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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괴산 칠보산 __ 구봉능선으로 오르진 못했지만... 본문
2018년 8월 26일(일).
충북 괴산에 있는 칠봉산에 다녀오다.
떡바위를 들머리로 해서 청석재 --> 칠보산 --> 거북바위 --> 시루봉삼거리 안부 --> 살구나무골 --> 쌍곡휴게소를 날머리로 하다.
<괴산 칠보산등산지도>
며칠 전까지 날씨를 간섭한 태풍 쏠릭이 지나가고 그 후유증인지 어제부터 비가 오락가락 거렸다.
예보상으론 오늘 점심 무렵부터 비가 온다고 하던데..
아침 일찍부터 칠보산 떡바위로 향하는 버스 차창 밖엔 벌써부터 빗방울이 후두둑 대다 말고를 반복한다.
다행스럽게도 산 밑자락에 들어섰을 때에는 비가 그쳐 있었다.
아침 9시.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 궂은 날씨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대회의 출발선을 나서는 양 산으로 들어선다.
이 개울을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구봉능선길이 있다고 하던데..
그곳의 멋지고 아름다움을 표현한 산우님들의 글을 많이 읽어 본 영향으로
일행(솔**산악회)들의 눈에서 잠시 떠나서 사실 그 곳을 오르고자 하였지만...
물기 많은 바윗길, 거기에다 처음으로 가는 길이란 핑게가 그 길로 들어서지 못하게 한다.
굳이 가려고 들면 못갈것도 없을텐데.. 오늘은 평탄한 길로 가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조만간 분명히 만날 수 있는 비가 두려워서일게다.
청석재까지는 계곡을 옆에두고 대부분 완만한 오름길.
길도 유순하여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에 이곳을 찾는다.
아주 오래 전, 산행의 매력도 모르면서 산을 찾아들기 시작하던 그 때. 산행 선배가 나를 산으로 이끌기 위해 데리고 왔던 이 길.
그다지 어렵지(그 당시에는 몹시 힘들었음) 않은 오름에다 길 주변으로 간간히 나오는 기암괴석들 그리고 소나무가 주는 멋스러움
그러니 산행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그래서 언제나
정겨움과 그리움으로 각인이 된 이 길이다.
그 때(한 25년 전 쯤?)에는 산에 다니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라야 우리 일행이 다수 였었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큰바위 아래에 걸쳐져 있는 나무들이 설마 이 바위를 지지하기 위함일까?
그 나무들의 숫자 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깃대어져 있는 것일테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났다는 증거일 테다.
각연사에서 오르는 길목이고 칠보산 반대방향으론 지금은 출입금지가 되었지만 보배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
칠보산 방향으로 조금 더 올라서서 조망이 트이는 곳을 찾아 뒤돌아 서면 보배산으로 향하는 능선이 꿈틀 거리듯 보여진다.
<보배산 : 아래 사진 맨 왼쪽 봉우리>
다시 뒤로 돌아 조금 오르다 왼쪽으로 보이는 저 봉우리는 뭘까?
비가 온 이후의 풍경? 아니면 비를 예보하는 풍경일까?
그 구름과 무척 잘 어우러지는 저 둥근 봉우리. 지도상으론 덕가산인듯 하지만.. 워낙 공간지각 능력이 뒤쳐지는 관계로..
그 산의 이름만큼은 훗날에 불러야 할 것 같다.
이름이 중요한건가?
그냥 이 고사목과 바위(중절모바위라 명하는 듯) 그리고 먼산과 구름. 와우~~ 정말 멋지다.
이렇게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구봉능선은 그 나름의 멋이 있겠지만..
이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행복충전은 그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른쪽으로 보이는 저 봉우리는 무척 낯이 익다.
저 산도 한참 등산에 재미붙여 가던 시절. 죽을둥 살둥 오름질만 계속했던 산. 군자산이 틀림없어 보인다.
정상에서나 들릴법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바람에 섞여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저곳이 정상인 것 같다.
보이긴 가까이 보였지만.. 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
뭔가 생명체인양 하는 바위를 스쳐보기도 하고
누군가의 정성을 쌓아 놓은 곳을 지나기도 해서
드디어 10시 25분.
칠보산에 올랐다. 굳이 시간을 말하면 1시간 20분 정도 오른 것 같다.
여긴 정상. 예의가 있지 그냥 내려갈 수 없어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이다. 거북바위로 향한다.
거북바위 내림길(계단)에서 보이는 저기 흰바위절벽으로 되어 있는 산.
얼마전 대야산에서 바라보던 희양산?... 아마도.
기암과 괴암 사이로 난 길로
잠시 내려서니
저 아래로 평평한 마당바위가 보인다.
몇몇 산우님들이 자리를 펴고 점심을 갖는 모습도 보여 급하게 내려선다.
왜냐하면 벌써부터 에너지충전에 대한 시그널이 있었으니까..
자리를 서둘러 펴고 준비한 점심을 펼쳐 놓고 여유를 가지니 그제서야 눈 앞으로 다가오는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
아항! 맞다. 이곳이 그 유명한 거북바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산행하기 좋을 정도로 아직 비는 내릴 기미가 없다.
그래서 점심을 느긋하게 하고는 여유롭게 하산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심장을 어택할 만큼의 급전직하의 계단.
그리고 잠시 소나무와 바위의 어울림을 뒤로 하고
안부삼거리까지 고도를 쑥쑥 낮추어 내려간다.
나무로 된 계단이든
마사토와 나무뿌리로 된 길이든 그렇게 내려가더니
안부삼거리에서 조금 내려서면서 부터 계곡을 만나 유순한 숲길로 변신을 한다.
살구나무골의 시작.
하지만, 언제부턴지 나무잎에 빗방울 돋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큰 비는 아니어서 계곡을 건너다니는데 큰 지장은 없었고, 걷는데도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강선대와 같이 유명한 곳도 흘깃 보고 지나치게 만들기엔 충분할 정도의 비?
<강선대>
그래서 쌍곡폭포 마저도 지나칠까 하다가 그 이름값이 커서 잠시 들려 보기로 하였지만..
이름값에 비해 그 규모가 좀 조촐하다.
앞에 탐방지원센터가 보인다.
그 탐방지원센터를 지나고 개울을 건너면..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하는 곳, 쌍곡휴게소!
여전히 비가 내린다.
오후 1시. 가까운 카페에 들려 따듯한 커피 한잔을 구입했다.
감싸 쥔 손으로 스미는 따스함과 그윽하게 퍼지는 향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 위의 풍경들을 다시금 소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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