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양산 천성산 __ 하기비스가 억새꽃들을 가져갔습니다. 본문

등산

양산 천성산 __ 하기비스가 억새꽃들을 가져갔습니다.

mangsan_TM 2019. 10. 13. 19:03





2019년 10월 12일(토). 경남 양산에 있는 천성산에 다녀왔다.

하기비스가 일본 본토를 급습하는 중이어서 하늘이 다양한 자신의 색깔을 보여준 날이다.

이날은 모처럼 산악회 ㅇㅌ의 안내를 받아서

홍룡사주차장 -- 홍룡사 -- 화엄늪 -- 천성산(원효봉) -- 은수고개 -- 천성산제2봉(비로봉) -- 내원사 -- 내원사주차장

으로 하는 산행길로 약 13 km 정도의 거리를 4시간 30분 동안 걸었다.


천성산등산지도





역시 멀긴 먼 곳이다. 죽전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탑승하고 무려 4시간 넘게 달려서 도착한 이곳 홍룡사 주차장.

ㅋㅋ 예전엔 하루 종일 걸려야 올 수 있는 곳이라던데.. 뭐, 문명의 이기에 순응한지 오래되었으니..

햇빛 차단제도 대충 얼굴에 문지르고, 뭔 모양이지? 술통인가? 암튼 그런 모양의 화장실도 다녀오고

그래도 오전인 11시 52분 출발을 한다.




화장실 맞은편 이정표에는 원효암을 거쳐서 천성산으로 오르는 표시가 있지만

홍룡폭포를 봐야하니까..  홍룡사를 향해 고고씽 ==33




홍룡사에 도착하니 세찬 물소리를 내는 폭포가 있어서 오호! 이것이 그 유명한 홍룡폭포구만!!

아니라고요? 저 위쪽에 걸쳐진 다리 위에 가야 보인다구요?




그 가파른 오름이 싫어 많은 분들이 지나치실길래, 슬쩍 묻어갈까 하다가 후다닥 올라섰더니..

왓~~ 꽤 볼만한걸? 홍룡폭포라~~  무지개와 용. 그들의 전설이 서린 곳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올랐던 길을 되내려와서 대울전 앞을 지나려는데..

와우~~ 이 대나무는 그냥 보기만 해도 가슴이 시원해 지는걸?




그리고 이 글씨는? 혹시~~ 약사전?(어휴~~ 궁금해라. 누가 좀 알려 주셔요)

암튼 그 전각 위로 보이는 하늘색이 넘나 좋다.  




절 앞마당을 가로질러 산으로 들어섰다.




오호~~ 시원히 뚫린 대로에 나무들도 적당히 크고.. 얼마간 히히낙락.




그게 그 미소 대신에 입을 반쯤 벌린 바보스러움이 차지했다.

가슴 속엔 이미 격하게 들이쉰 숨방울로 그득 채워져있었기 때문이다. 오르고




또 오르고, 또또 오르그 또또또..

젠장 쉼표 없이 어떻게 노랠 부르라는겨...




헉헉 대면서 오르기를 한참. 길 옆으로 마치 수문장 같은 바위가 떡하고 나타난다.

훔~~ 이런 바위가 나왔다는 것은? 다른 많은 산과 같이 곧 정상이 다가온다는 시그널?




역시 맞았다. 그 바위가 수문장 바위였나 보다. 그 바위를 지나 약간의 평지 숲을 벗어나니

파란 하늘과 춤추듯 일렁이는 억새가 눈 앞으로 확 들어선다.




야호~~ 화엄늪이다. 현재시간 13시 06분. 꼬박 한시간 10분 정도 오른 것 같다.




그런데, 햇빛을 밭아서 은빛으로 일렁여야 할 억새들의 춤이 보이지 않는다.

에효~~ 세찬 하기비스의 입김으로 억새들의 흰 꽃들이 대부분 날려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일본을 급습하는 하기비스를 원망할 수는 없고.. 그래도 광활히 펼쳐진 화엄늪과 천성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그런데, 하기비스. 세긴 센 모양이다. 그 하기비스가 이정목의 표시판을 돌려놓아서




길인지 아닌지 하는 곳을 과감히 돌파를 한 결과

엉뚱한 방향으로 천성산을 오르게 했다. 그렇지만 열씨미 응원합니다. 하기비스여 本州를 완박 하시옵소서.





13시 36분. 천성산 제1봉인 원효봉에 도착했다.




대단한 하기비스가 이 봉우리를 오르는데 등을 밀어줘서 수월히 오를 수 있었지만

모자를 잡지 않으면 벗겨질 정도라서 두 손을 유용히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정상에서 만난 대한민국 평화기원탑을 지나서




일출맞이동산을 향해 바지런히 걸었다.




은빛 일렁이는 억새들이 아니어서 약간은 섭하지만




나름 산 위에 펼쳐진 너른 풍광이 해방감을 주어 그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원효암 갈림길을 지나서




해맞이데크도 지났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지나온 천성봉을 바라봤다.

이 세찬 바람에도 많은 분들이 정상석을 옆에 두고 분명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서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화엄늪. 엤날 원효대사께서 일천명이나 되는 승려들께 화엄경을 설파하셨다는 전설이 있듯이

산 등성이에 펼쳐진 광활한 모습이 이 산의 압권인데, 한껏 초를 치듯이 눈에 확 뜨이는 색의 철망길이 둘러져 있어

실망감이 들었는데,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은 지뢰가 있다니 이해할 밖에..




