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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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남한산 성곽 한바퀴

mangsan_TM 2018. 7. 30. 11:44



2018년 7월 29일(일). 아침 9시.

연일 기온의 최고치가 갱신되고 있어선지 아침부터 엄청 덥다. 오늘은 무려 40도 육박하는 날씨가 된다고 매스컴에선 어제부터 난리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설악의 어느 골짜기로 들어서서 한참 경관을 즐기고 있을텐데..

우리집 실세께서 남한산성 쪽으로 움직이시겠다니.. 설악에 염두를 둘 수는 없지...


그래도 이 더위에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는 없지.. 

우리집 실세의 일정에 맞추어 남한산성 성곽을 돌아볼 계획이다.


동문에 주차를 하고 주섬 주섬 산행준비를 마친 후 걸음을 옮긴 시간이 정확히 9시 50분,

평소 남문 쪽으로 자주 돌았으니 오늘은 특별히 반시계 방향으로 돌을 작정을 했다.





동문의 성루 위쪽으로 오르는 순간



공기 중에 있는 열기가 기습하듯이 코속으로 훅 들어섰다.




벌써부터 목덜미에선 땀이 스멀대고 있어서 성곽 길을 놓고 왼편의 숲길로 들어섰다.

역시 나무숲은 옳다. 땀은 흐르고 있지만 그다지 덥다는 느낌은 주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25분 쯤? 오르니 동장대터.





성 밖의 벌봉쪽으로 이 남한산의 정상이 보였다.

여전히 복원중인 봉암성의 성곽. 그 성곽의 왼편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벌봉이고 오른쪽이 남한산 정상이다.

그 정상은 성곽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암문이 나오는데 그 암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오른쪽 길을 따라 걸으면 갈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서 잡목들이 우거져 있고 가시덩굴들도 많이 있어 반바지인 종아리에 스크레치가....하지만





그 길 끝에서 만나는 남한산 정상석이 주는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굳이 헤치고갈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남한산 정상에서는 예빈산과 검단산이 거침없이 조망이 되는데

단지 바라만 봐도 가슴이 뻥 둟리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동문에서부터 대략 25분 정도 올라서서 얻을 수 있는 절경이다.




잡초가 무성한 가운데 간간히 보여주는 순한 길을 따라서 다시 본성으로 갔다.




성곽을 돌 때면 늘 연주봉으로 가는 암문으로 나와서 여기 이 암문까지 성 외곽으로 돌았었는데 그 습관처럼 외곽으로 가려했지만..

어떤 이유가 있어선지 그 길의 출입을 막아놨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성 내로 들어와서 성곽을 오른쪽에 두고 급하게 내려갔다.




어라?  저 아래에 암문이 있네?

기억에 없는 것을 보니 예전 성곽을 돌 때에는 분명 그냥 지나쳤을 조그만 암문이 보였다.

저기로 나갈 수 있겠는데..?




한달음에 가서 보니.. 밖으로 갈 수 있었다.

습관처럼 재빨리 밖으로 나와서 성 외곽으로 난 길을 따라 갔다.




하지만.. 그동안 출입을 막아선지 잡초가 무성히 자라서 길을 뒤덮고 있었다.




조금 걸어보니 가시덩굴로 발목과 종아리가 계속 쓸려서 뒤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분명히 길다운 길이 있었던 옛기억이, 지금까지 온 거리가 아깝단 마음이 그 길을 계속 가게 했다.

성 안쪽의 깨끗한 길을 보니 이리로 온 것이 무척 후회가 됐다.

하지만,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후회가 될 땐 돌아가자.  더 멀리 가기 전에!




사람들이 안 다니다 보니 제법 튼실한 산딸기가 여기저기에서 보였다.

잘 익은 놈을 한 눔쿰 따서 입에 털어 넣었다. 산딸기 특유의 향이 당분간 기분을 좋게 했지만...




그 놈들의 잔까시가 내 종아리를 붉게 만든 주범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드디어 북문이 보였다.

지금 시간이 11시 28분이니 한 시간 가까이 종아리에다 붉은 줄을 세심히 그려 넣은 것 같다.




연주봉 옹성까지 가는 저 유순해 보이는 길.

