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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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영남알프스 __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그리고 통도사

mangsan_TM 2018. 10. 30. 15:47





영남알프스.

이 가을을 그냥 보내기엔 마냥 섭섭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산.

2018년 10월 28일(일), 그래서 무거운 짐 떨구듯이 밤을 지새워 그곳으로 달려가 배내고개를 시작으로

배내봉 --> 간월산 --> 신불산 --> 영축산을 지나 통도사를 거쳐왔다. 


<영남알프스 입체 개념지도>


<영축산 산행지도>





그 높은 산 위에 펼쳐진 드넓은 평원. 그 곳에서 무리지어 일렁이는 흰 억새꽃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버스 안에서 자는둥 마는둥 피곤을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버스에서 내린 배내고개. 추위도 이런 추위가 없을 것 같다. 마치 한겨울 영하의 날씨.

그래서 땀을 낼 목적으로 랜턴에 불을 붙이고 바지런을 떨어 배내봉을 향한다.

새벽 5시 10분. 멀리 언양읍(?)의 불빛을 모아서 부지런히 걷고는 있지만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




어둠의 이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까?

주변을 보여주지 않아서 오롯히 한가지에만 열중하게 하는 것.

걷는데에만 온 신경을 쓰다보니 40분도 채 안되어 배내봉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인증을 하고갈까? 하다가는 그냥 지나친다. 아직도 추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간월산으로 향하여 갈 때, 주변이 조심스레 보여지더니





해가 자신의존재감을 마음껏 뽐내면서 땅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에잇! 간월산 정상에서 보았으면 더욱 멋졌을 텐데.. 하필이면 이 잔가지 무수한 나무 틈으로 간신히 보게 되다니..

아하 이게 욕심이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즐기지 못하고 다른 것을 탐하는.. 마치 부자가 더 못채워서 끝내는 불행하다 하듯이....




역시 대단한 태양!

하늘 높게는 여전히 달이 떠 있지만 이제는 주변이 고스란히 눈에 담긴다.





덕분에 왜이리 추웠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한다. 

길바닥 틈틈히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그 무엇들, 보기만 해도 손이 시린 서릿발이다.




드디어 간월산 정상석이 보인다. 아침 7시 10분.





간월산 정상석의 모습은 마치 몸매 좋은 남자의 그 모습과 같아 보인다.

나 역시 남자이지만, 근육질의 그 모습은 보기가 좋아서 앞으로의 여정에 힘을 주는 것만 같았다.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추위. 덕분에 길을 재촉하게 한다.




아직도 남아 있는 여명을 헤쳐가면서 간월재로 향하던 순간!

요호~~ 빛을 머금은 억새밭의 억새들. 가벼운 바람을 타고 은은히 제 주변에 빛을 흩뿌리며 노니는 모습들이 모두가 환상이다.





더욱이 알록달록의 텐트와 그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으로 내가 들어선 것은 아닌지.. 착각까지 불러온다. 




간월재 휴게소. 이곳에 올 때마다 들려서 가벼운 주전부리를 했던 곳.

지금은 이른 시간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굳게 닫힌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다.




간월재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뒤돌아 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렇게 뒤돌아보는 경우가 많아진다. 나쁘진 않다.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나아갈 길을 나름 조정할 수도 있으니까..


뒤돌아 본 순간! 오! 마이 갓! 그 환상적인 흰 억새꽃이 없다.

그럴 수밖에 사실 억새꽃은 이미 바람에 다 날아갔고 그 꽃들을 떨구고 남은 잔 꽃대들이라고 해야할까?

좀 전까지 본 억새밭의 환상은, 그것들이 햇빛을 가지고 만든 훌륭한 예술이었으니까.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린 빛의 그림과도 같은..




해를 향해 나아갈 때에는 여전히 억새들이 빛으로 그림을 비져내고 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예술이어서 힘든 줄 모르고 신불산으로 향한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는 급기야는 등성이 위에 올라섰다.

쉴 때마다 보게되는 뒤돌아봄. 지금 역시 뒤롤아 보이는 풍경에 절로 미소가 인다.

저 멀리 가지산으로 보이는 산줄기를 병풍으로 세우고 그림 오른쪽 줄기 배내봉부터 간월산 그리고 간월재로 내려선 길까지..




그리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영축산과 함박등의 능선길.





아직까지도 이른 시간인데..

신불산 정상석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자취를 인증하고자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있었지만..

세찬 바람으로 추위가 가시지 않아 패쑤!!




대신에 신 정상석에 밀려 봉우리 조금 아래에 있는 구 정상석을 위로하고는




그 유명한 신불평원으로 향한다.




신불재. 꼭 털을 잘 빗긴 말 잔등 같다.

그리고, 오래 전 일본 북알프스를 등정할 때 부러워했던 모습. 형형색색 가지가지의 텐트를 이곳에서 본다.

