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조계산 __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을 생각하다. 본문

등산

조계산 __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을 생각하다.

mangsan_TM 2018. 8. 20. 16:29




2018818(). 천년고찰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을 다녀왔다.

맑은 날씨지만 약간의 더위가 있는 날원래 예정된 코스는


접치재-->접치정상-->조계산(장군봉)-->작은굴목재-->선암사굴목재(큰굴목재)-->보리밥집-->송광굴목삼거리-->천자암-->송광사-->주차장  

대략 14km의 산행을 계획했으나

선암사굴목재에서 현지인이라 주장하시는 분에게 설득을 당해 예정에 없던 깃대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가 길을 헤메이고,

그 바람에 천자암을 보지 못하고 홍골을 거쳐 송광사로 직접왔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 산행이었다.



  <조계산등산지도>




여기저기 많은 산행을 했지만 남도에 있는 산을 갈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시간적인 제약이 가장 큰 이유이고 거기에 경제적인 이유까지 덧붙이게 되면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 곳이 남도이니까..

그렇지만 요즈음엔 많은 산악회가 이런 제약을 많이 없에주고 있다.

그 중 한곳인 햇*산악회의 안내를 받아서 조계산 산행을 하고 올 수 있었다.



접치에서 산행을 막 시작한 시간은 1130.




이곳부터 접치 정상까지는 오름길과 약간의 평탄길이 반복이 된다.




그렇지만 오름이 꾸준해서 나무터널이 없다면 쉽게 지칠 수 있는 길이다.

가볍게 보고 처음부터 많은 힘을 쓰면 오히려 뒤에 몹시 힘들어 할 수 있는 구간이다.


오르다가




평지처럼 걷고





또 오르기를 몇 번씩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 느긋하게 주위를 감상하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면서 여유롭게 올라야 할 구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적당한 속도로 오르길 1시간 20분 쯤 했더니 접치재 정상이 나왔다. 몹시 시장했다.

그럴수밖에 새벽밥 먹은지 벌써 7시간이 지나고 있으니까.





가져온 약밥과 인절미로 점심을 하고 장군봉으로 향했다.

지도상으론 연산봉으로 가도 송광사로 내려갈 수는 있으나 목표는 조계산이니까.





산등성이 임에도 주변을 조망할 수는 없었다. 큰 나무들이 온 등로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의 조망이 없어도 아쉬움은 없다.

왜냐하면 이 무더운 여름엔 이렇게 시원한 나무그늘이 최고이니까.

! 단풍이 있는 가을도, 눈꽃이 있는 겨울에도 나무 밑의 길은 언제나 좋지 않을까..?





접치재 정상에서 장군봉까지는 가까운 거리에다 고도 차이도 얼마 되지 않아서 금방 갈 수 있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간. 연산봉 쪽으로 약간의 조망이 트였다.  




정상이다. 조망이라고는 아까 보인 연산봉이 전부.






그래서 오래 머물지 않고 송광사의 이정표가 아닌 보리밥집으로 향하는 이정표의 지시를 따르고..




길은 여전히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오른 그것보다 좀 더 가파르게 내렸다.





그래도 위험한 부분은 없어서 여유롭게 오르고 내릴 수 있겠구만... 

계단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테니 설치를 하겠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 땅은 후손의 것을 잠시 빌려쓰는 것인데..  왠만하면 산 본연의 모습대로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일까?





급하게 내리는 중에 범상치 않은 바위가 보이고 몇몇 사람이 그 위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조계산에서 조망이 트이는 유일한 한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배바위라고 어느 산우님의 글에서 읽었는데

그 배바위였다. 




고민없이 줄을 잡고 올라서니 방금 내려온 장군봉은 물론, 목적지인 송광사까지 훤히 보였다





 

배바위에서 내려와 다시 급하게 내려오니 작은굴목재가 나왔다.

이웃 산우님들의 글은 오른쪽으로 내려가 장박골을 따라서 보리밥집으로 갈수 있다고 알려주었으나.





직진 방향의 큰굴목재로 가는 길이 유순한듯 정겨워 보여서 그대로 직진을 했다.

약간의 오르막이 있는, 나무들 밑으로 난 길이 무척 청량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문제는 큰굴목재(선암사굴목재)에서 일어났다.





사거리이다 보니 어디로 가야될까? 하고 지도를 보고 있으니 뒤에서

'실례가 되지 않음 내가 길을 가르켜 줄까요?'라면서 나이 지긋하고 순박한 표정의 한 노년 남성이 말을 건냈다.

'감사합니다.' 나야 당연히 감사할 따름이다.

'어디서 오셨나요?'..... '서울에서 왔습니다'

'어디로 가시는데요?'... '천자암으로 가서 쌍향수를 보고 송광사로 가려고요'

'그렇습니까? 이 길로 쭈욱 가세요. 스님들이 다니시는 길입니다. 어느 정도 가시다 보면 천자암이란 이정표가 나와요. 그 이정표를 쫒아가면 됩니다.'