그렇지만 경험이 주는 교훈을 잘 새길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니까.. 주저없이 북문 안으로 들어갔다.




북문으로 들어와 다시 성곽 위쪽으로 ..




성 밖의 길은 어쩜 저리 평화롭게 보여질까? 그렇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까...




이 남한산성의 사위, 즉 동서남북엔 군 사령부들이 주둔해 있었는데.. 그 장소를 각각 동장대, 서장대, 남장대 그리고 북장대인 모양이다.

그 중 동장대터를 지났고, 여기가 북장대터이다. 특히, 최고사령관이 주둔한 서장대를 수어장대로 부르는 것 같다.




이 북장대터에선 모처럼 흰색을 가진 구름과 파란 하늘, 그 아래로 연주봉  옹성이 조화롭게 보인다.




조금 더 오르니 가끔씩 금암산 줄기로 올라서 마천으로 내려갈 때 거치는 서문이 보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무 그늘과 숲의 품 안에서 휴식을 갖거나 점심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걷자기 갑자기 시장기가 돌아 숲 안으로 들어가

어쩌다 빈 나무 벤취에다 싸가지온 커피와 빵을 내려 놓고 점심을 가졌다. 그러고 보니 12시 다 됐다.




여유롭게 점심을 가진 후, 바로 머리 위쪽에 있는 수어장대에 들렸다.




너무 자주 오다보니 이 곳은 자주 패쓰하는 곳인데..

이 강한 햇살아래에서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다시 들렸다.

이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이 곳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 다시 성곽길. 더위는 이미 절정에 다다른 듯 해서





햇볕을 피하고자 숲 안쪽의 길 위를 걷고 있지만 줄줄히 흐르는 땀 만은 막을 수가 없다.




언제나 옿은 말. 조금씩이라도 걷다 보면 목표에 다가설 수 있다

그 말처럼 남문이 보였다. 유원지 쪽에서 자주 오다 보니 그럴까?



이 곳만 오면 왠지 집으로 들어선 그 느낌?이 들곤 한다.




남문에서 성곽을 따라서 조금 걸어 오르니..

와우~~ 거짓말이지만 땅바닥에 계란을 터트려 놓아 했볕에 익혀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럴 땐, 숲이 최고!  숲으로 들어선지 얼마 안돼서 평소 보지 못한 암문이 나왔다.

매번 이 암문 위로 난 성곽길을 걸었으니 오늘 처음 보는 것이 맞다.




암문 밖으로 나와 보니 멀리 검단산 위에 있는 송신탑이 가까이 보였다. 저 곳은 성남시계 등산로에 있는 곳이라서 

가끔이지만 유원지에서 저곳을 통과하고 영장산을 거쳐 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내친 김에 조금 더 걸어갔다.

조금 전 겪은 성 외곽길에 대한 트라우마로 조금만 보다 뒤돌아가려 했지만... 길이 너무 안온하고 평안해 보인다.




조금 더 걷다가 늦기 전에 뒤돌아 가야지... 생각했지만..

<숨은그림찾기 __성벽에 있는 다람쥐 찾기>




발길은 여전히 멈춰지질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길은 유순하고 거칠지도 않으면서 잡목으로 뒤덮혀 있지도 않았다.

내친 걸음으로 걷다보니 제3옹성터도 지나고.. 아마도 이 위쪽? 혹은 위쪽에서 남문쪽으로 더 오르면 남장대터가 있을 것 같은데..




얼마 가지 않아서 성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또 다른 암문이 보였다.

정말 왠만하면 눈 감고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남한산성길. 여기 이 길 만큼은 오늘 처음으로 걸었다.

그래서 이 무더위 따윈 무시되고 단지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이 암문과 동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다시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그늘을 조금 걸어 내려가니




곧바로 동문 앞에 있는 도로 위를 오가는 차들이 보였다.




이 숲길의 종점을 나타내는 걸까? 아니면 이 길로 들러서지 말라는 경고일까..?

빨간 기를 매단 시그널을 통과하면서 산행을 마무리 했다. 현재 오후 1시 20분이니




대략 3시간 30분 간, 8km 거리의 산길을 즐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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