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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영남알프스 운문산 __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본문
<2019 홍매화>
2019년 3월 23일(토) 밀양 운문산을 다녀왔다.
이로써 영남알프스에 대한 갈증을 만족할 만큼 풀어낸 기분이 들었다.
<영남알프스 등산지도>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석골교 앞 ㅎㅂ산악회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11시 38분.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내려오다 보니 이미 산행준비가 다 되어서 곧바로 석골교를 건넌다.
원래 예정된 코스는
석골사 - 정구지바위 - 상운암 - 운문산 - 범봉 - 전망대 - 석골사 이지만
인솔자 분께서 시간을 충분히 주어
석골사 - 정구지바위 - 상운암 - 운문산 - 범봉 - 전망대 - 억산 -석골사로 내려올 계획이다.
<운문산 등산지도>
원서천을 따라가는 석골사로 가는 길.
매스컴에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니 아직 봄옷은 꺼내지 말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여기는 햇빛이 따사로운 완연한 봄이다.
<큰개불알꽃>
15분 정도의 걸음일게다. 석골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
골짜기를 뜻해 한자만큼은 골짜기곡硲자인 석곡사가 될 줄 알았는데, 뼈골骨가 쓰여있다.
움~~ 뼈골骨자의 뜻에는 굳건하다는 의미도 있으니.. 심신을 굳건하게 정진하는 사찰을 의미하는 걸까?
사실, 설골사 가까이에는 소형차를 여러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부터 산행을 하지만
버스가 있어 이 먼거리를 수월히 올 수 있었음에 큰 부러움은 일지 않는다.
사찰 경내에 들어서기전 길 오른편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세차게 들려서.
바라보니 제법 규모가 있는 폭포가 보였다.호 여기가 수량도 풍부하고 이름께나 알려진 석골폭포인 모양?
석골사는 ...
유래를 읽어보니 규모에 비해 그 역사가가 몹시 깊다.
해우소 - 근심을 푸는 곳.
아주 젊었을 때에는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복인 줄 몰랐는데 요즘엔 그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먹을 만큼만 먹고 배설물은 자연으로 돌려주고.. 모든 삶이, 철학이 그와 같으니
해우소라는 이름 앞에서 감히 웃지 못함이다.
길은 어느 절에 가는 길, 그 모습이다. 잘 다져진 길에다 편편한 졸 조각으로 덮은..
길 양 옆으론,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있지만 그들은 아직 봄을 맞을 준비가 덜돼 보였다.
그렇지만 길 가끔마다 보이는 진달래는 그렇지가 않아서 따사롭게 내리는 봄볕을 흠뻑 받고는
꽃을 활짝 피우고는 가는 미풍을 타고 헤살거리고 있다.
석골교 부근이 해발고도 260m 정도로 낮은 지역이라서 지금 길로 가면 많이 힘이드는 모양이지만
지도를 보면 이곳도 산행하기에 매력이 많이 있는 곳으로 보인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다양한 코스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팔풍재에서 내려오는 길
범봉에서 내려오는 길 등 여러 갈래길과 만난다.
가끔은 줄을 타고 오르기도 하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나름 사색을 가져보려 했지만 꾸준히 고도를 높여가는 길 때문에 생각이 많이 끊긴다.
꽤 많이 걸었음에도 물소리는 여전히 세차게 들린다.
물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앞으로 올라야할 높이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건데.. 길은 물길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단지 바위 위에서 정구지(부추)가 자랐다는 전설을 인 정구지바위를 지나고
규모가 있는 다리를 건너서
한 백여 미터 더 간 다음에 물길과 헤어질 수 있었다
물길 위에는 큼지막한 바위들이 산재하고 있어 길을 잃을까 염려가 되는지
바위 위에는 노란색 화살표가 갈 방향을 자세히 지시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하다 싶은지 "물을 건너시오"란 지시어도 있다.
그래서 그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지만 아래 그림과 같은 팻말도 종종 보이는데
자연재해 혹은 자연보호를 위해 새로운 길을 형성시킬 목적으로 있는 듯 하다. 여기서도 곧장 오르면 되었지만
이렇게 열심히 산을 가꾸고 보살피는 분들의 뜻을 저버릴 필요는 없겠지.
