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설악산 오송폭포 __ 올 첫 단풍을 마중하다. 본문

등산

설악산 오송폭포 __ 올 첫 단풍을 마중하다.

mangsan_TM 2019. 10. 7. 21:29






2019년 10월 6일(일). 설악산에 단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설악산 서북능선 자락 오승골로 올라서 단풍을 마중했다.

장수대 -- 오송골 -- 오송폭포 -- 서북주능선 -- 미륵장군봉 -- 대승폭포 -- 장수대로

원점회귀길을 예정했으나 미륵장군봉은 밟지 못했다. 대략 12 km, 8시간의 산행이었다.


<오승골 지도 __ 불로그 이웃님께 빌려옴>




설악산 산행을 할 때면 대부분 산악회 MTR을 의지하는데

오늘 역시 MTR 다섯 분과 함께 장수대에 도착을 했다. 일찍 출발한 효과가 있어 아침 9시10분을 갓 넘긴 시간이다.




화장실도 들리고 등산화도 조이고 나서 한계령길을 되짚어 조금 내려왔다.

그리고, 산으로 들어섰다.




누군가는 다녔을 길.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다니진 않은 길을 따라서 걷는다.

사실, 목표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따라왔으니 이제서 묻기도 그렇고..




작은 구릉을 살짝 넘어서니 커다란 바위 밑에 큰 공간이 나왔다.

축대하고 기둥을 보니 분명 오래 전엔 이곳에 사람이 거주한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조금 더 오르니 축조한 듯한 돌담 같은 것도 나오고

이곳과 한계고성과는 이웃이니 아마 그 시절과 분명히 연관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계곡과 만났다. 어제까지 내린 비 때문인지




수량이 풍부했고 물살도 세차서

작은 폭포라 하더라도 그 물 떨어지는 소리는 큰 폭포 못지 않았다.




조금 시간을 들여서 계곡을 오르다 보니 오른쪽으로 거대한 석벽을 지닌 암봉이 보이는데..

미륵장군봉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의 길을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오송골을 치고 올라가 서북주능과 만나고 거기부터 이 미륵장군봉으로 와서 장수대로 내려서는 코스라 한다.




뭐 어디를 가든. 여기 MTR을 따라와서 후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계곡의 물길을 건너가고 건너오고 하는 것은 좋은데.




단풍이 없다. 원시 계곡을 기어도 보고




작은 폭포라 하더라도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지나치기도 했지만

단풍마중이 조금 성급했다는 자책도 해 가면서




'서 있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지만 움직이면 길이된다'는 말처럼

계곡과 사면 사이로 움직여 그렇게 올라갈 때,




저 높은 곳 부터 내리꽂히는 거대한 물줄기.




오송폭포의 장관이었다.




그림으로 이 크기를 표현하지 못함이 아쉬울 정도이니

여기서 만큼은 단풍생각 1도 없었다.




그리고 그 맞은 편의 미륵장군봉 가는 능선길.

저 곳에 올라서 이 곳을 보면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고 하니

이 때까지만 해도 저 위로 간다는 상상이 무척 즐거웠었다.




오송폭포가 계곡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되돌아 다시 계곡으로 진입.




다시 계곡치기를 부지런히 했다. 힘이 들고 지칠 때면 뒤돌아서서 힘을 충전하곤 했는데

그 이유는 눈 앞으로 펼쳐진 가리봉산의 모습, 특히 오르지 못한 주걱봉의 모습이 힘을 줬기 때문이었다.





다시 힘을 얻어 나무줄기를 헤쳐나가고




고목에도 의지해서 오르기에 집중을 한 후에




잠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야호~~ 어느 새 곱디 고운 단풍이 수줍게 홀로 서 있었다.




그 수줍어 하는 소녀의 볼과도 같은 그러한 색상.




한그루가 있으니 두그루 세그루 없으란 법 없지.. 멋진 단풍을 상상하니 계곡 오르기가 그렇게 힘겨웁지 않다.




아싸 멋진 단풍의 모습이 또 나오더니




다시 또 나왔다.

움~~ 여기 쯤이면 해발 천고지 정도?




이제 계곡과 이별

(그 시그니쳐일까? 마치 호떡과 같이 생긴 버섯과 돌을 머금은 나무가 몹시 인상적이다)




사면으로 들어서니 온통 붉다.

불타 오르네.. 화이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잠시.. 단풍감상.






벌써 12시 30분.

점심을 하고 다시 서북주능선으로 오르는 길에서도 단풍놀이.





오후 1시가 넘은 시간. 드디어 서북능선 안산가는 길과 만났다.




대한민국봉을 오를까 하다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 아래 가리봉능선이 멋지게 조망되고




서북능선 귀때기청봉과 그 아래 쪽으로 한계령길이 시원히 보이는 곳에서

한참을 즐겁게 바라봤다. 유유자적이 생각났는데 뜬금없이 안빈낙도는 왜 떠오르는걸까?




지금 껏 올라온 골짜기를 살펴보고 내려갈 길을 살펴본다.

골짜기 왼편으로 보이는 흰 바위절벽이 보이는 두 봉우리 위쪽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제대로 난 길이 아니니 내려서는 시간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온 길을 부지런히 되돌아아 내려서고




올라온 길과 헤어져 마침내 미륵장군봉 가는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지는 대승골로 내려서는 옛길이라서 그나마 발자욱이라도 주울 수 있었는데

그 마저도 헤어지고




발자욱 조차 없는 길이 아닌듯한 길? 아니면 길인듯 길이 아닌 .. 그러한 곳을

절벽처럼 내려서기도 하고




몇 백년 전에 쓰러졌을 것 같은 나무등걸도 넘고 했지만 길이 없다.




그래도 이 분들은 걱정이 없다. 말 그대로 '움직이면 길이 된다'를 실천 하시는 분들이니까.




다시 미끄러지고 넘고 왠만한 관목은 없는 취급을 하면서 (넘어지고 떨어지기도 하고 ㅠㅠ)




그래도 누군가 한 번은 갔었던 이 능선길을 찾아냈다. 오송폭포가 지금처럼 멋들어지게 보이는 장소.

그 누군가의 사진이 곧 길 표시이니까

이제서야 나오는 안도의 한숨. 휴~~~~




그러니 한결 여유로울 수 있어서 지나온 능선을 손으로 그리기도 하고




낭떨어지에 걸쳐진 천연 나무다리도 웃으면서 건널 수 있었건만




벌써 3시 50분.미륵장군봉을 찾아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은 1016봉에 올랐다가 다시 되내려와서 대승골방향으로 탈출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처음엔 급격한 내리막길이었지만




마치 길이라도 있는 것만 같은 평안한 숲길을 걷듯 내려와서




대승골과 합류했고 그 골을 건너서 마침내 오후 5시 정규등로와 만날 수 있었다.




정규등로를 따라서 잠시 내려서니 대승폭포.

아마도 예정대로 왔다면 미륵장군봉을 거쳐 저 대승폭포 뒷산 어딘가를 걸어서 이곳으로 왔을 테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운명론자가 되려는지 이 또한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5시 30분 쯤? 설악산장수분소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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