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홍천 가리산 __ 남설악 가리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다. 본문

등산

홍천 가리산 __ 남설악 가리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다.

mangsan_TM 2018. 5. 7. 08:47

 

 




5월 5,6,7일. 3일 연휴~~

큰 산을 가기에 다시 없는 기회이다. 그래서 5일에 남설악 가리봉을 갈 예정인 산악회MTR의 좌석을 미리부터 확보해 둔 상태이다.

아마도 설레임 탓일까? 새벽 5시에 눈이 절로 떠졌다.

배낭에 간편식과 여벌 옷을 구겨 넣고 집앞 전철역으로 향했다. 아침 6시 44분 왕십리행 전철에 무리 없이 들어섰다.

 




아무 문제 없이..

복정에서 7시 20분에 산악회MTR의 좌석을 앉아서 출발을 했지만...

오늘이 어린이날임을.. 그 긴 연휴의 첫날임을.. 심각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

가리봉으로 가는 그 긴 도로가 마치 주차장인 양 하는데도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풍경으로 지루함을 달래 보지만...

 

 



차는 가다서다를 감질나게 반복할 뿐, 시원스럽게 달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시간 앞에는 장사가 없다던가? 강원도에 접어들 즈음에서야 부담없이 달릴 수 있었다.

그러면 뭐할까? ..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넘어서서 안가리산 마을에 빨리 도착한다 해도 산행할 시간을 남길 수 없는 것을..

급기야 산행지를 변경한다. 가리봉의 미련으로 떠오르는 산. 가리산으로....


그래도 사람들이 붐빌 것 같은 휴양림코스를 버리고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산223-1. 은주사길로 가볍게 올랐다 재빠르게 돌아오기로 한다.

도솔사 지나서.. 입석불 근처에 차를 두고

입석불 --> 은주사 --> 가리산 -->물안봉 --> 입석불.  이렇게 환 종주를 예정한다.

 

<홍천 가리산 등산지도>

 



차가 입석불 앞 교량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다.

정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다 보니 도중에 휴식은 물론 아침도 갖지 못해서

우선 급한대로 즉석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잠시 기다리니, 마음이 급한지 같이 온 일행들 중 몇 분이 벌써 산행길에 오르고 있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져서 즉석면을 마시다시피 하고 멀리 보이는 가리산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뗀다. 오후 2시 10분 쯤.

 



길은 유년에 기억된

책보를 어깨에 가로 두르고 뛰어서 학교에 다녔던... 학교에 다 갈때까지 어쩌다 차라도 한 대 만날 수 있었을까? 하던

그 길처럼 정감이 묻어나고 추억이 새록하게 돋는 그런 길이다. 어린시절을 줍기라도 하듯 자주 뒤돌아보게 한다. 

 



그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때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인지 지금처럼 길 양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꽃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

 

 



30분 쯤 걸어 올랐을까?  은주사 표지석이 나오고..

 


10여 분 더 걸어 올라가니 은주사가 나온다.

그리 크지 않은 사찰. 하지만 자급자족을 하는 절인지 주변의 농토에 여러 보살님들께서 새생명을 심고 계신다. 

 

 

 




길은 은주사 왼편으로 난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연한 병꽃을 스치면서 죽죽 뻗은 활엽수 그늘로 들어선다.

 

 

 

 

 

조금 더 오르니..

와우~~~  철쭉꽃이 여기저기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다.

그 꽃그늘 아래로 지나는 맛 또한 좀 특별하다고 할까?

 

 

 

은주사부터 한 20여 분 정도는 꾸준하게 오름질을 한 것 같다.

충분하게 몸을 뎁혀졌고 땀도 거침없이 나오는 터라 잠시 한 숨 돌리려 하려는데 나뭇잎이 열리면서 멀리 가리봉이 눈에 들어섰다.

보는 것만으로 몸에 쌓인 피로가 옅어지는 것만 같다.

 

 

 

 

아직 본 능선에는 이르지 않은 것 같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길은 꾸준하게 오름질 중이다.

 

 

 

그래도 싱그러운 나무터널을 지나거나

 

 

 

 

막 돋아나는 새싹의 기운은 점차 지쳐가는 심신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본 능선과 만나는 곳에는 이정표와 더불어

 

 

 

 

예전부터 전해져 오는 음택명당에 관한 고사가 적혀 있는 안내판이 서 있었고

 

 

 

 

길은 보다 완만해 졌고 새생명이 막 움트는 그 경이적인 장소를 지나쳐 가서

눈을 길에 둘 수가 없다. 덕분에 몇 번의 몸개그를 선사하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관문인 2봉 오름길과 마주한다.

 

 

 

온 몸으로 올라서니

 

 

 

 

주변이 장쾌하게 펼쳐져 보여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1봉과 그 뒷쪽으로 가리산 강우관측소가 보이고

 

 

 

올라온 쪽으로 뒤돌아 보니

새득이봉(중앙)과 등골산(오른쪽 봉우리)을 잇는 산 등성이의 푸르름이 무엇보다도 아름답게 보이고

그 들을 병풍으로 세운 휴양림 계곡이 한발자욱 펄쩍 뛰면 금방 닿을 것만 같다.

