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덕항산 환선봉 __ 봄은 이미 와 있었네. 본문

등산

덕항산 환선봉 __ 봄은 이미 와 있었네.

mangsan_TM 2019. 3. 10. 10:23




연일 계속되는 미세먼지로 인해 짜증이 몹시 이는 나날. 어쩐 일인지 이번 토요일엔 미세먼지가 없댄다.

부디 예보가 정확해 지기를 간절히 빌면서 산행을 계획한다.

궁즉통이라 하던데, 자주 이용하는 산악회ㅎㅂ을 살펴보니 때마침 덕항산으로 가는 버스에 자리가 있다.

재빠르게 한 자리를 얻어서


2019.03.09(토).

하사미교를 출발하여 예수원 --> 구부시령 --> 덕항산 --> 환선봉 --> 자암재 --> 환선굴 --> 대이리버스종점으로 내려왔다.

대략 9 Km.의 거리. 약 4시간 정도의 산행인 듯 하다.

<덕항산 산행지도>




태백시 하사미동에 있는 외나무골교에 버스가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10시 55분.




그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건너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저 다리와 이어지는 오른쪽으로 가는 길이 산길로 들어서는 길이란다.

저 다리. 등산지도 상에는 하시미교로 표기되어 있는데, 다음지도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역시 태백이라서일까? 오늘 낮기온이 무려 20도 가까이 오른다고 하는데.

시멘트포장길 주변은 한겨울로 보이고 기온도 몹시 차다.




출발해서 한 20분 쯤 걸은 것 같았다.

왼편으로 종교인들이 수도하는 장소인 예수원이 나왔다.

사실 요 아래 마을만 해도 해발이 900m 정도 된다고 하니 여기만 해도 깊은 산중의 효과가 있을테니 수도하기에 적당할 것 같기도 하다.




산길은 예수원을 지나고 골짜기로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소복한 눈을 듬뿍 담고 있어서 얼마전 방태산에서 가졌던 산행을 생각나게 했다. 




11시 42분. 구부시령에 도착했다.

태백의 하사미동과 삼척의 대기를 잇는 길이 여럿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고갯길이다.

아주 옛날엔 삼짐승들도 많았을 테고, 먹거리도 척박했을 테니 사람이 쉽게 죽을 수도 있었겠지만

남편이 죽어 재혼 하기를 반복하고, 결국은 아홉 지아비들의 주검을 묻었다니 그 여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일까 아니면 희일까.. 그도 아니면..




이제부터는 푯대봉에서 대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많은 사람들이 그 대간길 인증에 열심이다. 한 때는 그 열정이 나에게도 있었지만 지금이 좋다.

산길을 걷고 산을 조금이나마 느끼면서 단지 산 밑의 세상과 또다른 세상을 쪼금이라도 엿보는 즐거움.




고개 하면 사바세계에선 높음 혹은 장애라 하겠지만

산의 입장에서는 가장 낮은 산줄기의 한 장소이니 산 입장에서는 자신의 곁을 주는 곳이 고개일 게다.




구부시령에서 잠시 오르니 시야가 트인 곳이나왔다.

어? 이정목엔 구부시려이라 적혀있네? 누군가 나무에 친절하게 패찰을 붙여놓았듯이 지도 상으론 구미사봉이 맞는 것 같다.




오~~  저 산줄기. 미세먼지 때문에 요즘 볼 수 없었던 풍경이었는데

오늘 모처럼 시원하게 조망하고 있다. 비록 흐린 날씨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능선 길은 지금과는 달리 양지녁엔 눈이 없고 응달엔 눈이 남아 있는데 한참 녹아가고 있어서 무척 미끄럽다.




방향이 바뀌는 구간.

누군가는 나무를 쌓아 길을 막았고 또 누군가는 이정목 앞에다 가는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

이러니 사람이 살아갈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산치고 걷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꿈틀대는 능선길 때문에 산행이 단조롭거나 지루하지는 앓았다.





12시 6분. 덕항산에 도착했다. 1시간 8분의 산행시간.




서둘러 인증사진 한 컷!

