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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검봉산과 봉화산 __ 문배마을에도 들렸어야 했는데 본문

등산

춘천 검봉산과 봉화산 __ 문배마을에도 들렸어야 했는데

mangsan_TM 2018. 4. 18. 13:49


 

 

 

2018년 4월 15일(일)

강촌의 주산, 검봉산(530 m)과 봉화산(520 m)을 둘러보다.

강선사를 들머리로 해서 강선봉 --> 검봉산 --> 감마봉 --> 봉화산 --> 구곡교 근처 주차장 으로 내려오다.

 

<검봉산 봉화산 등산지도>

 

 

 

 

지난 밤 늦게 잠이 들었는데도, 맞추어진 알람의 경보 보다도 더 일찍 일어났다.

야탑에서 06시 30분에 출발하는 산악회 솔**의 버스에 오르고자 함이다.

이런저런 산행 채비를 하고 야탑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벌써 오늘 함께할 오랜 산우 2명이 와서 기다리고 있어서 순조롭게 버스에 오를 수 있었고 두어번 고개를 끄덕인 끝에

여기 춘천의 강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아침 8시. 버스에서 내려 강선사로 향했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 해마다 찾곤 했던 이 동네. 자전거 대신 전동차가 대신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오빠 달려~~~'

 

 

 

 

큰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10분 정도는 걸었을까

연한 핑크의 화사함과 연한 녹색의 싱그러움으로 둘러싸인 강선사가 나왔다.

원래의 이정표에는 강선사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길을 안내를 하고 있지만 오늘은 대범하게  절의 일주문을 거침없이 건넌다.


 

 

 

절 뒷편으로 보이는 절벽이 오늘 오를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고 암시하는 듯하여

강 건너편 삼악산자락 한 봉우리를 감상하면서 한호흡을 쉬고, 뭔가 영험할 것 같은 탑에다 오늘 모두의 안전산행을 기원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음에 쌓여 있는 많은 부담들을 내려놓고는 크게 한 발자욱을 디뎠다.

 

 

 

 

아니나 다를까..

길은 끊임없이 오르기를 강요하고는

 

 

 

자신은 쌓인 낙엽들 속으로 숨어들어가 있다. 큰 경사는 비록 로프가 있기는 하지만 체력을 쉽게 쉽게 갉아 먹어가고 있고

 

 

 

낙엽 속에 숨은 자잘한 돌맹이들은 계속 발을 자극해서 피로감을 발목에 덕지덕지 바르고 있다.


 

 

 

하지만, 아마도 이번주가 지나면 볼 수 없을..  진달래꽃들이 길 주변에서 싱그럽게 응원을 하고 있어서

그 피로감들을 덩어리 덩어리 떼어내고 가벼운 미소와 함께 오르게 해 준다.


 

 

 

그렇게 가파르던 길은

건너편 삼악산이 멋지게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쉴 곳을 만들어 놓아서 무거운 호흡을 토하게 했다.

 

 

 

이제부터는 꽃길. 게다가 경사도도 전에 비하면 완만하다고 할 수 있을까?

암튼, 부드러운 흙길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걸어간다.


 

 

 

어느정도 땀을 몸에 두르고 발걸음도 반자동으로 움직일 즈음에

강촌역에서 직접 올라올 수 있는 길과 만날 수 있었고 그로부터 조금 더 오른 곳은

 

 

 

말 그대로 전망대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촌역이 발아래로 아무 여과없이 보여지고(하지만, 이 왠수 같은 미세먼지...)

 

 

 

그 역사 뒷편으로 쭈욱 이어진 능선. 우리가 가야할 봉화산 능선 줄기가 신록을 덮고 마치 꿈틀대는 그 어느 생명체처럼 놓여있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이제는 삼악산 전경이 눈에 들어선다.

저 오른쪽부터 올라서 저 줄기를 따라서 쭈욱 내려서면 등선폭포가 나오겠지..?

 

 

 

 

이 길은 적당한 암릉과 흙이 잘 어울려 있는 길이다. 이제부터는 암릉길이지만 별로 어렵지 않은 길인데...

안타깝게도 이 곳에서 영면에 드신 분이 있었다.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항상 겸손할 것을 일깨우는 듯 하다. 다시 한번 앞을 살피고 길에 오른다.