예전 같았으면 꼭 해보고 싶었을텐데 지금은 부럽긴 하지만 굳이 나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열정이 식은 결과라 하겠지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감을 느끼고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빛의 예술에 매료가 된다. 어쩜 이렇게 억새를 표현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인상주의의 대표주자인 모네도 이런 느낌이 있어서 새로운 화풍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겠지?





뒤돌아 본 신불산. 억새들이 자기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 모습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던 전쟁터 였다고 하던데.. 단조고성터가 그렇고 함박등, 시살등 등의 지명 유래가 또한 그렇다.

가는 길 왼편으론 깎아지른 절펵으로 아래에서 보면 완고한 하나의 성의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던 전쟁터 였다고 하던데.. 단조고성터가 그렇고 함박등, 시살등 등의 지명 유래가 또한 그렇다.




참 흖지 않은 평원. 이 높은 산 꼭대기에서 펼쳐진 습지.

반드시 잘 간직했다가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줘야 할 곳.






드디어 영축산 정상석이 보이고, 그곳에 먼저 가 있는 사람들의 행복함이 소리가 되어 내게로 온다.




영축산 정상.

그 억새평원의 감동이 다른 모든 것들보다 우선하여 현재 시간이 어찌되는지도 모르게 했지만...

보다 정확한 신체시간이 점심때라는 것을 알려주어 인근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가졌다.




추위는 언제 물러 갔는지..

따듯한 햇살과 가져온 커피 한 잔으로 양 껏 힐링을 하고는 오룡산을 향해 출발.

왜냐하면 함박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오룡산 방향으로 가야하기 때문.




영축산을 조금 내려선 다음 뒤돌아보니 봉우리가 나무들을 입고 있어서 억새와는 다른 매력을 보이고 있다.




함박등으로 가는 이 길.

우리 선배들의 고귀한 죽음이 서린 이 길. 그렇지만 숭고함 보다는 평안하고도 아늑함을 주는 이 길.




그래도 뒤돌아 서서 묵념을 잠시 갖는다. 이 아름답고 넓은 곳에서 위정자가 아닌 많은 민초들이 나라를 구하고자 숭고한 희생을 했구나.





함박등으로 향하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간간히 바위벼랑길도 있어서 걷는데 긴장을 유지시킨다.




그렇지만 가는 내내 전망이 트여서 보는 재미가 있다.

오른쪽으론 멀리 영남알프스의 또다른 길인 천왕산과 재약산이 보이고 그 앞쪽으론 가을을 입은 산줄기가 아름답게 보인다.




그 왼쪽으론 백운암에서 극락암을 거쳐 통도사로 이르는 길이 단풍과 어우러져 있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 봉우리. 함박등.

꽤 긴 거리를 걸어서인지 오르는데 힘이 부쩍 들어간다. 그래도 보이는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금새 힘이 보충이 된다.

새로 놓여진 작은 표지석. 그 옆에 숨듯이 있는 아주 작은 옛 표지석이 귀여워 보인다.




함박등이란 유래를 아무리 찾아도 알 수가 없다. 단지, 바위벼랑길을 등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있는 정도.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것이 시살등, 주바위등 등의 이름이 있는 곳엔 모두 바위벼랑을 지나치는 길이다.




함박재에서 백운암으로..내려간다는 생각만으로도 갖게되는 여유

그래서 시간을 보니. 헉! 11시 13분.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구나...




함박재에서 백운암 그리고 극락암으로 가는 길은 아주 가파른 길이었다.





그래도 양산시민들이 사랑하는산이어선지 가족단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가파른 길을 오르고 있다.





백운암. 한글현판. 이제는 많은 곳에서 볼 수 있다.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백운암부터는 차도. 그래도 나무 숲이 길을 품고 있어서 걸을 만 하구나 했는데...





극락암부터는 많은 차와 함께 길을 공유하다보니 슬그머니 짜증이 인다.





세심교를 건너서 영축산을 바라보니.. 마치 성곽 같기만 하다.





통도사 옆을 흐르는 통도천의 바위들.. 마치 현대 설치미술 같다.

당연히 작가의 이름은 세월. 




그 옆쪽으로 나무가 있고 벤취가 놓여 있고.

그 벤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 센강 옆에서 휴식을 취하는 파리지엥을 떠오르게 한다.




통도사.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사찰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경내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사찰 곳곳에 서 있었는데..

궁금하지만..  에잇! 그냥 보고 즐기자.






영축총림이라..

아구..또! 뜻이 궁금하지만... 그게 궁금하다 하여 다른 것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지.



일주문을 지나고 한참을 걸어야만 주차장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이 길을 걷는 자체에서 아마 복이 묻어나는지 걷는 것으로 모자라 그들의 염원을 바위에 새견 것을 볼 수 있었다.



맑은 물소리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무엇보다도 짙게 스며드는 나무향

그들과 더불어 오늘 산행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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