하고 고등산 방향을 가르켰다. 이때, 앞쪽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쉬시던 노부부께서 손사래를 치셨다. 그 쪽으로 가면 안된다고 하셨다.

그랬더니 처음 길을 가르쳐준 분이 왈 '어디서 오셨는데요? 저는 이곳 출신입니다만' 노부부께서 대답하시기를

'방금 천자암에서 오는 길인데, 이쪽으로 가면 방향이 전혀 다르지 않나요?' 

 언쟁을 뒤로 하면서 각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는 고등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노부부님의 말씀은 틀림이 없겠으나 이곳에 사시는 분이니까 시간을 절약하는 숨겨진 길이 있겠지 하는 마음에서 였다.





또한,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해를 주거나 거짓을 말할 인상도 아니었고

보다 근본적인 것은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힐 까닭이 없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고동산으로 가는 길. 서어나무 군락을 지날 때는 상쾌한 마음에 탄성을 내고




사람이 다니지 않아서 길 위의 거미줄을 몸으로 헤쳐 가면서까지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설렘을 가졌지만




깃대봉을 지나고 새로운 임도가 나타날 때까지도 이정표는......  없다!!

더욱이 지도를 보니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천자암과는 더 멀어질 뿐! 




그래도 임도를 건너서 700봉까지 더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정표는 나오지 않았다.

송광사 주차장까지는 오후 5시 40분 까지 가야되는데..

후회가 올 때는 가급적 빠르게 뒤돌아가자는 신념에 따라서 뒤돌아섰다.

분명히 그분이 말한 길은 존재하지만 내가 찾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많은 자료를 뒤적여 찾아보았으나 큰굴목재에서 깃대봉을 거쳐 천자암으로 가는 길은 없었다.

그 길은 단지 호남정맥길일 뿐.

 






지도를 보니 임도에서 보리밥집으로 가는 길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 길을 믿고 임도까지 뒤돌아 내려선 다음 임도를 따라 내려갔더니 보리밥집으로 향할 것 같은 길이 보였고

편백나무 숲 속으로 난 그 길은




다행스럽게 나를 보리밥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한시간 가까이 예정에 없던 시간을 보냈다.






보리밥집에서부터는 완만한 오름길이었는데 이미 예정에 없던 길을 걸어서였는지 몹시 피곤함이 몰려왔다.





심지어는 배도사대피소 옆을 지날때는 오금에 강한 긴장까지 왔다.

경험상 더 진행하다가는 햄스트링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주저함 없이 그 주변 바위덩어리 위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송광굴목삼거리. 송광사와 천자암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하지만 허비한 한시간이 천자암을 갈 수 없게 했다. 그 예정되지 않은 길을 간 댓가이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다시는 보지 못할 깃대봉도 지날 수 있었으니까..그렇다고 아쉬움마저 없는 것은 아니어서

그 쌍향수의 모습을 어느 산우님의 멋진 사진으로 갈음한다.




삼거리를 지나서도 여전한 오름길. 그 오름질은 송광골목재에서 마침내 끝이 나지만..





내림길은 처음엔 유순하게 그리고는.. .




급격히 떨어지는 너덜길로 되어 있었다.





가을에는 단풍이 멋스럽다고는 하는 이 길이지만 내려오는 동안 조금은 지루함을 줬다.






다행스러운 것은 곧 다리가 나오고 송광사에 다다를 즈음엔 적당히 물이 있는 계곡을 만났다는 정도?






물고기 노니는 물가에 앉아서 잠시 앉아 있었더니 그 동안의 피로가 가시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 동안 약간의 긴장이 오던 햄스트링도 거짓말처럼 없어져 있었다.




보기에도 시원한 대 숲을 지나




적어도 몇 백년의 시간을 품었을 듯한 돌담길을 지나니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들렸던 곳. 그래서 지금까지 머릿속에 담겨있던 영상.

송광사 입구의 그 다리가 아름답게 눈으로 들어섰다.






그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천년의 시공이 있는 송광사.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경내를 둘러봤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어 졌다.










일주문을 나오면서 지금까지의 행적을 뒤돌아 봤다.





내게 친절(?)을 베푼 그 분은 과연 지금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계실까? 즐거우실까?

길 옆 건물에 붙어있는 훌륭한 글이 새삼 가슴으로 후벼파듯 들어섰다.






송광사에서 주차장까지도 꽤 긴 거리였지만 길이 아름다워서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었다.






못내 아쉬웠던 천자암. 그리고 그곳에 있는 쌍향수.

여기 조계산은 보통 선암사를 들머리로 한다던데..언제 기회가 된다면

선자암에서 장군봉을 거쳐 연산봉도 오르고 천자암도 꼭 둘러봐야 하겠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그 분의 친절이 그 어떠한 불손한 의도가 묻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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