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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설악산의 첫 단풍 __ 공룡능선에서 맞이할까?

mangsan_TM 2018. 10. 2. 19:38






벌써 설악엔 단풍이 곱게 앉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단풍은 역시 설악이 제격. 올 첫 단풍은 설악에서 맞이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8년 9월 30일(일). 새벽 3시부터 오색탐방지원센터의 문을 지났다. 코스는

오색 -- 대청 -- 중청 -- 희운각 -- 공룡능선(신선봉 -- 1275봉 -- 큰새봉 -- 나한봉 -- 마등령) -- 오세암 -- 영시암 -- 백담사. 20 km의 여정이다.


<설악산 등산지도>





예전엔 공룡능선을 걷고 싶어도 준비는 물론 경비 역시 만만치 않아서 그를 실행하기가 쉽지않았지만, 

요즘엔 주위를 잘 둘러보면 그를 쉽게 실행하게끔 도와주는 곳이 꽤 많이 있다.

솔**산악회도 그 중 하나여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 새벽 2시 45분에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올 수 있었다.

탐방지원센터 앞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전 여름철에는 문 여는 시간에 유연성이 있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경우에는 시간에 구애됨 없이 문을 열었었는데..

요즘엔 문 여는 시간이 정확하다고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3시에 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대청을 향해 출발을 한다.




오색에서 대청으로 연결된 길.

딱 한 번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걸었던 길이다.

공룡이나 화채를 갈 때도 그렇고 서북능에서 내려올 때도 혹은 수렴동으로 갈 때 역시. 그저 씩씩대고 어둠 속을 오르거나 내리거나.

그래서 눈이 푸근하게 내린 밝은 날, 대청만 올랐다 내려올 때 느꼈던 그 아름답던 그 한번의 길을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다.





언제나 처럼..  어둠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곳은 뒤돌아서면 점봉산이 보여지는 곳부터 살살.





사실, 그곳부터 정상까지는 300 m 남짓의 거리나 되려나..?

그래도 아직까지 다 벗겨지지도 않은 어둠 속에서도 그 고운 자태를 보여주는 단풍이 있어 힘을 더 내어 오르니





곧, 정상이 보였다. 그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의식이라도 치루는 듯이 올망졸망 앉거나 서 있거나...






아침 6시 10분.





정상 인증을 하기엔 긴 줄 끝에서 많은 기다림이 있어야 하기에





그 아래 적당한 곳에서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기념 사진.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중청과 끝청으로 이어지는 능선엔 울긋불긋 고운 단풍이 여명임에도 빛을 내고 있었고






다시한번 더 걷고 싶은 화채봉과 그 능선이 서서히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곳에 오면 언제나 눈길을 사로잡는 공룡의 갈기들이 서서히 그 위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겉옷을 입었음에도 몹시 춥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대청에서 서성이지 못하고 중청으로 향한다. 중청에 가까이 다가서자

드디어 햇볕이 막강한 힘으로 대청을 넘어 중청을 지나친다. 그 때부터 깨어나는 단풍들의 모습이





뒤돌아 대청에서 솟구치는 아침해 만큼이나 강렬하다.





중청의 고운 가을을 지나면서





보이는 장쾌한 서북능선 줄기. 가운데 뒷쪽의 안산과 오른쪽 앞에 있는 귀때기청봉의 모습이 시원하게 조망이 되고





수렴동계곡과 그 오른쪽  용아장성능이 아침햇살에 기재개를 켜고 있다.





앞쪽을 보니 발 아래로 신선봉과 범봉, 그리고 멀리 흰구름과 울산바위가 펼쳐져 보인다.





대청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

가파르고 가파르고 가파르다. 그리고 돌길에다 자갈길.





어쪄다 보이는 공룡의 갈기가 없다면 지루하기 그지 없는 길.





현재 시간이 아침 7시 40분이니

무려 이러한 길을 중청부터 1시간 가량 내려오고 나서야 희운각에 도달할 수 있다.




희운각에서 바리바리 싸가지고온 음식들 중 달랑 떡 한덩이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가졌다.

음식은 많은데 먹어지는 것은 그 정도 뿐이니 이미 많이 힘이 들은 모양이다. 게다가 속은 왜이리 더부룩한건지..



희운각 전망대에 올라서 작년에 신선봉에 오를 때 지나쳤던 바위산과





그 뒷쪽에 뾰죽히 솟아나온 신선봉을 의식을 치루듯이 바라보고는





뒤돌아 보이는 대청 중청 소청에게 안녕을 고하고 떡 한덩이의 힘을 가지고 공룡으로 출발한다.





그 출발선. 무너미고개. 사실 이 줄로 된 바리케이트 뒤쪽에 나 있는 희미한 길이 신선봉으로 가는 옛길이지만..

거기는 출입금지된 길이고...





지금은 정비가 잘 된 길로 신선봉으로 향한다.





그 오름질은 왠만한 동네 뒷산의 그것보다 어렵지만





올라선 후에 보여지는 절경들이 있어 그 수고로움을 모두 잊을 수가 있었다.





뒤돌아서면 대청 중청 소청이 마치 동네 뒷산인양 친근하게 보여지는 것이 신기하고





앞 쪽으로는 멀리 울산바위와 범봉이 있는 천화대 바위군락들이 마치 선계의 땅인양 하여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공룡능선이 한눈으로 들어와서 앞으로 가야할 길을 눈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사진으론 원근이 정확히 구별이 안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길은 1275봉으로 가서 큰새봉을 지나고 나한봉 그리고 마등령으로 순차적으로 지난다.

