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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원주 감악산 __ 4월의 눈 그리고 진달래꽃. 본문
2018년 4월 7일. 토요일. 아침 9시. 현재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 만남의광장.
날씨는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기온. 어제 내린 눈이 쌓여있고 그로 인해 미세먼지는 좋음 수준.
MTR식구 네 분과 현지에서 만난 한 분 이렇게 6명이 다음의 코스로 움직인 시간이 9시 15분 경.
창촌교 --> 1,2,3봉 --> 감악산(일출봉 954M) --백련사 -- (감자바위골)--> 창촌교.
사진. SONY NEX5 & GALAXY NOTE8
<원주 감악산 등산지도>
만남의 광장에 주차를 하고 내려서니 오른쪽으로 창천교가 보였다.
다리를 건너자 마자 왼쪽의 아치형 흰 비닐 터널 속으로 길을 가르키는 이정표의 뜻에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지만..
예기치 않은 눈과 추위에 몹시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이젠 제법 산꾼의 마음자세로 아이젠을 배낭 속에 넣어온 터라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한창 만개하다 느닷없이 눈을 뒤집어 쓴 진달래꽃이 안타깝기만 하지만..
꽃위에 쌓인 눈이 진달래꽃과 더불어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으니 그 흔치 않은 아름다움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눈은 진달래꽃 위에만 내린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싹이 트는 여린 새싹 위에도 어김없이 내려 앉아 있었다.
물론, 생강나무꽃 위에도 내려앉아서 노란색이 더 없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온만 내려간 것이 아니고 바람도 제법 불어서
몸을 뎁혀도 한참이 지났을 시기이지만 땀 한방울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겉옷도 벗지 못하고 단단히 움쳐 메우고 산을 오르고 있다.
길은 점점 험하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배낭 속에 있는 아이젠을 꺼내어 장착하기에는 추위가 가만둘것 같지도 않고...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티기로 한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절벽을 오르고
살짝 얼어서 미끄러운 쇠파이프로 된 발디딤대를 의지해서 오르기도 하고..
그 험한 곳을 오르면 꼭 그 이상의 보답을 주었다. 흰눈이 그득히 담긴 산의 호쾌한 모습을 보여준다든지..
아니면, 가까이에서는 습도가 많은 4월의 눈이 나무에 펼쳐놓은 예술을 감상하게 하거나..
길 가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끔 주변에 다양한 형태의 설치미술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그러니 그 속을 걷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밖에...
위험을 줄이고자 바윗길은 가급적 우회를 했는데..
잠시 하늘이 열리더니 말 그대로 느닷없이 일출봉, 월출봉, 제3봉(왼쪽부터)의 모습이 보였다.
추위 때문에 제대로 쉬지 않고 계속 걸은 결과인 것 같다.
하지만, 눈 가까이에 그 모습이 보여진다 해도 길은 가봐야 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산행을 통한 경험이 알려주어 서두르지 않는다. 역시 눈 앞 저 3봉에 오르는 길은..
급경사도 있고 발등에라도 떨어지면 크게 다칠 것 같은 고드름을 매단 미끄러운 사면을 가진 바윗길도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발가락에 힘을 꾹주고 담숨에 올라치니
감악산 정상비가 나왔다.
사실은 여기가 감악산 제3봉이지만.., 여기까지가 원주시의 경계이니 이곳에 정상석을 놓아도 별 무리가 없는 것일까?
구역은 인간이 나눈 것일텐데... 산은 산일 뿐이고.. 조금은 떫뜨름한 기분이다.
다시 뒤돌아 정상을 향해 간다.
노랗고 파란 그런 띠지들이 흰눈과 대비되어 나름의 멋을 주고 있다. 눈이 없었다면 오히려 별 감흥이 없었을 그들.
상황과 시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인젠 월출봉과 일출봉이 코 앞에 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길은 가봐야 제 모습을 알 수 있다.
여기 역시 아주 가파른 경사를 내려서야만 순탄한 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목적지에 다 왔다는 안도감과 눈이 주는 포근함으로 여유롭고 풍료로운 걸음을 할 수 있었다.
그 어느 영험한 산에는 반드시 있는 하늘로 통하는 석문을 지나고
월봉(위험성을 감안해서 오르지 않음) 밑을 지나고 나니
윗부분부터 안쪽으로 경사져서 마치 처마가 있는 담장과 같은 효과가 있는 커단 바위 밑에 다다랐다.
여기가 바로 감악산 정상(일출봉) 바위이다. 움푹 파인 곳에서 점심을 하고 나서
그 바위 오른쪽으로 돌아서 위로 향했다.
비록, 위험구간의 표지가 있지만 충분히 오르리라 자신을 하고 올랐지만...
바위 정상부위에서 그 물기와 얼음으로 번들거리는 그 길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걸어갔지만..
그 끝부분에서 살짝 뛰어야할 구간이 있었다.
요철 모양의 나온 부분의 바위를 딛고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바로 정상이라 하였지만...
그 바위 위에 있는 물기어린 얼음을 보는 순간.. 애써 그 정상석을 보고자하는 의욕이 없어졌다.
누군가는 거기까지 갔으니 반드시 가 봐야한다고 하겠지만..
그것 말고도 달리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은 나이이다 보니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
미끄럼만 없다면야.. 아래 사진을 올려주신 이웃님의 기쁨을 공감할 수 있었겠지만... 대신 그 기쁨을 이렇게 조금 나누어 가질 수도 있으니까..
내려오기도 만만치 않았지만 내려와서 오른쪽으로 열린 길로 백련사를 향했다.
올라온 길과 달리 이쪽에 있는 눈꽃들은 큰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바람을 막아준 산자락 때문인 것 같았다.
백련사로 다 내려온 즈음, 때마침 불어온 바람이 나무 위에 쌓인 눈을 백련사 위쪽으로 흩뿌려준다.
아하! 내게 준 상서스러운 징조? 엉뚱한 상상이 재미있다.
백련사를 잠시 둘러 보고 다시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월봉과 일봉의 모습이 또다르게 다가왔다.
험하지 않되 강인한 모습이다.
백련사로 이어진 차도를 조금 걷다가 차도를 버리고 임도를 따라 조금 걷다보니
월봉과 이어진 능선길과 만났다. 감바위골은 그 능선길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가프른 비탈이라서 당분간 사면을 가로지르거나 지그재그로 내려가지만 낙엽이 두툼히 쌓인 길이라서 큰 위험은 없다.
이 계곡길은 깨끗하고 풍부한 수량이 있는 물길을 따라서 건너가고 건너오면서 이어져 있다.
아마도 낙엽송인 듯한 쭉쭉 뻗은 나무 옆을 지날 때에도
끊임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음미할 때에도 발걸음이 가볍고 콧소리가 절로 나는 그런 길이다.
이제 마을이 보이고
조금 멀리 아침에 건넜던 창촌교. 조금 더 가니 산으로 들어섰던 길이 보인다.
현재 시간 13시 50분.
대략 6 km의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즐겁고도 행복하게 디디고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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