이상하게도 내 사진엔 욕심이 없는데, 굳이 정상에서는 사진을 욕심낸다.

아마도 내 만족감에 대한 체크리스트일까?





같은 이유로, 산 정상에 정상석이 없으면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가 예전에 놓여 있던 정상석을 밑으로 굴려 떨어뜨렸다더니 지금은 그 정상석이 보이질 않는다.

<예전에 있었던 정상석>




그래도 정상에 올랐으니 의식처럼 주변을 둘러 본다.

대간 등산로 지도도 살펴보고





산 아래쪽으로 아찔하게 보이는 마을도 바라보고





시야를 높고도 멀게 놓아도 본다. 저 하얀 건물 뒤로 보이는 것이 아마도 동해가 아닐까?




슬슬 배가 고파져 온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을 요령으로 길을 재촉했다.

쉼터에 도착했다. 안내 표시가 예사롭지 않아서 지도를 꺼내들고 대조해 본다.

아하~~  하사미교에서 원점회귀를 할 수 있는 곳인데?

대이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자암재로 올라가서 환선봉, 덕항산을 찍고 이곳으로 다시 내려와 골말로 가는 원점회귀를 구상도 해본다.




덕항산에서 환선봉으로 가는 길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귀네미마을 그림이다. 풍차와 산 위 너른 고원의 그림이 가는 동안 언듯언듯 멋스럽게 보인다.




두 번째는 가는 길 오른쪽으로 줄이 쳐져 있고 낭떠러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이다.




다 내려가서 본 결과를 미리 말하자면

환선굴이 있는 대이리 마을은 덕항산과 환선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이고 경사면은 말 그대로 병풍과 같은 낭떠러지였다.

아래 사진은 제1전망대에서 지나온 능선길을 본 모습과 사면의 모습이다.





능선길을 걸으면서 뒤돌아본 사면 역시 그 가파름을 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등로 옆줄의 위치가 머리 높이에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하도 많은 눈이 오는 지역이라서 눈이 내리고 난 후, 등로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귀네미마을의 모습이 점차 가까이 오는 것 같더니





곧 환성봉에 도착을 했다. 12시 45분. 덕항산과는 대략 40분 거리에 있는 것 같다.





정상석과 반가움을 나누고는 그 뒤쪽에 있는 전망대로 갔다.





발 아래로 환선굴로 오르는 모노레일이 보이고 그 아래쪽으로 대이리마을과 버스 주차장까지 보였다.

하산 목적지가 저기 보이는 버스주차장이다. 




뒤돌아 보니 광활한 산군이 보이고  덕항산과 깍아자른 듯한 사면이 보인다.

분명히 그 사면 위에 길이 있을 테고 지금까지 그 길을 걸어온 것임이 틀림없다.




다시 앞쪽을 보니 귀네미마을의 모습이 무척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예전에 수몰지구에 있던 마을 분들이 여기로 이주해 와서 고냉지 배추로 명성을 얻은 곳이라던데.




그 배추밭의 모습이 보고 싶어 블로거 백야님의 작품을 빌어 잠시 감상을 해 본다.




배는 점차로 고프다고 아우성인데 바람이 많으니 편히 점심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부지런히 길을 걸었다. 환선봉에서 차암재로 가는 길은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서 가야하는데

그 잠시 내려오는 길이 첫눈처럼 깨끗한 눈을 소담스럽게 담고 있어서 걷는 자체가 힐링이되어 잠시 허기를 잊을 수 있었다.






다시 오르막.

바람은 여전히 있으나 햇볕이 따사로워 지나온 봉우리가 보이는 장소에 앉았다.

컵라면에 물을 붓고 앞을 본다. 맨 오른쪽 봉우리가 환선봉일거고 저 왼쪽 삼각형 모양의 뒷봉우리가 덕항산인 듯 싶은데..





점심을 맛나게 먹은 탓인지 1066봉을 가뿐히 넘고서 자암재에 도착을 했다.

오후 1시 40분. 점심을 대략 20분 정도 가졌을 테니 환선봉에서 여기 자암재까지는 35분 거리 정도 같다.

