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창녕 화왕산 __ 구룡산 비탐길은 덤. 본문

등산

창녕 화왕산 __ 구룡산 비탐길은 덤.

mangsan_TM 2019. 8. 26. 17:42





2019.08.24(토)

산악회 ㅎㅂ의 일정에 따라서

옥천매표소 -- 관룡사 -- 관룡산 -- 정간재 -- 허준드라마세트장 -- 화왕산 -- 자하골주차장

10 km 5시간 30분의 산행을 예정했다.

화왕산등산지도





아침 11시 21분. 옥천버스주차장에 도착해서 주변을 바라보니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리어 있다.





후에 알았지만, 그 산이 구룡산이었다.

원래 일정엔 없지만 시간이 충분해서 구룡산을 꼭 경유할 예정인 산이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구룡산 비탐길을 아래 그림의 황토색 라인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11시 25분. 아직까지는 더운 기온.

관룡사 방향으로 마을길을 따라서 걷고 있는데 옆 계곡물 소리가 무척 청량했다.





어느 정도 오르니 화왕산 안내도가 있어 앞으로 가야할 길을 머리에 인지시켰다.





길 옆으론 여전히 물소리가 왕성히 들리던데

아니나 다를까, 계곡주변이 야영장으로 벌써 많은 가족들이 막바지 여름을 보내고 있다.





관룡사로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큰 도로를 무척 긴 시간동안 걸어가야 했지만

가로수와 그 그늘이 주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걷기가 지루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한 20여 분 걸었을 것 같다.

관룡사를 대표하는 것들 중 하나인 석장승을 통과 한다.





이제서야 사진을 보면서 어느 정도 눈치로 알 수 있는 것이

관룡사 저 뒷편 뾰죽한 봉우리가 아마도 관룡산 암봉일 것 같고 그 오른쪽 안부가 구룡산 갈림길 같은데...?





신라시대부터 있었다는 사찰이라고 하던데 





원효가 제자 송파와 함께 이곳에서 100일기도를 드릴 때 오색채운이 영롱한 하늘을 향해 화왕산으로부터 9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절 이름은 관룡사,

산 이름은 구룡산이라 했다던데 그 전설만큼이나 절의 풍광이 고아하다.





용선대. 커단 석불이 놓여 있어 볼만하다고 하던데 구룡산을 거치려면 시간을 허투로 쓸 수 없어

우선은 청룡암 방향으로 가다가





그 길과 헤어져 노단고개 방향으로 작은 고개를 올라섰다.

분명히 구룡산으로 갔을 많은 산우님들의 표식! 평안한 마음처럼 편안히 몇 발자욱을 걸었는데..





뒤에서 황급하고 커단 목소리로 나를 불러 세우는 소리가 있다.

"여보세요, 그 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고개 위 왼쪽으로 된 샛길로 황급히 올라가는 한 아저씨.





오호!! 이 곳을 잘 아시는 분인가 보다.그러니 저리 자신있게 말씀하시겠지.

고개로 되돌아 와서 급히 그 아저씨를 좇았지만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길은... 등로가 맞기는 한건지..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고.. 나타나는 것은 원시 자연 뿐이니..

게다가 간신히 따라잡은 그 아저씨의 말씀은 관룡산 방향이 분명 아니어서 한 말있다고 하니 갑자기 황망한 마음이 들었다.

저는 구룡산부터 들렸다 가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친절이 가져온 오류이니 너그러워야 하지만, 그게 완전하지만은 않는군.

다시 내려갈 수는 없고, 이리저리 들쑤시고 오르다 보니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했던가?

반가운 띠지가 눈에 들어섰다. 그것에 힘입어 미끄럽고 험하ㅏㄴ 비탈길을 걸어 오르다 보니





저 위로 하늘이 보이는 것이 정규 등로가 분명 있을 것만 같은 예감.





자연도 세월을 많이 거치면 영성이 생긴다고 하더니

산에 많이 다녔더니 그 예지력이 레벨업됐나보다. 아직까지는 등산로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등로로 훌륭한 능선길에 오를 수 있었다.

근 50여 분을 비탐길 탐방을 했다. 불확실성에 확신을 주고 얻어낸 성취감이 무척 뿌듯하면서도 재미졌다.





관룡산 방향으로 가면서 뒤돌아 봤다.

앞쪽에 바로 보이는 봉우리 바위 사이의 안부로 올라왔고, 지금은 구룡산 병풍바위 쪽으로 오르는 중이다.





구룡산 병풍바위를 우회하여 드디어 구룡산에 올라섰다.

현재 12시 46분이니 주차장으로부터 꼬박 1시간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에 다녀간 불로그 이웃님의 사진에는 이렇게 정상석이 버젓이 있건만

잡목만 우거지고, 주변을 아무리 수색해도 찾아볼 수 없어 포기하고





관룡산 방향으로 향했다.

구룡산과 관룡산. 산과 산으로 이름이 되어 있으니 당분간은 내림길일 것이고





어느 정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게 되겠지?





상당히 내려 선 다음에 만난 바위.

동굴도 형성되어 있어 누군가의 치성터 였다는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마치 집 지붕의 처마처럼 보이던데, 나중에 알아보니 처마바위란 이름으로 이곳의 랜드마크였다.





이제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이면서 관룡산 영역으로 진입을 하니





그다지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서 곧 구룡산삼거리와 만났다.

처음에 예정했던, 관룡사에서 구룡산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오는 길이다.





밑 쪽으로 옥천마을이 보이고 산자락엔 관룡사도 보인다. 맞은 편 산세도 좋은데?

저곳 이름도 영취산이라는 것을 보니 진달래가 유명한 곳인가?





삼거리에서 조금 올라서니 힘이 서린 암릉산이 갑작스럽게 다가섰다.