결국은 약간의 지그재그 오름길 끝에 돌탑과 만났지만 언제부터인지 계곡물소리가 들리지 않더니만
물소리 대신에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요란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파른 길. 그 길을 생각 자체를 잊을 정도로 집중을 하고 나서야
사운암에 들어 선다.
벌써 오후 1시 30분.
버스가 휴게소에 들렸을 때, 호도과자와 커피를 사들고 차 안에서 맛나게 먹었더니 그다지 시장기를 못 느꼈다. 그래도 여기에서 점심을 하려 했지만
시원히 들이킨 물 한바가지가 점심은 정상에서 하란다.
아마도 전국의 상운암들 중 최고의 높이일 것 같다.
이곳에 머물다가 속세가 그립다가도 눈 앞의 광경을 보고는 도로 주저앉을 듯한 풍경. 지도상으론
오른쪽 가까운 봉우리부터 범봉 깨진바위(그 뒷쪽 어딘가에 억산) 사자봉, 왼쪽 아래쪽의 수리봉 일 것 같은데...
지금 올라온 시간을 보건데 저기까지 돌아도 충분할 시간.
그래도 시간은 모자름 보다야 남음이 좋은 거니까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출발을 한다.
산아래 어느 동네의 뒷길 같은 안온함이 있는 길이지만 춥다!
여기서 만큼은 일기예보가 정확하다.
길을 감싼 얼음이 햇빛으로 번들거리는 것을 보니 잘못하다가는 엉덩방아가 십사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운 날씨에 대항코자 좀 급하게 올랐더니.. 훅훅! 콧김소리.
억산 갈림길. 운문산 정상에 들렸다가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억산으로 가야한다.
쉬지 않고 곧바로 정상을 향해 출발.
어?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벌써 올랐다가 되돌아 와서 만났다. 아마 저 분도 억산을 가시는 거겠지?
오후 1시 54분. 정상엔 아무도 없다.
잠시 기다렸다가 좋은사람 코스프레 미소를 지으면서 정상 인증샷 한 컷을 얻고는
양지쪽 평평한 곳에다가 점심을 차렸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그게 익을 동안. 가져온 떡 몇 덩이를 입에 물고는
지난 주에 올랐던 가지산. 그리고 가지산으로부터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감상한다. 사실 지난 주에 여기를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그리고 역시 지난 주에 걸은, 영남알프스 유일 암릉이 절경인 산 백운산과 그 맞은 편 얼음골.
그리고 그 뒷쪽! 와우~~ 영남알프스 중 여기가 풍경이 제일 이라 하더니
앞쪽 능동산 뒤쪽으로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 함박등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특히 신불평원은 여기서도 백미이다.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산아래동네. 삼양마을.
상양, 하양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마을의 풍광과 색감은 단연 최고로 꼽고 싶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느낌이 사진에는 담기지 못해 안타깝다.
어쩌면 상냥하고 발랄한 어느 아까씨를 연상시키는 소나무를 바라보고는
억산으로 출발. 오후 2시 12분.
또한번 말하지만, 산행은 여럿이지만 언제나 홀로이다.
옆에 누군가 있어도 길을 걷는 것은 오롯이 혼자의 몫. 더군다나 가끔은 지금처럼 그 어디에도 사람 냄새가 없을 때도 있고.
그렇지만 지금 이 길처럼 표정이 다채롭다면 결코 외로울 수가 없다. 이런 안온함이 있는가 하면
날카롭게 솟구친 바위가 있어
칼바위 능선이라 불리워지는 곳에서는 일반 밧줄로는 감당이 안돼서
굵은 쇠줄에 의지해 내려와야 하는 곳도 있으니까.
길 자체는 그렇다고 하지만 보이는 조망 역시 일품이다. 범봉으로 향하는 내내 오른쪽에 펼쳐진 산그림자와
청도군의 신원리 마을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게 보여진다.
엇? 가만 아래 그림에 있는 산은 줄기로 한 곳을 감싸고 있는 형상인데
이런 곳을 명당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거기서 살면 추위와 더위 걱정은 없을 듯 한데..
오른쪽 아래로 건물 하나가 보인다. 사찰 같은데..? 음택 명당지인가?
그리고 왼쪽으로는 좀 전에 올랐던 상운암이 보이고
운문산 정상으로 오르는 산등성이가 봄기운을 머금은 나무들로 덮혀있어 마치 부드러운 어느 동물의 털처럼 보여진다.