이제 환선굴 방향으로 내려간다.




내려 가는 길, 그 첫 느낌은 한마디. 헉!!

급해도 너무 급하게 내려 서는 길. 비록 흙길임에도 내 뒤에서 오시는 분은 악 소리와 함께 넘어져 상당한 거리를 미끄러져 떨어지셨다.




게다가 흙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자갈도 있고 자잘한 돌과 모레로 덮힌 구간도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지라서 눈과 얼음이 없다는 것.




그래도 진리는 걷다보면 목적지에 다다른다는 것. 벌써 제2전망대에 왔다.




전망대라고 하는 것은 보라고 하는 것이니 두루두루 충분히 보고 다시 내려온다.





엇? 세상에.. 항상 느끼는 법이지만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이 맞나 보다.

급한 길을 어렵게 내려오는 것에 보상을 하듯. 올 들어서서 처음으로 봄 꽃을 봤다. 자주색 노루귀.





사실은 봄의 전령사인 바람꽃인 줄 알았는데, 집에와서 사진을 마누하님께 보여줬더니





바람꽃엔 자주색이 없댄다. 그리고 바람꽃은 잎과 꽃이 공존한댄다. 그래서 아래 그림도 역시 흰색노루귀라고 한다.

뭐 바람꽃이면 어떻고 노루귀면 어떨까? 이 이쁜 곳을 봤고 그래서 행복했으면 됐지.





행복감에 젖어 내려오다보니 금새 다가온 제1전망대(아까 쉼터에서 생각한 대이리 환종주코스를 선명히 그릴 수 있다)





전망대에서 촛대바위도 보고




그 맞은 편에 있는 멋진 바위를 보고 있으니..어라? 바위 중간 쪽으로 철계단이 있다?

환선굴 가는 길인가?




궁금해서 부지런히 내려와서 확인을 하니, 등로와 이러진 철계단이다.




얼마나 급한지 헉헉거리면서 오른 후 뒤돌아보니 아래쪽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급했다.





암튼, 이 철계단 길은 자연스럽게 자연동굴을 통과하게끔 유도를 했고

상당히 넓고 깊은 자연동굴이라는 것을 통과해서 뒤돌아보면 알 수가 있다.

이 등산로 하면 반드시 기억되어질 랜드마크가 충분할 동굴이었다.




여전히 길은 경사가 급해서 급격하게 고도를 떨어뜨렸다. 지금 내려온 이길로 올라서 쉼터로 내려오는 길이 무척 매력적일 것만 같았다.

나중에 확인한 사항이지만 대이리 마을 해발고도는 350 m 정도.




길 아래 쪽으로 물에 잠긴 발판이 보였다.

이 길의 특징 중 하나가 또한 이것이 아닌가 싶다. 길이 험하고 질퍽거려서 신을 씻게끔 만든 도구였다.





오후 2시 40분. 이제부터는 환선굴영역이니 정상적인 산행시간은 3시간 40분 정도이겠지만

버스 주차장까지 가는 거리가 무척 길다. 그러니 가는 동안 환선굴로 가는 모노레일도 보고




선사시대의 움집일까? 아니면 물레방아? 뭐 그런 것도 구경하면서




맑은 물이 제법 흐르는 계곡을 따라 내려 간다. 





잠깐!! 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생강나무꽃.

산중에 핀 노루귀를 볼 때만 해도 봄인줄 인식 못했는데.. 이 꽃을 보니 이미 봄이 왔음을 알겠다.

방과 사무실 안에서만 있어서일까? 아직도 겨울로 싸매어진 외피를 훌쩍 벗어야 겠다. 




조 앞으로 매표소가 보인다. 오후 3시 2분.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어서 어느 산을 갔어도 좋았을 산행.

그렇지만 봄의 전령인 노루귀까지 보는 행운이 있었던 오늘의 4시간 덕항산 산행을 마친다.



언제부터인지 아무런 예고나 주의가 없이 트랭글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고 있다.

절전모드를 해지 해봐도 안되고.. 그래서 삭제했지만.. 거리를 어느정도 알 수 없는 점이 아쉽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