관룡산 암봉이란다. 그 뒷쪽 산은 관룡산.





암봉으로 가면서 온 길을 뒤돌아 봤다.





구룡산과 처마바위 윗쪽의 암릉이 보인다.





암봉에 올라서니





지금까지 온 길을 대충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저 뾰죽한 봉우리가 구룡산 병풍바위이니 그 뒷쪽으로 올라서서 요 앞 봉우리 구룡산을 오르고

저 릿지 아래로 걸어와서.....




그런데 갑자기 허기가 있어서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1시.

햇볕을 막아주고 바람 잘 드는 곳에 앉아 점심을 가진 다음 그 힘을 빌어 훌쩍 관룡산에 올라섰다.

1시 35분. 지금까지 두 시간 정도의 산행이다.





역시 화왕산은 관룡산과 다른 산이니까 적당히 내려가 또 적당히 오르고겠지?





하지만, 관룡산에서 화왕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큰 산이 갖는 깊은 맛이 없는

마을 뒷동산길 같은 아주 편안한 잡목길이던가





참나무나뭇잎 밑을 지나는 길이라서 조망은 볼 수 없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렇게 조끔이라도 조망이 트인 곳에 이런 띠지가 붙어 있겠지?





그나마 그런 조금은 지루한 길을 20분 정도 걷다가 만나는

옥천삼거리, 즉 정간재의 풍경이 기분을 업 시켜준다.





이곳에서 박월산 방향으로도 화왕산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봄 진달래가 무척 좋아서 이름조차 진달래 능선이건만.. 이정표가 버젓이 황왕산을 표기했으니





그리로 갈 밖에.. 하지만, 왠만한 시골의 신작로 보다도 더 잘 닦여진 길로 비스듬히 올라갔다.





그리고는 고갯마루를 넘어서고 곧





드라마 허준세트장.





사실,여기에서는 허준 말고도 대장금도 촬영됐다고





그런 내용의 사진을 곁들인 설명을 읽고 보고





화왕산성 동문으로 향했다. 멀리 화왕산 배바위가 마치 하늘에 뭔가를 염원하는 쥐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이 곳의 길이 워낙 탄탄대로라서 저 위쪽길(진달래능선)로 가는 것이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암튼, 정간재부터 조금 잰 걸음으로 걸어서 세트장을 둘러보는 시간까지 합해 40분 정도 걸어서 화왕산성 동문에 도착했다.





화왕산으로 오르는 길은 동문으로 들어서서 오른쪽 오름길로 되어 있고

성곽 위로 걸어 올을 수도 있어서 뒤쪽 배바위를 조망하기 좋았다.





아마도 가을 억새축제 준비를 하려 함인지 등산로 정비가 한창이다.





그렇지만 가을 억새가 아니어도 화왕산 억새평전이 주는 푸르름 또한 등로를 오르거나 진행을 함에 따라





제각기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의 기분 좋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정상까지는 작은 언덕 하나 남짓하다.





그러니 없던 힘도 생기고 마침내는 정상에 올라선다.





오후 2시 38분. 산행 시작 후, 3시간 13분 소요.





마음은 멋짐이었는데 나온 그림은 그렇지 못하니 욕심만 느는 것일까?





정상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맞은 편 배바위에 가 볼 생각이다.





배바위를 오른 다음 저 암릉길로 내려갈까? 소나무 길도 운치 있다고 하던데..

암튼, 곧 있을 억새축제에서 화려한 공연을 할 억새들이 가벼운 바람결 따라 흥겨워 하고 있다.





서문으로 내려 선다.

배바위로 가는 길은 여럿이 있으나 지금의 위치에서는 여기가 제일 알맞는 것 같다.





서문을 거쳐 둔덕을 오르니 맨 처음 반기는 선박 닷줄걸이 모양 바위





그리고 배바위. 배와 닮은 구석은 없고..궁금하지만, 오늘은 패쑤.





오른 김에 주변이나 살펴볼까?

화왕산 풍경과 그 아래 억새평전. ㅋㅋ 욕심이라면 여기에 흰억새꽃들의 군무? 혹은 억새와 어우러진 진달래꽃?

하하 그게 아니라도 좋다!





지금까지 걸어온 관룡산, 구룡산 그리고 구룡병풍바위.





가까이 드라마세트장까지. 시원히 조망할 수 있으니 더 없이 황홀하다.





어디로 내려갈까? 하다가 서문으로 되돌아가서





자하곡 계곡길(2코스)로 내려가기로 했다.

계곡에 물이 풍부하다면 발이라도 담가볼 욕심이었는데.. 처음부터 가파른 정도가 심하다.





물론, 간간히 탱그바위(? 내게는 거대한 이구아나처럼 보였지만) 등도 간간히 눈에 들어섰지만





가파름에 길바닥 마저 돌로 덮혀 있어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면서 내려와야 했다.





가파름 만큼 시간을 절약한 것일까?

내려오기 시작해서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인데 곧 화왕산장을 볼 수 있었고 도로 역시 잘 포장돼 있다.





그  포장된 도로를 조금 걸어내려오니 창녕의 많은 시민들이 찾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구역을 조금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걸어내려오니





막바로 자하곡주차장이 나왔다.






내려오는 중, 계곡 적당한 곳에 땀을 식히고 윗 옷을 갈아입었지만

화장실 시설이 또한 한적하고 청결해서 나머지 땀을 다시한번 쌋었다.


현재 4시 26분.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모두 포함한다 해도 5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구룡산 정 코스로 갔다면, 대략 12 km 정도의 거리였을 테고, 시간도 기껏 20분 정도 추가하면 될 듯 싶다.


누군가의 선의가 어떤이에게는 해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안좋은 상황과 맞닥뜨렸다 해도 그 상황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상황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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