그 중 희끗한 것이 있어 무엇일까 확해 보니 꽝꽝 얼은 얼음폭이다.
앞쪽으론 왼쪽 아래의 수리봉 그리고 사자봉
눈을 정면에 두면 범봉과 깨진바위가 보여서 앞으로 어떻게 진행을 해야할지 마음을 다잡게 한다.
오후 2시 51분. 딱밭재 도착.
아주 엤날엔 청도와 밀양을 잇는 고개였을 텐데
지금은 교통수단이 엄청 발전을 했으니 자연 그 기능이 상실 되었을 테고. 그러니 어느 정도 뒤쳐져있다고 해도 그 시대의 조류 만큼은 알아야 할 것 같다.
범봉까지는 500m 정도. 하지만 한걸음 옮기기가 무척 어렵다.
원래 치, 재, 령이라 함은 속세에서야 높은 고개를 의미하지만 산 입장에서는 가장 낮은 곳으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오르는 시점이 바로 그곳이다. 그러니 시간과 거리 상 지칠 때 쯤이니까 오르기가 힘들 밖에
그저 길가에 핀 양지꽃에 힘을 얻어서 걸어 올라간다.
오후 3시 11분. 원래는 왼쪽으로 열린 길을 따라 석골사로 가야 하지만
시간이 충분해서 오른쪽 억산 방향으로 향했다.
여기 범봉과 억산 사이에는 팔풍재라는 고개가 있다.
좀 전에 말했다시피 팔풍재 역시 낮은 곳에 있으니까 길이 급격히 내림질을 하고 있다.
눈 앞으로 깨진 바위가 보이니 갑자기 발검음에 속도가 붙는다. 하지만..
어째, 많은 사람들이 다녔을 텐데도 길인지 아닌지 애매한 길이 마구 내림질 하고 있으니
슬슬 불안해서 오른쪽으로 바라보니 갸우뚠. 저 쪽으로 길이 있을 것 같아서
비탈길 없는길을 만들어 한참을 갔지만 확신이 없어 뒤돌아 왔다.
그리고 이 길이 맞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좀 더 내려오지만
깨진바위 옆에 걸쳐진 계단길은 너무도 높게만 보여진다.
위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가 삼지봉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이정표가 없어서
빨간 리본을 쫒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에이 지도를 볼 걸..아래 그림의 빨간선으로 가야 하는 건데..
파란선을 따라 내려오다니
팔풍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났다. 오를까 망설였지만
이미 많이 내려와서 다시 오르기엔 시간상 거리상 부족할 것 같다.
그래 이렇게 된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거야
오늘은 다른 때와 달리 오금이 무척 당겼거든. 그 뿐인가 어째 발목에도 이상이 있는 것 같고..
갖은 이유를 가져다 붙여 보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길 옆 새초롬히 피었는 단풍을 보며 애써 위안을 얻어 본다.
오를 때 보았던 갈림길로 나와서(기분 탓인지 바위에 기댄 나눗가지들이 지저분해 보임)
다시 석골사와 조우했다. 오후 4시 25분이다.
무엇이든 인과가 있는 것이니까 지금 본 것만으로 행복하자오늘 가보지 못한 억산이 내게 또다른 그 어떤 인연을 주겠지.
오늘 가보지 못한 억산이 내게 또다른 그 어떤 인연을 주겠지.
단지, 그 무엇이든 정성이 있으면 되고 그로 말미암아 행복하면 되는 것이지
잠시 잠깐의 틀어짐을 굳이 잡아두지 말자. 활짝 핀 진달래꽃을 벌써 많이 보았는걸?
설골교로 내려오는 도중에 원서천에 들려 잠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니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 졌다.
찬 비를 동반한 우박이 사정없이 내리 쏟는다. 정신없이 석골교로 달려가서 버스에 올라섰다.
그 시간이 오후 4시 50분 경이니 그래도 산행을 5시간 남짓 한 것 같다. 거리도 12km를 넘을 듯 하고.
그래서였나보다. 억산을 들렸다면 이 사나운 비를 고스란히 맞았을 텐데. 그래서 좀 더 일찍 내려오게 했나 보다.
푸후후 괜스레 세차게 내리는 버스 창 밖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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