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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내장산국립공원 __ 아~~ 내 왼무릎 본문
2019년 11월 9일(토).
지난 주 강천산에 이어 이번 주 역시 단풍의 명소인 내장산을 산악회 ㄷㅇㅁㅇ의 계획에 편승하여 다녀왔다.
코스는 내장저수지에 외곽에 있는 서래탐방소를 들머리로
서래봉 -- 불출봉 -- 망해봉 -- 연지봉 -- 까치봉 -- 신선봉(내장산) -- 연자봉 -- 내장사를 날머리로 했다.
<내장산등산지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많은 여행객으로 교통체증이 심했다.
그래도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은 정도인 11시 30분 경에 이곳 서래탐방소에 도착했으니 감사할 밖에.
오늘의 리더께서 버스 출발 시간을 오후 6시로 정하면서
평소라면 내장산 한바퀴를 도는 시간으로 충분하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역시 많은 시간이 허비됨을 강조 하신다.
11시 32분. 서래탐방소를 지나 평탄한 숲길로 들어섰으나
얼마 가지 않아서 가파르게 치솟는 나무계단길이 나오더니
쉼없이 오르기만 강조한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니 강제로라도 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뒤돌아 여유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오늘 따라 왼 무릎이 계속 시큰거리더니 급기야는 제대로 힘을 줄 수가 없다.
길은 다시 오름질을 하건만..
아픈 무릎을 살살 달래면서 간신히 서래봉과 불출봉이 갈리는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무릎 통증은 여전하지만 서래봉을 다녀오고픈 욕심이 커서 우선
서래봉으로 향했다. 오우~~ 이것은? 계단길이라기 보다는 지붕에 걸쳐진 사다리?
애써 애써 올라섰다, 그런데 눈 앞의 서래봉을 가려면 또다시 내려섰다가 올라야 하니.. 왼무릎을 아껴야 하는데..
과감하게 돌아섰다. 서래봉 보다는 아무래도 신선봉이 매력적이니까.
아찔한 철계단을 도로 내려와 불출봉 갈림길로 되돌아가서는
또다시 오름질을 하고 나서야
드디어 주능선길에 올라설 수 있었다.
지금 시간이 오후 12시 26분. 산행시작 50분이 채 안걸린 시간이다.
주능선길은 이 지역 여느 산길과 다름이 없다.
단지 시야가 열리는 곳 왼쪽으로 신선봉줄기가 꾸준히 따라온다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까?
장군봉 연자봉 신선봉 까치봉 연지봉(왼쪽부터)
그리고 적당한 암릉과 멋진 조망터가 곳곳에 있다는 것.
바위 표면이 고르지 못해서 힘이든다.
어느 산이든 바윗길 치고 표면이 고를리 없건만 무릎이 아프고 나니 그런 길이 걷기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된다.
언듯 불출봉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런 실망감을 가려줄 요량인지
대신 이곳에서는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지금에서 그림을 보니 내장저수지 오른편이 캠핑장이고 그 옆으로가 5주차장이다.
말 그대로 5주차장이건만 차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오늘의 인파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이곳 저곳에 번져있는 것을 보니 저곳이 분명 불출봉 분명하다.
모처럼 여유롭게 뒤돌아서니 와우~~ 장관이로세.
저멀리 산너울은 물론이고 서래봉과 지나온 길 모두가 멋진 모습이다. 이 모습에 힘을 받고
단숨에 불출봉에 올라섰다. 12시 51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불출봉 위에서 잠간의 여유를 즐기고 계시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서 원적암으로 내려가거나 서래봉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망해봉 가는 길 위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망해봉까지 1.4km. 능선길 역시 지금과 같지만
길 위의 등산객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확연히 드물었다.
멀리에서 보면 숲길만 같았는데.. 가파른 바위에 좁은 철계단.
무릎 통증은 여전하다. ㅠㅠ
예전엔 조금 아픈 느낌이 오다가 가셨었는데.. 이러다가 산에 다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사진을 찍는 사람의 모습까지 선명하고 쉬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분명히 보인다.
저 위가 분명 망해봉이 틀림없다.
오후 1시 30분. 망해봉에 올라섰다.
맑은 날씨에서는 서해바다까지 보인대서 망해봉이라 불리운다던데
바다는 아니지만 지금껏 지나온 능선, 서래봉과 불출봉 능선이 장쾌하게 보여진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김밥 한 줄로 요기를 했더니 아직 배고픈 줄 모르겠다.
가까이 부터 이어가는 연지봉, 까치봉 그리고 신선봉 능선을 잠시 바라본 후에 여지봉으로 출발.
오호라 엣적 언젠가는 이 부근에 연이 있는 못이 있었나 보구나. 그러니 샘물이 발원했겠지..
