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귀때기청봉 __ 소승폭포와 도둑바위골의 단풍. 본문

등산

설악산 귀때기청봉 __ 소승폭포와 도둑바위골의 단풍.

mangsan_TM 2018. 10. 16. 12:47








2주 전. 설악산 공룡능선으로 단풍마중을 했는데..  그 때 막 시작되는 산 정상부의 단풍들의 모습이 지금껏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쯤이면 설악 그 어디든 풍성한 단풍이 있을 것 같은 마음에 며칠 전부터 설악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눈에 들어선 산악회MTR의 설악산 길 공지. 참여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2018년 10월 14일(일).

소승골입구 --> 소승폭포 --> 귀때기청봉 --> 도둑바위골 -- 도둑바위골입구의 산길을 걷다.


<상투바위골과 도둑바위골(주황색선) 및 소승골(녹색줄) 지도>




한계리에서 한계령휴게소 방향으로 가다가 해발 800 m가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20분 쯤 된것 같다.

차 한대 세울 수 있는 적당한 공간에 주차를 하고 길 건너 골 입구로 말 그대로 슬며서 스며들었다.




예전 동네 분들이 그래도 많이 다녔던 모양인지 길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지 않아 길을 가는데 헤메이지 않게 했다. 




길 주변으로 산죽들이 왕성하게 서 있고 그 위쪽으론 화려하게 치장을 한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우고 있어서

단풍에 대한 풍성한 기대를 갖게 했다.






또한 옆으론 계곡을 두고 있어서 가끔이지만 청량한 물소리로 걷는데 힘을 보태곤 했다.





그렇게 한 30분 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고 있을 때였을까? 보다 더 세찬 물소리가 들려 주변을 세세히 둘러보니




오우~~

가는 물줄기가 실처럼 하늘에 매달려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물기 머금 단풍 또한 생동감있게 다가오고 바람결 따라 몸을 움직이는 폭포 또한 리듬감이 있어 가만 보고만 있어도 별천지다.





아마도 이 소승폭포까지에 많은 사람들이 발자욱을 둔 듯 하다.

왜냐면 폭포를 마주하고 길은 포포 오른쪽 산 등성이로 나 있지만.. 그 길이 뚜렷하지 않으니..

그래도 그 길을 걸으면서 보여지는 폭포의 모습을 높이별로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스릴을 줄 요량인지.. 직벽 틈으로 스며들다가






벼랑 한 켠으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아찔한 낭떠러지를 바로 옆에 두고 지나치기도 했다.





내가 가진 두 손과 두 팔로도 오르내리는 것이 어려울 때는 MTR산악 대장님이 내려준 로프에 의지하면서..





이 험하고 아찔한 길.

뻔히 내려올 것을 뭐하러 힘들게 오르려 애쓰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미지의 무엇과 조우하는 기쁨?

분명한 것은 이곳은 또다른 세상이니까...





가는 내내 힘들 때마다 뒤돌아 쉴 때면 어김없이 보여주는 저 가리봉의 모습.

그리고 인제군 한계리 위를 덮은 흰구름의 저 모습까지.. 산을 오를 때마다 높이에 따라 보여주는 같으면서도 다른 그 모습들하고..






2년 전 이맘때 쯤, 주걱봉 옆쪽으로 올라서서 가리봉에 올라서기까지 보여줬던 그 가을빛.

그 가리봉 산줄기가 내 앞까지 팔을 펴서





바로 내 발아래까지 가을을 채색하여 보여주는 이 광경을..

이곳까지 올라서서야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임을 ..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어느정도 고도를 높인 것 같다.

발 아래로는 자양6교로부터 시작되는 소승골이 뚜렷하게 보이고




오르는 내내 굽어 살펴주는 가리봉이 점차로 멀어져 갔다.

그 또한 그런대로 보는 즐거움을 준다.








소승골의 발원지라 볼 수 있으려나? 암튼, 소승골 최상단 왼쪽으로 있는 멋진 암봉을 왼쪽에 두면서 또다시





암벽을 오르고 혹은





줄에 의지해 내려서기도 하고..





가끔은 붉은 단풍 아래를 지나기도 하면서





오르고 있던 중, 길 곁에 따로 우뚝 솟아난 바위를 MTR 산악대장님의 권유로 올라가 봤다.

