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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__ 두륜봉한테 미안한 이야기

mangsan_TM 2019. 4. 14. 16:57







칭구야. 여전히 잘 지내고 있겠지?

어제 그러니까 2019년 4월 13일(토)에 강진에 있는 덕룡산하고 두륜산을 종주했어.

소석문 -- 덕룡산 -- 주작암릉 -- 오소재 -- 노승봉 -- 가련봉 -- 대흥사 아마 22km 정도 걸은 것 같아.

그런데 대흥사 밑으로 유선관이 있는 거야. 어? 여기 대학시절, 우리 전국일주 할 당시 하룻밤 묶고 갔던 곳 아냐?

네게 물어야 확실한 답을 얻을텐데.. 그래도 그 시절 까불거리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어서 기분은 좋더라.

그래서 어제 산행했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하고 싶어졌어.



덕룡산 주작산 두륜산 산행지도




해가 갈수록 무박 산행을 피하게 되더라. 이미 그 어려움을 겪어 알고 있어서일 테지만..

은연 중에 체력 또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예전에 주작산 덕룡산을 종주하면서 가졌던 매력을 또다시 갖고 싶어서 ㅎㅂ산악회에 한자리 얻었어.


버스가 들머리인 소석문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45분.

바지런히 짐을 꾸리고 산길에 들어선 시간은 3시 50분이 막 지날때였어.




그렇지만 어둠이 주변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어서




동봉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습이나 상황을 심지어는 기억조차도 순삭시켜버렸어.

동봉에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 경이니까 무려 1시간 40분 간의 기억이야.

분명히 땀깨나 흘리고 아둥바둥 로프에 의지해 올랐는데. 아~~ 어렴풋한 기억 하나는 첫 구간부터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




서봉은 동봉으로부터 불과 300 m 정도의 거리에 있는데




거리를 생각 조차 할 수 없도록 온몸을 사용하여 오르락 내리락 하게 만들더군.

그나마 조금씩 밝아지니 기록도 조금씩 남길수 있고 기억도 살릴 수 있어서 다행이야.




함께 산행을 하는 몇몇 분이 벌써 서봉 위에 올라서서 그 만족감을 표추하지 않겠어? 그 소리에 나도 힘을 받아




곧장 올라갔지(사실은 숨이 턱끝까지 올랐지만 ㅋㅋ).

덕룡산 서봉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이 덕룡산 주봉이야. 해발은 불과 432m.

그렇지만 많은 힘을 비축한 뒤에나 오를 수 있을 것 같았어.




곧 먼동이 틀 것 같아. 주위 사물을 램프 없이 볼 수 있었으니까.

이제는 지나온 동봉도 보이고 그 뒷쪽으로 석문산(아마도?)과 주변 풍경이 수묵화처럼 펼쳐져 보이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능선길과 그 먼 뒷쪽으로 두륜산의 모습도 보이고..





이곳은 진달래꽃으로 유명한 곳인데. 지난주가 절정기라는 말을 들어서 큰 기대감 없이 왔는데

밝아지는 빛을 따라서 아직까지 화려함을 잃지 않은 진달래가 그 모습을 보여주더군.

와우~~ 한마디로 원더플.





점차로 주변이 밝아지더니..




드디어 일출. 지금 시간이 6시 20분.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덕룡산 정상에서 해맞이를 해야 한다고 자리를 펴고 앉아 있었지만 나는두륜산까지 갈 욕심으로 그냥 내려왔거든.

늘 똑같은 해일 테지만, 나름 의미있는 장소에서 그들의 소원을 생각할테니. 부디 이루어지기를..




그러고 보면 아침햇살만큼 의미가 있는 것도 흔치 않을 것 같아.

햇살 받은 진달래꽃이 더 아름다울 테고




그 아름다운 햇살을 담아서 오래도록 풀어내어 행복하고자 하는 사랑스런 한 쌍도 그렇고.




해가 나서야 비로소 모든 사물들이 그 아름다움을 갖출 수가 있으니까.





아랫동네에는 벌써부터 아침준비를 하는 것 같아.

생필품을 파는 소리가 스피커폰으로 이곳까지 들려오는 것을 보니.

이렇게 풍족해 보이는 동네에도 필요한 것은 있겠지?





뒤돌아서 보니 이제는 제법 먼곳까지 뚜렷히 보였어

그래서 서봉과 동봉 뒷쪽으로 뻗은 산줄기가 지금껏 걸어온 곳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더군.




앞을 보니 두륜산이 조금은 더 가까이 온 것 같았어.

그리고 아주 힘들었던 암릉구간도 곧 끝일 것 같고.




하지만, 칭구야 방심이 주는 위험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

여전히 위험구간이 남아 있어서 마냥 가벼히 행동할 수가 없더군.




