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포천 주금산 __ 비금계곡길 본문

등산

포천 주금산 __ 비금계곡길

mangsan_TM 2019. 8. 20. 13:52






2019.08.18(일)

경기 포천의 명산, 주금산에 다녀왔다.

함께 하면 마음마져 따듯해 지는 솔**산악회 식구들과 함께

몽골문화촌 -- 비금계곡합수곡 -- 시루봉갈림길 --789.8봉 -- 주금산 -- 789.8봉 --철마산갈림길 -- 합수곡 -- 몽골문화촌.

으로 약 10 km의 거리를 4 시간 정도 걸어 원점회귀 했다.






남양주 몽골문화촌.

집에서 가깝다 보니 분당에서 느긋하게 출발했지만 도착하고 보니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남양주시와 몽골 울란바토르시가 우호협력관계를 체결하고 몽골민속예술단 초청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곳으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겠지만 이른시간이어서 많은 사람을 볼 수 없었다.





8시 20분. 비금계곡으로 들어섰다.

분명한 사실은 이 길을 전에도 걸었다는 것인데 그 사실이 20년 보다도 더 전의 일이라서

선명히 떠오르는 기억이라고는 몽골문화촌과 주금산 그리고 계곡이라는 단어 뿐.

어렴풋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포장된 도로는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 정도 가지고 길을 걸었다.





적당히 걸어 오르니 역시 이렇게나 넓직한 임도길은 아니었겠지만 흙길이 나왔다.

기억을 억지로 꿰맞추기하여 한조각을 맞춘 기분이 들어서 나쁘지는 않다.





그래. 그 당시에도 이 계곡엔 물이 엄청 많았었지. 그 기억 그대로 





계곡 곳곳마다 꽤 많은 양의 물이 세차게 흘러 내리고 있어서





그림 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계곡 옆의 나무 밑으론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물소리는 걷는 내내 청량한 기운을 주어 기분 좋게 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억을 짜내듯 해도 이렇게 멋진 길임에도 무척 생소하기만 하고





이 정도의 강력한 힘과 멋진 모습을 가진 이 쌍폭 마져도 낯설기만 하다니..





사실, 따지고 보면 20년도 더 된 기억이라는 것이





바로 어제처럼 뚜렷한 기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오히려 더 우스운 일이 아닐까?..





그래 애써 그 때를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 걷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이미 한 번 다녀왔었다는 사실을 묻어두니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와 오히려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아침 9시. 몽골문화촌에서 한 40분 정도 걸었나 보다. 두 계곡이 합쳐지는 합수곡에 도착을 했다.





잠시 휴식을 가진 다음 시루봉 방향으로 진행을 했다.

산행안내도를 마주해서 오른쪽 길(1코스)로 올라 왼쪽길(2코스)로 내려올 예정이다.

물론, 그와 반대로 진행해도 문제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계곡을 옆에 두고 이어진 길.

가파르지도 높지도 않은 걷기 아주 평안했던 길이었는데





계곡을 벗어나자 곧, 산행이란 사실을 일깨우기라도 하려는 듯 길이 급하게 오름질을 한다.





심장의 격렬한 움직임으로 가슴 속이 뭔가로 그득히 채워져 그 부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겠다 싶을 즈음.

정반합의 이론처럼 달콤한 휴식처가 찾아왔다. 시루봉 갈림길이 그곳이다.





한소금 휴식을 가지고 갈참나무숲을 기분 좋게 지나니 또 다시 시작되는 오름질.





잠깐!! 지도상으론 시루봉이 뒷쪽에 있는 것 같은데..?  이곳이 시루봉이었음 하는 의미일까?





잠시 능선길을 걸으면서 하다못해 나의 건강까지도 기원을 길 옆 돌에 두고난 뒤





재차 오름질을 한다.





무언가를 오래 하다보면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을 갖거나 감지하고들 하던데..

느낌이지만 이 고비를 넘기면 아주 평탄한 능선이 나오겠지?





그 느낌! 맞았다. 789.8봉.

여기서 오른쪽길은 주금산 가는 길. 왼쪽으로 가면 철마산으로 가는 능선길.

주금산에 다녀와서 철마산 가는 능선길을 거쳐 합수곡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신기하게도 어느 산에서든 최고봉 가기 전에는 통천문이니 장군바위니 등등 수문장 비슷한 바위가 나오곤 하던데

이 산의 수문장 바위는 아마도 아래 그림에 있는 바위로 정해도 충분할 것 같다.





789.8봉에서 주금산 정상 까지는 안온한 능선길. 거침없이 질주도 할 수 있겠다 싶은 길이다.

헬기장을 지나니





곧 정상에 도달 했다.10시 14분.

몽골문화촌에서 대략 2시간 정도면 살방 살방 걸어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기분이 좋으니 정상석이 마치 나를 반겨 주는 듯? 그렇게 생각되니 기분이 좋아서 

가볍게 장난질을 했다. 장난도 힘이 있어야 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하니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정상이란 단어가 갖는 무게 때문에 갈 때는 곁을 보지도 않고 부지런히 걸었으니

되돌아 올 때에는 좀 여유를 두고 지나쳤던 봉우리들은 죄다 올라갔다.

올라가 조망을 즐기고 멀리 보이는 철마산과 그리로 가는 능선길, 조금 후에 갈 정자 등 두루두루 살펴봤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주변의 모습이 좀 더 자세히 보여진다.

짚신나물꽃이 이렇게 화사하고 화려했던가?





한동안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던 모싯대꽃의 담백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이 보이기도 하고




정자에 올라섰더니 바람이 시원스럽게 불어왔다.

10시 45분. 점심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그래도 정상을 디딘 기념으로 싸 가져온 음식들을 모두 꺼내어

아무 것도 아닌 말에도 즐거움을 입혀 키득거리면서 식도락에 열중한다.





팔각정을 나와 헬기장에 올라섰다.

갈 때에는 보이지 않던 독바위 모습이 가까이 보여 충분히 감상을 하고는





철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길에도 시간과 삶이 스며진





멋스럽게 보면 멋지고 생사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나무가 있었고





포천군 내촌면을 안내하는 이정목도 있었지만 단지 스치면서





내려가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분명히 조림이 되었을 잣나무숲에 들어서니 오호~~ 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인생도 마찬가지. 이미 산 날보다 살 날이 무척 짧기는 하지만 즐길 여유는 충분하다.

그래서 인생이든 등산이든 하산길을 충분히 즐길 필요가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같은 길이라 해도 오를 때와 내릴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니까





그러니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시간이 있으면 주저없이 뛰어들어야 옳다.





그런 후, 차분히 정리를 하고 가던 길 다시 걸어가면 되된다.



몽골문화촌에 다시 되내려왔을 때는 아마도 오후 1시가 훌쩍 넘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계곡물에 발 담그고 그 상황을 즐기다 보니 이미 시간 개념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무언가에 열중하거나 즐긴다는 것엔 시간이 끼어들 수 없으니까.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