하기비스는 여전한데.. 본주 공습의 결과는 어찌 나올까?




멀리 천성산제2봉(비로봉)이 보인다.

이 산과 비로봉이 있는 산줄기가 접솝하는 이 아랫부분이 은수고개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내림길을 걷는데, 그 가파른 내림길이

왠만한 산 하나를 올랐다가 하산하는 듯한 기세다.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야 될텐데...




은근히 걱정하면서 내리다 보니 어느새 안부.

지저분해 보여도 억새는 역시 흰꽃이 달려 있어야 멋스럽군.




조금 걸으니 예상한 대로 은수고개였다. 오후 2시 6분.

오늘 산행의 인솔자께서 시간을 하도 겁박하는 바람에 여지껏 점심을 못했는데..




약간의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배낭에 담아온 라면과 컵을 꺼내고

뜨거운 물을 사발면과 컵에 붓는다. 면이 익을 동안 컵에 더치를 알맞은 농도로 붓고 한껏 여유를 즐긴다.




아무래도 면이다 보니, 점심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하기비스 때문에 몸에 열기가 가시면 곧바로 한기가 찾아와서 한 10여 분 점심을 하고는 2봉으로 향했다.

2봉으로 가는 길은




사면을 오르는 길이 아니고 계속 옆으로 가는 평이한 길이라서




한 20여 분 걸으니 제2봉과 만날 수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맑은 하늘과 파란 하늘이었는데..




지나온 길을 바라볼 때에는

제1봉엔 햇빛도 있건만 구름도 그렇고 하늘색도 역시 어둡다.




사실은, 여기서 청성산 공룡능선을 타고 가거니 중앙능선으로 가고 싶었는데.

인솔자께서 극구 말리셨다. 버스 탑승시간 오후 5시20분 까지 절대 내려올 수 없다고 하니 아쉬움을 둘 밖에

저 아래가 내원사일테고, 그렇다면 요 옆 능선이 중앙능선? 그 옆쪽이 공룡일까?




아쉬움 그득 담아서 살풋 째려 보고는




내원사로 갈 준비 완료!




엇? 그런데 옆에 왠 정상 표지판?

나중에 안 결과로는 이곳이 원래 천성산이었고 제1봉은 원효산으로 불리웠다는군.

약간은 씁쓸한 맛이 들기도 하고...




내원사로 가는 길은.. 기선제압용일까>

급한 벼랑길로 시작해서




자잘한 돌들로 뒤덮힌 급경사길이다. 발 잘못 디디거나 돌맹이 하나 잘못 디디게 되면

발목이 삐끗하거나 넘어질 각이다. 오를때 못지 않게 땀을 쏟지만




그 기세를 적당한 곳에서 꺾고 이번엔 수채화 그림 속을 노닐게 한다.




그렇다고 산행의 적당한 긴장을 주려는지 또다시 잔돌길. 그러다가




가을을 채색하는 나무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어째든..




가을 나무들과 잎들은 고요히 감상해야할 일.








가을 숲의 향연이 끝나자 마자 길은 고도를 급격히 낮추었다.

그 진행에 맞추라는 듯, 대단한 데크계단이 나오고




그 데크계단에 못지 않은 줄을 옆에 두른 너럭돌길도 내리는 기세를 늦추지 않는다.

정말, 내려오면서 이렇게 오를 때 못지 않은 땀을 쏟는 것으론 지난 지리산, 설악산 산행 못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끝은 반드시 오는 것이니까..

그래도 계곡과 만난 시간이 15시 20분이니까, 40분 정도를 스릴있게 내려왔나 보다.




다른 계곡들과 마찬가지로 이 계곡도 옆에 길을 두고 여유있게 동행을 했다.

저 앞에 가시는 분은 일흔을 넘긴 연세와 혈액암을 극복한 몸으로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산행중이시다.

응원합니다.




오후 3시 40분 쯤에 내원사에 도착을 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 아름다운 건축물을

왜 젊었을 적엔 우리의 이 아름다운 건축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살펴보곤

우리 것을 만드는 모든 분께는 세금을 더 낸다 하더라도 반드시 보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지를 세운다.




이제붙터는 포장길 2.4 km 구간이다.

사실, 이 포장길 걷기가 싫어서 공룡능선이니 중앙능선으로 내려오려 했었지만

길 난간의 지지대가 처음 보는 돌로 이루어진 사실과




내원사계곡의 수려한 모습. 그래서




옛 선인들은 분명히 이곳에 자리를 펴고 시를 즐겼을 것이란 확신도 세우고,

게다가 바위에 패인 글을 발견하고는 그 확신이 사실인양 의기양양 우쭐거리고




물가 적당한 곳에 자리한 텐트를 보고 비박의 꿈을 읊어대다보니




이 포장길도 나쁘지 않았다. 아니 걷는 맛이 난다.

중앙능선길로 왔다면 이곳으로 내려왔겠지만 그다지 큰 감응이 생기지 않았다.




오후 4시 20분. 오늘의 산행에 마침표를 둘 내원사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내원사 일주문을 나와서 그 옆에 흐르는 맑은 물에 잠시 손을 담갔다.



약속된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을 먼저 이곳에 와 있지만

공룡능선이니 중앙능선이 아쉽지 않았다. 오늘 내려온 길이 걸을 만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