망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지고 있다.

예전엔 그런데도 활기있는 시절. 저곳에서 누구 누구와 짓까불던 기억이 있어서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깝게 보인다고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니다.

2봉과 3봉 사이 푸른 나뭇잎들로 가리워진 곳에는 깊게 파여진 계곡이 있어서

3봉을 오르려면 경사가 몹시 급한 계단을 오르고




몇번이고 안전 테스트를 마친 밧줄을 잡고 나서야 간신히 오를 수 있었다.




뒤돌아 보니 저 2봉은 그런 급한 경사면을 숨기고 따듯한 오수를 즐기는 강아지인양 하고 있었다.




3봉엔 표지석이 없다.

단지 4봉과 그 뒷쪽의 신선암봉 능선이 호쾌하게 펼쳐져 보이고




그 반대편 즉 오른쪽으론 멀리 신선봉과 마패봉의 능선길이 호쾌하게 보여져서 주위를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3봉에서 4봉으로 가는 길 역시 만만하지 않다.

특히 물을 머금은 나무뿌리로 이루어진 벼랑길은 몹시 미끄러워서 세심한 주의를 가지고서 내려올 수 있었다.





조심스레 내려오고 밧줄을 잡고 힘차게 4봉으로 오르고 있었지만.. 봉우리 정상으로 가는 길은 무척 위험스러워 보였다.




굳이 위험을 무릎쓸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지나온 3봉을 둘러본 후에 우회도로로 5봉을 향했다.




신선암봉이 가까이 보이고 그 능선 저 멀리에 빼꼼히 고개를 쳐든 조령산까지 거침없이 보였다.

5봉이야말로 뷰포인트가 되는 봉우리이다.

신선암봉이 가까이 보이고 그 능선 저 멀리에 빼꼼히 고개를 쳐든 조령산까지 거침없이 보였다.





경치가 좋다보니 자꾸만 지나온 길까지 둘러보게 된다.

뒤돌아서 4봉을 바라보니 위험해서 오르기를 포기한 봉우리 위에는 일행 중 누군가가 올라서서 정상에 선 기분을 만끽하고 있다.

그래도 과감히 미련을 떨궈내고 마지막 봉우리를 향했다.




마지막 봉우리(6봉)로 가는 길은 무슨 비밀의 장소로 가는 것 마냥

벼랑 끝 쪽으로 길 자체가 신비롭게 걸쳐져 있었다.





오후 1시 30분.

하늘재부터 무려 4시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제6봉에 도착했다.

6봉 표지석 뒷쪽으론 마치 상어의 등지느러미 같은 깃대봉이 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뒤돌아 보니 저 멀리 독특한 봉우리를 가진 주흘산부터

그리고  지금 껏 걸어온 큰봉우리 능선과 부봉들로 이루어진 산 마루금이 뿌듯하게 가슴으로 파고 들었다.




앞 쪽으로는 깃대봉과 그 맞은편으로 보이는 마패봉 그리고 마패봉의 옆으로 이어진 신선봉까지..

이 깃대봉과 신선봉 사이의 고랑길을 걸어서 내려가야 고사리 주차장이 나온다. 조령3관문 길이다.





이제부터는 올라야 하는 부담이 없어서인지 내려가는 길은 산책길만 같다.

더욱이 연두색 맑은 색을 가진 잎들 밑을 지날때는 방금 샤워를 한 기분이었고




이쁘게 꾸며진듯한 바윗돌 등을 지날 때는 마치 신들의 정원을 거니는 듯한 마음이다.




특히 이 길은 돌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어우러져 있어서 조금이라도 지친 마음을 달래줬다.






자작나무와 산죽이 나오더니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가 들렸다.

곧 산길을 마무리해야할 것 같다.




오후 2시 31분.

드디어 조령길과 마주했다. 오른쪽으로 가면 제3관문 왼쪽으로 가면 제2관문이다.




제3관문으로 향했다. 과거길로 오르다가




책바위가 있는




금의환향길로 걸어서




제3관문을 통과했다.







여기.. 문경새재 조령.





문경새재 과거 길.

아무생각 없이 나무그늘이 있는 흙길을 걸어 고사리주차장을 찾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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