언제부터인지 늙어가는 내 모습이 보기 싫어서 사진에 남기기를 주저하며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지금 현재가 가장 젊은 날이니 사진을 많이 남기고픈 생각도 들고..

암튼 그런 와중에 산우 한 분이 남겨주신 내 모습이 마음에 쏙 들어와서 이곳에 저장해 본다.

 

 

 

드디어 강선봉. 강선사로부터 한 40여 분 오른 것 같다.

비록 정상석이 아닌 나무푯말이었지만 강선봉 정상이라는 글씨가 남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봉우리를 올랐으니 또 다른 봉우리를 가기 위해선 당연히 내려야 정상.

그래도 일정한 높이를 올라서인지 가는 길이 그다지 힘겹지는 않다.

 

 

 

연녹색의 잎이 내뿜는 기운, 눈을 시원히 해주는 핑크빛 진달래꽃. 그들 사이로 마치 행군을 하듯이 걷었지만 피곤하지 않다. 





 

 

 

강선봉에서부터 그렇게 힘차게 한 시간쯤 걸었나 보다. 한 봉우리 위에 소박한 정상석이 눈으로 들어왔다.

오늘의 첫번째 목표인 검봉산이다.

비록, 소박한 정상석을 가졌지만 산에 비해 덩치만 큰 그 어느 산의 정상석보다 가치 있어 보였다.




검봉산에서 걷던 방향을 바라보면, 잘 꾸며진 나무계단이 놓여 있는데

그 계단을 내려서는 것이 봉화산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된다.




거기로 부터 이어진 길은 야트막한 구릉을 오르고 내리면서 끊임없이 이어간다.

정감있는 흙길을 걷고




하늘에서 피톤치드가 우박처럼 쏟아지는 듯한 잣나무 군락지를 지날 때면 입꼬리가 절로 귀에 붙는 줄도 모르고 걷고 있다.





오래 전엔 봉화산으로 향하다 문배마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살짝 내려섰던 문배마을.

오늘도 문배주와 파전 그리고 그날 함께했던 그 사람의 향기까지.. 강력하게 나를 유혹했지만

오늘은 이렇게 먼 발치에서 조망을 하고 눈을 돌렸다.




쭉쭉 뻗은 잣나무숲을 지나면서 아련한 그 때의 추억이 점점 희석되어 가더니





감마봉 밑 인상적인 바위 옆을 돌아서면서 다시금 산을 음미할 수 있었다.




아마도 감마봉까지 오르는 가파른 길도 내가 오롯이 산행을 즐기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감마봉부터는 큰 특징이 없는 길이 이어졌고

자전거 동호인들이 선호하는 임도를 가로지르고 나서야 조금은 가파르게 고개를 쳐들었다.





작정을 하고 빠른 걸음으로 숨을 턱 밑에 두고 서야

멀리 삼악산이 거침없이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오늘의 두번 째 목표인 봉화산이다.





원래는 봉화산에서 왔던 길로 뒤돌아가서 아까 지났던 임도를 타고 마을로 내려가야 했지만

이곳을 지난 어느 산우님의 기록에 의존해서 가던 방향(강촌역으로 가는 길)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산을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두텁고 최악이라해야 강촌역으로 가는 것이니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인지상정.

길이 길어질수록 믿음은 그에 반비례하기만 하던 차에 드디어 첫번 째 왼쪽(마을 방향)으로 내리는 갈림길이 보였다.

주저없이 그리로 향한다.





산은 생명의 색 녹색과 화사함의 색 연핑크로 둘러싸여 있지만




발길이 뜸한 길 답게 여기저기에서 야생의 풀줄기들이 몸을 잡곤 놔주질 않아서 힘을 보여줘야만 했다.





산길을 마치고 거의 다 내려온 부분에서 길이 다시 T자 모양으로 갈렸지만

고민 없이 왼쪽길을 택했다. 이러니 이미 쌓아둔 정보가 곧 돈이란 말이 피부로 확 닿는 것 같다.

나무그늘 밖으로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마을로 들어선다는 시그널 곧 산행을 마무리하라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1시를 15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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