연지봉과 까치봉은 무난한 나무숲길로 이어졌고, 조망 또한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여
금방 까치봉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망해봉에서부터 두 봉우리가 모두 가까이 있어서 지금 시간이 고작 2시 4분.
하지만, 햇볕 좋은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를 펴고 앉아서
컵에 뜨거운 물을 받아 더치커피로 농도를 맞춘다. 아무래도 통증을 달래야 할 것 같아서이다.
에어파스를 배낭에서 꺼내어 내 왼무릎에 사정없이 뿌려댄 후
가까이 보이는 신선봉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하고
커피 한모금 맛나게 마셨더니, 그제서야 앞이 선명히 보여진다.
어라? 저 뒷쪽이 백암산 상왕봉일텐데?
그렇다면 저곳부터 예까지 이어진 능선길이 내장산과 백암산을 잇는 능선이겠네?
한결 좋아졌다. 에어파스 효과가 있나보다.
연지봉과 까치봉 사이에는 깊지는 않지만 작은 V계곡이 급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조심스레 내려섰다가
조심스레 올라선다.
그리고 얼마 가지않아서 백암산으로 가는 삼거리와 만나고
헬기장을 지나
드디어 신선봉과 마주한다.
저 아랫쪽의 대가저수지를 보니 20년도 더 된 옛생각이 마구난다. 내장사에서 신선봉 그리고 대가지, 백학봉 백양사로 내려섰던..
대가지부터 동행한 어느 아가씨와 즐거웠던 기억까지.. ㅎㅎ
신선봉으로 가는 길 옆 나무들은 벌써 잎을 다 떨구고 한겨울을 준비중이다.
그리고 막바지 오르막을 올라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신선봉에 올라섰다.
오후 3시.
숨을 헐떡이면 올라선 후, 어느 한분께 카메라를 들이밀었더니.. 좀 독특한 작품을 만드셨다.
그래도, 제 모습을 조금이라도 담아주셨으니 고마움 전합니다.
신선봉에서 연자봉 방향 하산길은 몹시 급하지만
길이 몹시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돌길이다 보니.. 무릎이..
연자봉과 내장사 갈림길.
원래대로면 내장사 방향으로 내려서야 하지만 시간은 충분한 것 같고.. 과감히 연자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삼거리에서 고작 0.7 km였지만 오르막에다가 지금까지 걸은 길이가 있어서
꽤 힘들게 연자봉에 올라섰다.
얼핏, 연지봉과 연자봉이 비슷하게 다가오지만, 연지봉의 연꽃과 달리 여기는 제비둥지와 관계된 봉우리이다.
3시 26분. 욕심 같아선 저 장군봉을 거쳐 내려가고 싶지만 무름과 시간이 되돌아서게 한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 한 10 m 에서 케이블카 방향으로 내려섰다.
멀리 아랫쪽으론 내장사의 모습도 보이지만
길이 급격히 고도를 낮추는 관계로 대부분이 가팔랐다.
그러다보니 일반인은 길로 내려설 염두를 갖지 못하여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긴 줄을 만들고 있었다.
내장사를 전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서
내장사 전경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저 아래 파란 지붕의 정자가 있는 연못, 우화정. 거기에서 찍은 사진들이 멋지던데 꼭 들려보아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었지만 결과는 그 윗쪽 노란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갔다.
전망대에서 내장사로 내리는 길은 흙까지 있는 비탈이라서 내려가기가 더 힘들었지만
젊음은 그 모든 것들을 쉽게 극복하니 정장 구두도 문제될게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주위의 단풍과 그 풍경을 고스란히 즐기면 그 뿐.
오후4시 2분. 내장사에 들어섰다. 사실상의 산행은 이로써 마쳤지만
대운전과 서래봉의 멋진 조화로움과
벌판에 단촐히 서 있는 배롱나무의 화려한 펼침. 그리고
아직도 절정을 맞지 못한 단풍나라 속으로 걸어들어가서
한 가족의 행복을 고스란히 묻히면서 20분 정도 더 걸어야 했다. 물론 보이는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내 왼무릎은 그러질 못했다. 좀 더 걸어가서 우화정의 모습과 그 사이 전개되는 단풍들도 보고 싶었지만
저 건물의 매표소에서 현금 100원과 맞바꾼 버스표로
사찰을 벗어나고,
한창 준비중인 단풍축제 사이를 걸어내려와
ㅈ2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무료셔틀버스정류장의 긴 줄에 나를 채운다.
유료는 차가 자주자주 와서 긴 줄을 순삭시키고, 무료 역시 여러 대의 자원봉사 차량으로 긴 줄을 순삭시켰다.
더욱이, 셔틀버스는 전용도로가 따로 있어서
건너편 일반도로의 꽉 막힌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쉽게 제5주차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유명한 내장사 단풍은 만족스러울 정도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장산 환종주로 만족스러운 날이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내 소중한 무릎에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줘야지 하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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