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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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방태산 휴양림길 __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이럴까?

mangsan_TM 2019. 2. 25. 16:47






2019년 2월 24일(일)

오랫만에 산악회MTR에 의지해서 방태산에 다녀왔다. 코스는

휴양림 -- 매봉령 -- 구룡덕봉 -- 삼거리 -- 방태산(주억봉) -- 삼거리 -- 휴양림으로 원점회귀를 했다.

그다지 긴 거리는 아니지만 7시간 동안 걸은 만큼 산행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얻고 왔다.

<방태산등산지도>




휴양림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오전 9시 30분.

오래 전 이 휴양림에서 겨울에 오늘과 같이 올랐다가 내려온 기억이 있지만, 포장길을 오르는 동안

못내 그리움으로 소환되는 것은 2007년 9월에 방태산을 처음에 왔던 기억이다.


큰 비 그친 며칠 후였었는데, 아마도 미산계곡(?)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서



깃대봉을 거쳐 들풀과 관목이 인상적이었던 한 봉우리를 거쳐서 주억봉으로 갔던 기억이다.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 공식적으로 이름되어지는 산행길입구까지는 포장길을 따르고




넓직하고 정비가 잘된 산책길을 따라서 한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길을 걸어도 기분이 들떠 있다.

왜냐하면, 올해는 눈이 몹시 드물었거니와 날씨도 며칠동안 따듯했던 관계로 여기 오는 동안 눈 구경을 할 수 없었는데

산으로 들어설수록 길위를 덮고 있는 눈의 양이 많아지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라? 운 좋게 눈을 밟으면서 산행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기대감을 품고 걷다보니 방태산탐방로를 알리는 입간판이 바로 나왔다.




길 위를 눈이 덮고 있어서 걷는 즐거움을 점차로 높여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조심히 걸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눈 밑의 민낯은 빙벽 그 자체였으니까.




한 30분 쯤? 걸은 것 같은데...

갈림길이 나왔다. 요즘엔 산을 다니는 사람들 또한 산을 무척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봉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루~~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있어서 눈 밟는 소리가 들을 만 하다.




흐르는 물 없는 계곡 위를 건너는 것도 운치가 있고






깨끗하기는 얼마나 깨끗한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쌓인 눈이라니

왠지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하고 싶다. 어떤 심리일까?

이런 깨끗한 여백엔 낙서가 꼭 있던데 심지어는 외국의 문화유산에도 가끔씩은 한글을 볼 수 있고..





그렇지만, 매봉령까지는 아주 가파른 급경사.

눈이 주는 감상도 헉헉거리며 오르는 발에 방해만 될뿐! 오로지 흐르는 땀을 즐기면서




오르고 또 올랐다. 현재 오전 11시 22분.




그 가파른 길을 한 시간 넘게 올랐을까? 드디어 매봉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 가져온 따듯한 그라비올라차를 한 컵 들이키고는 오른쪽 구룡덕봉을 향해 간다.

능선길 양지 쪽엔 나뭇가지 위에 있던 눈들이 바람에 떨어져 만든 건지 아니면 바람의 흔적 자체인지

기묘햔 형상의 눈 조각들이 눈길을 끈다.




그런 능선길을 잠시 잠깐 오르고 나면




구룡덕재에서 시작되는 임도와 만날 수 있었고 그 길을 조금 더 걸어올라서니




곧 구룡덕봉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뒤돌아봄은 한 봉우리에서 봐야 제맛! 매봉령이 저 정도쯤 있는건가?




갈 길을 쳐다보니 산줄기는 호쾌하게 뻗어있어 가슴까지 시원하지만

저 큰 봉우리가 주억봉일까? 아님 그 뒤에 있는 봉우리?.. 에이 양지쪽 바람이 드문 곳에서 점심이나 하고 가야겠다.




정말 뜻하지 않은 심설산행이다.

산 동쪽 사면 위의 눈들은 많이 녹은 것도 있지만, 북쪽 사면에 있는 눈들은 발목을 덮을 정도..




구룡덕봉에서 능선을 따라서 1시간 정도 걸었나 보다.

주억봉과 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이제 주억봉에 올랐다가 이곳으로 되내려와 이 길로 하산하면 된다.




산도 사람과 같은 모양. 뭔가 강력한 인상을 주고픈건지

이 삼거리에서 주억봉까지는 꽤 가파르게 길이 놓여져 있다.




오후 1시50분. 관리사무소에서 여기까지 꼬박 4시간을 넘게 걸은 것 같다.

어? 예전엔 이곳의 나무팻말이 정사표지목이었는데? 조 위에 뭔가 더 있다.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 정상석이 따로 또 있었다. 즐거운 기분을 담아두고..




여기저기 바라보니 와우~~ 경치가 장관이다.

쾌청한 날씨에는 설악산이 뚜렷히 보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못하다. 에효~~ 혹 노안 때문은 아닌지..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서, 이번 겨울에 갖지 못한 눈과의 뜨거운 포옹도 하고

(저 배낭을 벗어 던지고 맨몸을 던졌어야 눈에 안길 수 있는 것을..)




삼거리에서 휴양림으로 거침없이 내려섰다.

이 구간은 워낙 가파른 구간이라서 예전에 내려오는데 몹시 애먹었었는데,

이 번엔 눈을 타고 내려오는 재미가 무척 좋았다.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매봉령갈림길과 다시 만나고





조금 더 내려가 산행길 입구를 지나쳐서


계곡의 맑은 물에 얼굴을 씻고 휴양림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

기대하지도 않았던 눈산행. 생각만으로도 실실 웃음이 나온다. 복권을 사서 2등이라도 당첨되면 이 웃음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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