위기 뒤에 찬스. 혹은 고진감래라는 말 등등

그런 말들은 전배들이 많이 겪어서 남긴 글이겠지? 이 힘든 암릉 구간을 마쳐갈 즈음엔




정말 멋진 풍경이 펼쳐져.. 암릉과 진달래꽃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까지





말 그대로 여기에 있는 자연은 모든 것을 자기 품에 담고 그대로 그림을 만드는 것 같애.

정말로 멋진 장소였어.




이제부터는 실제적인 주작산 영역이야

덕룡산이 거칠고 날카롭고 억세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부드럽고 안온하면 평안한 길이다.

산 등성이 위이지만




산벚꽃도 있고 길가엔





개별꽃




현호색




제비꽃 등등 피어있고




나뭇가지마다 물기를 머금고 싹을 돋우는 그 기운




봄기운이




주변에 널려 있어서




뒤돌아 서면 다양한 봄기운이 그득 담긴 풍경을 볼 수 있었어.

보는 느낌을 표현해 줄까? 큭큭. 많은 말이 필요치 않았어 단지 와~~~ 이러고 있을 뿐.




주작산 475봉에 도착했어. 오전 7시 40분이니까.무려 4시간 가까이 산행을 한 것 같아.




사실 주작산 정상은 작천소령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주작의 머리에 해당하는 곳이지만,

거기에는 갔다올 생각은 없었어. 이때까지만 해도 두륜산을 꼭 들려야한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멀리 두륜산이 보이고

주작의 오른쪽 날개인 주작암릉도 보이는 적당한 곳에 앉았어. 배도 슬슬 고파져서 아예 배낭을 벗고

커피며 떡 등으로 본격적인 아침을 가졌어.




주작암릉으로 가려면 작천소령으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야 해.

이 산행을 인솔하시는 분이 작천소령을 오전 8시에 통과해야 두륜산을 갈 수 있다고 했으니까 난 자격은 충분했지.





하지만, 하지만,....

여기 주작암릉 시작지점인 정자까지 얼마 높지도 않은 곳을 무려 두 번이나 쉬고 올라갔어.

이미 많이 지쳐 있었던 것 같아.





그렇지만 누군가 석공예를 한 듯한 이 바위봉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무거운 발걸음이나마 계속 할 수 있었어.




그렇지만, 아름답기만 할까?





여긴 스틱이 거의 무용지물이야. 줄을 잡고 오르락 내리락.





자잘한 바위봉들을 빠짐없이 온몸으로 오르내려야 해.

인솔자분이 설악 공룡능선보다 더 힘들다고 하던데 그 공룡능선을 몇 번 다녔왔던 사람으로 동의를 할 수 없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

설악의 공룡은 큰 산 몇 개를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여기는 자잘한 봉우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려야 하거든. 그것도 온몸을 사용해서..





암튼, 보이는 풍경은 선계가 따로 없어.

이건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만든 정원이 분명하단 생각까지 들 정도니까.





하지만, 몸이 움직여 주질 않는군.





오소재에 11시까지 도착해야만 두륜산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는데.

벌써 9시 40분. 아직도 3 Km가 남은 거리. 평소라면 1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지쳤고, 바위 봉우리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11시까지 도달하기는 트린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래도 최선을 다할 요령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놀렸지만





길은 여전히 험하기만 했어.





그래서. 두륜산을 오를 생각을 접었어. 그러니까 비로소 주변이 다시 보여지더군.




봄기운으로 충만한 나뭇가지도 만져보고..




진달래도 더 가까이 구경하고




드넓은 해안선과 생명이 금방 잉태되는 듯한 마을풍경까지.




이미 11시. 눈 앞에는 어느새 두륜산이 펼쳐져 있다.

왼쪽에 있는 山자 모양의 봉우리. 맨 왼쪽이 노승봉 작은봉우리 건너 가련봉이야. 그리고 오른쪽 봉우리가 케이블카로도 오를 수 있는 고계봉이고.

그 가운데 안부가 오심재.




저 아래 주차장 뒤로 약수터가 있겠고 그 조금 아래부터 오심재로 오르는 길이 있을텐데.

이왕 두륜산을 가지 못할 바에야 충분히 쉬자.





어라? 충분히 쉰 결과인가?

방금 전까지 쥐오르려던 왼쪽 정강이살과 허벅지 안쪽 살이 멀쩡하지 뭐야..

심지어는 오소재에 내려선 시간이 11시 40분인데도 두륜산을 충분히 오를 것 같은 자신이 새생기더란 말이지.




어쩌겠어. 망설이지 않고 오심재로 향했어.

칭구야. 지금 하는 일이 몹시 어렵고 힘들 땐, 걍 모든 거 내려놓고 푹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쉰 다음엔 분명히 뭔가 새로히 할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생길 테니까.





오소재에서 오심재까지의 길은 산길도 아닌 것 같았어. 왜냐하면

주작암릉의 험한 길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 이렇게 평탄한 길은 산길 같은 느낌이 들지 않거든




그래서 오심재까지 오른 시간은 채 40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아. 기운이 많은 상태라면 아마도 30분 만에도 오를 수 있는 그런 길.