오호~ 한계령이 보이고 그 밑에 있는 칠형제봉의 실루엣이 그림처럼 펼쳐져 보여졌다. 그리고 바위를 내려와





조금 걷다가 뒤돌아 섰을 때...  정말이지 행복한 미소가 절로 생겨났다.

왜냐하면.. 조금 전에 올랐던 바위의 진실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 아주 행복해 보이는 커다란 돼지 한마리.





설악산 서북능선 주능선이 눈에 들어섰다.

하지만 보인다고 가까운 것은 아니다. 가까이 보이는 저 너덜지대까지 가려 해도




단풍나무 밑을 한참 지나야 하고 ..




참!! 이곳 단풍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들 이미 졌거나 마르거나 했다. 불과 한주 전까지만 해도 풍성했다고 하던데...





서로가 성질이 다르지만 멋지게 상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나무와 바위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길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원시 숲을 지나고 나서야..






그 바위 너덜지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설악 서북능선의 랜드마크인 너덜지대.

즉, 이제서야 서북능선 주능선에 오른 것이다. 오른쪽으로 설악 대청봉까지 이어진 서북능선길이 보이고





왼쪽으론 가까이 귀때기청봉이, 그 연장선 한참 멀리 안산의 모습까지 조망된다.




너덜지대 정점에 오르면서 보여지는





그 화려한 바위군락들의 모습.

1년 전에 지났던 용아장성과 그 뒤로는 불과 2주 전에 지났던 공룡능선의 모습까지.. 여기에 오면 늘 감탄과 함께 바라봤던 모습인데..

이번 역시 감탄이 함께 한다.




하산길을 도둑바위골로 정했다.

그리로 가려면 한계령쪽으로 가야 했으니.. 바로 눈 앞에 귀때기청봉을 두고 돌아서는 모진 마음이 내겐 없었다.

그리고, 가본지도 벌써 햇수로는 2년 만이라서 잰걸음으로 귀때기청봉을 향했다. 




그런건가..? 정상은 아무리 자주와도 마음이 상기되는 건가?  가리봉과 주걱봉은 이미 저 먼곳에서 그림이 되었고





저 멀리 안산의 모습까지.. 정말이지 이 길로 해서 장수대로 내려서 본지가... 까마득한 엤날 같기만 하네..?





푸후후후.. 가급적 사진을 안찍히려 드는데.. 인증샷은 남기고 싶으니.. 그 이유가 뭐지...?





오후 2시 30분.

요 앞으로 보이는 고랑이 오래 전에 올랐던 상투바위골 같은데..?





대청과 중청 그리고 소청. 그 조금 아래 소청산장 그리고 그 조금 더 아래의 봉정암까지.. 그리고 그 뒤쪽의 화채봉..  휘휘 둘러보고는




냅다 서북능선을 따라 대청봉까지 달음박을 친다. ㅍㄷㄷㄷㄷ





그렇지만 두 번째 바위너덜지대에서는 가는 길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도둑바위골로 들어서는 관문이 그 아래에 있으니까..





아마도 이 길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지 싶다.

흔적이 아주 희미하고 더욱이 그 위를 갖은 나뭇잎들이 덮고 있어 길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길을 아주 잘 아는 분의 리딩이 빛을 발하는 구간.




색깔은 있지만 윤기가 부족했던 나뭇잎들이 계곡에 물기가 있는 곳부터는 색깔에 윤기를 더하고 있다.

드디어 도둑바위골.





원시자연의 모습이지만 그 모습들이 거칠거나 황량하지 않다.




계곡의 수량이 점차로 많아져 갈 때,




그 위쪽에서는 떨어지거나 말라가던 단풍들이 좀더 윤기가 있고 싱싱하다.

하지만, 이상기후의 연속이었으니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곳 단풍 역시 곧 질 것 같은 예감.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도둑들이 한바탕 일을 하고는 이 바위 아래쪽에 난 구멍 속으로 사리지곤 했다고 한다.

그 구멍 안은 몇 사람이 거주할 만큼 큰 동굴이라고 하던데..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암튼, 이 바위가 도둑바위골의 이름을 잉태한 도둑바위이다.




도둑바위에서 조금 걸으니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산행을 마치는 시그널 한계령길이었다.





오후 5시 13분. 한계령길에 들어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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