 

 

 

 

2봉 쪽으로 눈을 돌린다.

2봉의 왼쪽 바위 라인이 마치 사람의 얼굴 형상이다. 지자체에서 얼씨구나 하고 얼른 붙인 이름이 '큰바위얼굴'이다.

 

 

 

3봉 가는 길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큰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3봉은 별다른 것 없이 그져 제3봉이라는 팻말 하나 있을 뿐이지만

 

 

 

 

이 3봉에서 2봉과 1봉을 바라보면 또다른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이곳에서 제2봉의 그 큰바위얼굴은 1봉을 평안하게 바라보는 사자로 변한다.

 

 

 

 

제1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2봉으로 뒤돌아와서 한참을 내려섰다가

거의 직벽에 가까운 바윗길을 올라야만 한다.

 

 

 

 

 

 

오후 4시 20분.

드디어 가리산 정상이다. 급할 것 없이 주변을 구경하면서 오른 시간이 2시간 정도. 은주사로부터는 1시간 30여 분 오른 것 같다.

 

 

 

 

오래 전, 휴양림에서 올라 다시 휴양림으로 내려갔던 산행이 생각난다.

산 아랫쪽에서는 생강나무꽃이 막 피던 계절이니 아마도 4월 초 쯤이었을 것 같다.

이 곳으로 오르는 바위에 박아놓은 쇠파이프로 된 발디딤이 얼음으로 그득해서 힘들에 올라섰던 옛기억.

그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이 새삼 그립다. 그 때에는 정상석도 이리 크지 않았었는데....

 

 

 

그래도 높은 산이라 아직까지 진달래도 남아 있다.

건너 봉우리(2, 3봉)에는 함께 산행하는 몇몇 분들이 아직까지 그 절경을 음미하고 있다.

 

 

 

 

다시한번 휴양림쪽을 바라보고 어디로 내려갈까 고민중이다.

 

 

 

아무리 해가 길어졌다 하지만 물안봉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예기치 않은 어둠을 만날 수도 있으니 이번 산행은

온 길을 되짚어 빠르게 내려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는 리더의 말씀으로 그대로 하기로 한다.

올라론 반대로.. 여전히 바라보기 아찔한 절벽길로 내려서서

 

 

 

 

1봉 아주 아래쪽에 있는 석간수가 나오는 샘터를 일부러 찾아갔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더니

 

 

 

물맛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진다.

 

 

 

 

처음 2봉으로 올랐던 그 장소로 돌아가서

다시 나무터널을 통과하고

 

 

 

물노리선착장을 가르키는 표지판의 의지를 좇아

 

 

 

아주 가는 바람에도 그 우아함을 잃지 않는 몸짓을 보여주는 철쭉과 함께.. 조금은 여유롭게 내려가고 있다.

 

 

 

 

 

 

 

 

그래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해도 그것에 올인하면 안된다는 교훈이라도 주는 듯이

길은 마사토로 포장하거나 때때로는 솔방울까지 흩뿌려 놓아서 종종 몸의 발란스를 무너뜨리고 넘어지게도 한다.

 

 

 

 

그래도 오를 때 보다는 확실히 내려올 때가 더 여유롭다.

내려올 때에는 보다 더 넓고 자세하게 주위를 볼 수 있다. 한 천자 이야기를 상기 시키려는지 오를 때 단지 지나쳤던 무덤이

내려갈 때는 자세히 보이고 새삼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다시 고운 철쭉 옆을 지나고

 

 

 

 

왠지 모를 두터운 믿음을 주는 소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니..

 

 

 

은주사가 다시 보인다.

산길은 계절별로 다르고 오를 때, 내릴 때 모두 다르다.

지금의 은주사는 아까의 은주사와 또다른 무언가가 있어 보인다.

 

 

 

 

 

한동안 내가 좋아했던 칸나꽃. 너는 누군가를 위해 온 몸을 불태워 본 적이라도 있는가?

윽! 갑자기 왜 이런 싯구가 떠오르지...?

 

 

 

조금 있으면 부처님 오신날. 연등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길 주변엔 아까 오를 때 보이지 않던 야생화가 보인다. 색깔 참 곱기도 하다.

멈춰 서야 비로소 보인다. 헉! 이 구절은 또 뭐지?

 

 

 

 

오후 5시 55분.

차를 세워둔 입석불 근처 교량으로 오면서 산행을 마친다. 대략 3시간 40여 분의 산행이다.

 

아래 사진에서 계곡 오른쪽 입석불 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물안봉에 갈 수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런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아마도 오늘 이렇게 예기치 않은 사단이 일어난 것은

이 입석불에서 물안봉을 거치고 가리산으로 올라 은주사로 내려서든 휴양림으로 가든..혹은 그 반대로 하든

더 한번 정식으로 가리산에 오르라는 뜻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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