하지만, 마음은 팔팔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더군.

그래서 오심재에서 고계봉을 바라보며 가져온 방울도마토 몇 개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한 다음




노승봉으로 향했지.

가는 길 가까운 곳에 흔들바위도 있다고 하던데 기운이 있어야지.

걍 지나치고




노승봉 바로 밑에 있는 헬기장 한 구석에 있는 바윗돌 위에 퍼질러 앉아 숨을 몰아쉬고





간신히 오르다가 힘들면 주위를 보고..

그런데 보기를 잘했더군. 주작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더라고..

가보지 않은 오른쪽 봉우리가 머리이고, 지금까지 힘들게 넘어온 암릉이 우익. 그리고 그 연장선 멀리 덕룡봉 능선이 좌익.




바로 산 아래로는 대흥사.

잠시 잠간 쉰 힘을 모아서 간신히





노승봉에 올라서 다시 숨을 헐떡거렸다네. 이 정도로 체력이 안좋은건가?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곧 이 두륜산의 정상인 가련봉이 보여서

곧 가겠다는 의지를 모아서 다시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이정도 까지 힘이 없진 않을 텐데?

한참을 내려섰다가 올라가야 하더라고. 사실 며칠 전부터 목이 아프더니만

급기야는 어제부터 머리까지 지끈거리고.. 오는 내내 버스에서 콜록대서 옆에 앉은 분께 굽신거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정도 까지 힘이 없진 않을 텐데?





아래로 내려섰다가 이 가련봉 정상에 오기까지 그 짧은 거리를 몇 번을 앉았는지 몰라.

허벅지는 왜 그렇게 아픈건지.

큭큭 이 와중에 정상 인증은 해야하는 건지. 힘들어 철푸덕 주저앉아서 맘씨 좋아 보이는 어느 아주머니께 카메라를 건내줬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버스 승차시간을 놓지면 골치 아프니까.

좀 전에 올랐던 노승봉하고 그 뒤로 케이블카 탑이 보이는 고계봉도 보고 다시 길을 나섰어.




두륜산하면 노승봉 가련봉 그리고 두륜봉이 회자되거든

그러니 요 앞봉우리 뒤에 있는 두륜봉도 당연히 가려고 했지.




하지만, 만일재까지 많이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야 하더라고..

허벅지는 또 얼마나 아픈지.





사실 저 바위봉우리에서 여기 만일재까지 내려오는 길 중 나무계단이 무척 긴데..

내려오는 내내 그 계단에 주저앉길 많이 했거든..

그래서 두륜봉을 오르고 내려 가기엔 승차시간이 빠듯할 것 같다는 핑계를 앞세우고 만일재에서 대흥사로 곧장 내려가기로 했어.





칭구야. 그렇더라. 비록 내가 원치 않았던 길이었음에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또다른 길이 있다는 것이 무척 고맙더구나.

비록, 같은 목적지라 해도 그 과정에 따라 즐김이 다르겠지만 굳이 무리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되더구나.




그래서 오후 2시 30분 쯤. 대흥사에 내려올 수 있었어.

탑승시간까지 무려 1시간 30분 정도 남은 시간이야.

따지고 보면 두륜봉도 충분히 거쳐올 수 있는 시간이지만, 아까의 몸 상태로는 그런 산술적인 시간으론 계산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 내려오니까 허벅지가 멀쩡한 것 있지.





괜히 대흥사 뒷편으로 보이는 맨 오른쪽 바위봉우리 두륜봉에게 많이 미안해 지더라.

사실은 진한 아쉬움이겠지만.




큰 버스는 대흥사 경내로 들어올 수 없어서 매표소 밖에 있는 대형버스 주차장으로 가야 해.

그 거리가 4 Km 가까이 돼서 한 시간 정도 더 내려가야 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일주문을 지나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유선관이란 집이 보이는 거야.

집 뒷쪽으로 흐르는 계곡도 그렇고 많이 익숙한 모습인데...?

아까 얘기 했지만 우리가 쌀 한 말 등에 매고, 변산을 거쳐 완도로 가서 배를 타고 제주로 들어가기 전,

하룻밤 묶었던 곳 같은데..? 막걸리가 너무 싱거워서 막걸리가 되게 맛없다고 했던 집. 기억 나?




바이올린 천재인 네 딸 덕분에 모든 것 정리하고 외국으로 가면서

어쩌면 자식의 재능이 업보일 수 있다면서 피식 웃고 출국했는데. 그 뒤로 볼 수가 없었구나.

아마도 우리 서로 살기에 바빠서였겠지.

암튼, 그래서 한국출신 바이올리니스트가 메스컴에 나올 때면 눈여겨 보곤 했어.





분명히 성공했을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는 본인의 건강 챙기고 우리가 젊었을 때처럼 살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때처럼 정을 나누면서 놀아보면 어떨까?



추신.  너 여기 가게 되면 꼭 내게 묻고 가. 잘못하다간 몇 달 요양할 수도 있어.




2010.4월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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