그들의 모습이 아직까지는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발 아래로 보이는, 예전에 지났던 칠형제능선도 보고





범봉(포효하는 범의 형상인줄 알았는데, 범선의 그 범을 뜻한다고 함)





멀리 울산바위에게도 눈맞춤을 하고는 산을 내려섰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가파르다.

게다가 아침 습기를 머금은 돌 표면이 매끄러워서.. 으악~~ 하고 넘어졌다.

다행히 오른쪽 팔뚝에 약간의 찰과상과 타박상을 얻는데 그쳤지만.. 무지 챙피했다. ㅍㅎㅎㅎ

무척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신선봉에서 1275봉까지는 꽤 긴거리에다 비록 폭이 작지만 잦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거쳐야 했다.

이미 희운각에서 채운 에너지는 거의 소진된 듯도 하고..

길 주변에 펼쳐져 있는 다양하고 이쁜 단풍의 모습이나










그런 단풍들을 담은 산들의 모습이 없었다면 한 발자욱 떼기가 몹시 힘들었지 않았을까?






비록 오름이 작고




내림도 작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주 되다 보니 몹시 지쳐갔다.





그래서 어느 한적한 장소에 배낭을 내려놓고 빵 한 개와 커피 한 잔으로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





어느 정도 에너지가 충전되니 그제서야 1275봉의 모습이 눈에 들어선다.






뒤돌아보니 멀리 대청봉이 보이고 가까이 방금 그 밑을 지나친 신선봉의 모습이 보였다.






1275봉으로 고고씽!

다시 시작되는 오름질. 오르는 많은 분들처럼 나 역시 끙끙대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공룡의 아주 큰 오름과 내림이 있는 곳은 5군데 이다. 신선봉, 1275봉, 큰새봉, 나한봉 그리고 마등령이 있는 곳이 그곳이다.





그리고 어느쪽에서 오든 1275봉에 와서야 거리상 중간 쯤 왔다고 할 수 있다.





길은 어느 봉이든 봉우리 약간 아래쪽으로 나 있어서 몇몇 산우들은 기어이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내려오던데..

힘이 많이 드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길만 따라가고 있다.






1275봉을 내려가는 길도 역시 가파르고 가파르다.






그래도 큰새봉 나한봉 마등봉이 한눈에 다 담겨서 발걸음에 힘을 보탤 수 있게 한다.

그래도 1275봉 밑으로 쭈욱 내려섰다가 큰새봉 두 날개 사이로 오른 다음 다시 나한봉을 오르고... 에효 두 번은 더 오르나 보다..






티끌모아 태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하더니 벌써 큰새봉 날개 사이를 지나고





힘이 너무 들땐 굳이 뒤돌아 지나온 멋진 경관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갖고





그 힘을 모아 나한봉 오름질을 용을 쓰며 하고나니





귀가 다 먹먹할 지경이다.

하지만, 뒤돌아 보이는 큰새봉의 모습에 금방 힘들었던 기억을 지울 수 있었다.

세상에 날개를 펴고 방금이라도 비상할 것만 같은 바로 눈 앞의 봉우리. 아하! 그래서 큰새봉이라 불리운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 보면 지난 번에 이 공룡을 지날 때는 걷는 것에만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아마도 그 때에는 걷기도 벅찼을 테니까..





나한봉을 지나고





마등봉을 향해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내림길을 조금 걸으면





곧 마등령삼거리이다.

비선대에서 이곳 마등령으로 올라서 공룡을 타고 희운각에서 천불동으로 하산했던 나의 첫 공룡능선 산행.

그 때에는 나한봉 밑쪽이든가..? 천막이 있었고 그 속에는 매점이 있었는데...?






조망터에서 화채봉과 그 아래 망경대에서 노니는 구름을 감상하다가






오세암으로 향했다.

사실 공룡능선길은 오늘로 꼭 네 번째인데 오색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등령에서 오세암으로 가는 길의 특징 중 하나는

길 가는 내내 옆으로 밧줄이 매어져 있다는 것이다. 눈이 많이 쌓일 때 길을 안내하는 용도라 하니 겨울엔 이곳에 눈이 엄청 쌓이는 모양이다.





그 두 번째가 인적이 없다는 것이다.

미리 말하지만, 오세암으로 내려가는 동안 본 사람 수는 고작 5명 정도? 고즈넉한 산행을 좋아하는 내게 안성맞춤이지만

길은 오색의 돌과 가파름을 빼다 놓은 듯 하다. 약간의 차이하면 오색보다 이곳이 더 원시적이라는 점?






사람들이 없어서일까?

이곳 단풍이 공룡능선에서 본 단풍보다 윤기며 색이 더 곱다.







밑으로 갈수록 정비된 길이 보이더니






급기야 오세암.






고맙게도 공양 중이라서 미역국을 한그릇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설악산의 많은 길이 돌로 덮혔거나 돌이 박혔거나하니.. 오래 걸으면 당연히 무릎에 무리가 갈 수 밖에...

그러니 흙길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지만.. 어쩌다 나오는 흙길은 우습게도 모두 오르막. 이제는 조금이라도 오르고 싶지 않다.






이제 봉정암과 백담사가 이어지는 길. 수렴동계곡길과 합류한다.

지난 번 용아장성능선으로 갈 때 이곳에서 휴식을 취했었는데... 세월이 참 빠른 것 같다. 그것이 벌써 2년 전이라니...





영시암.

잠시 휴식을 취하곤 백담사로 향한다.





영시암부터 백담사로 이어진 길은 큰 특징이 없고 많이 걸었던 길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

그냥 잰걸음 걸어 백담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34분.

12시간 30분 넘게 20 km 정도의 산길을 걸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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