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경주 남산(금오봉) __ 신라 불교를 엿보다. 본문

등산

경주 남산(금오봉) __ 신라 불교를 엿보다.

mangsan_TM 2019. 11. 17. 15:45





2019년 11월 16일(토). 산악회 ㄷㅇㅁㅇ의 일정에 맞추어 경주 남산에 다녀왔다. 서남산주차장에서

삼릉 -- 상선암 -- 금오봉(남산) -- 이영재 -- 봉화대 -- 고위봉 -- 관음사 -- 용장마을주차장으로 내리는 길을 예정했으나..


<경주 남산 등산지도>




실제로는 서남산주차장에서

삼릉 -- 마애관음보살상 -- (삼불사능선) -- 바둑바위 -- 금오봉 -- 용장골갈림길 -- 용장사지 -- 용장리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한창 단풍철이라서 지지난주와 지난주 계속된 교통체증으로 목적한 시간보다 늘 늦게 도착을 했지만

이번엔 원활한 교통 덕분에..  어? 저 곳이 경주 남산인가 본데?(좌측 금오봉, 우측 고위봉인 남산줄기가 맞음)


예정한 시간 11시가 안되어 버스가 서남산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단히 산행준비를 마치고 주차장 맞은편에 있는 삼릉에 들어서고자 큰 도로를 건넌다.




길을 건너면서 만나는 독특한 표지석과 눈인사를 하고




큰길을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나 소나무 우거진 솔밭 안에서




삼릉과 만났다.

물론, 능의 규모와 아름다움이 눈길을 잡았지만 그를 둘러싼 소나무의 존재감 훨씬 더 무거워 보였다.





다시 정규 등로의 넓직하고도 편안한 길을 걸어 오르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만 같다.




안타깝게도 머리가 없어진 석조여래좌상과 대면하여 그 왼쪽으로




오름길로 올라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상까지 뵌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 오지랖을 어이할꼬? 되돌아가야 함이 당연하건만, 그 윗쪽길이 있을 것 같아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왼무릎에서 통증이 다시 온다.

지난 주 내장산에서 왔던 그들이, 평상시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그들이 이번엔

기습적으로 강도를 높여 다시 찾아왔다. 그러니 강제로라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이 산의 특징 중 하나는 나즈막한 산임에도 그 근육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런 암릉길을 포함 아픈 왼다리를 달래면서



어느 정도 올라서자 처음 계획했던 상선암길과 만날 수 있었다.

요 아래로 가야 그 모습이 아름답고 웅장하다는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대면할 수 있을텐데

내려갔다가 다시 오기에는 몸상태가 말이 아니고




다시금 오르고




왼무릎 달래고.. 그래서 결국엔 산등성이에 오를 수 있었다.




그 등성이 첫 번째 장소인 바둑바위.

그리운 마음을 담아 나 역시 카드를 보내고 싶건만, 신경은 죄다 내 왼무릎에 가 있었으니..




암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도 충분히 멋지게 자랄 수 있음을 웅변하는 소나무를 지나고




여러 친지들과 함께 이 시간 이 장소를 즐기면서 행복해 하는 그 기운도 묻히면서




말썽꾸러기 내 왼무릎을 달래줄 겸, 적당한 바위에 걸터 앉아 밑을 바라보니

어? 저곳이 상선암 같은데..?




와우~~ 이게 왠 횡재일까?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볼 수 있댄다.




아니나 다를까. 지나온 바둑바위 밑 쪽으로 마애석불좌상이 떡 하니 자리하고 계셨다.

정면에서 보면 그 감회는 어땠을까?  ㅎㅎ 또 욕심. 이렇게 볼 수 있는 것도 복이련만..




암튼, 그나마 볼 수 있었음에 감사를 하면서




남산 설화의 한가지인 상사바위를 지난다.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까 막았겠지만 주변이 온통 금줄이라서 자세히 보지 않고 통과 했다.




오늘은 내 왼무릎 덕분에 자주 쉴 수 있었다. 역시 그 덕분으로 되돌아 보는 시간도 많았고.

뒤돌아 보이는 풍경은 지나왔음에도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여준다. 혹, 나는 지나왔으니 모두 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잘 정비된 계단의 난간을 부여잡고





먼지 잔뜩 묻은 길 위를 조금은 절뚝이면서




12시 20분.

마침내 남산 금오봉 표지석과 교감을 할 수 있었다.




용장사지를 향해 가다가 임도를 만나





볕 잘드는 도로 한 켠에 의자를 펴고 천천히 점심을 한다.

비록, 빵 두 개와 커피 한 잔을, 내 왼무릎이 부디 진정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많은 시간을 가지고 먹었다.




그리고 임도를 조금 걸어내려와




이영재와 용장사로 갈리는 갈림길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선택을 해야 했다. 이영재로 가는 통일전주차장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용장사지로 가야할지..

사실, 결론은 이미 나 있었다. 임도 조금을 내려 오는 동안에도 내 왼무릎이 아우성이니 당연히 보다 짧은 거리인 용장사지로...




용장사지로 가는 길 역시 나쁘지 않다.




눈 앞 가까이로 고위봉도 보이고




길 주위엔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있어서




눈요기를 하면서 쉬엄 쉬엄 걸을 수 있었다. 고위봉으로 가지 못한 아쉬움은




이영재가 보이는 곳에 머물러 쉬면서




고위봉으로 오르는 능선을 눈으로 그리면서 조금씩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일부러 아쉬움을 달랠 필요는 없었을 것을..

이 삼층석탑과 만나면서 고위봉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용장사지 삼층석탑. 자연석을 기단으로 삼아 이 산봉우리 자체를 탑으로 삼은 국내 유일의 석탑.




뒤돌아 보면 고위봉이 보이건만 이 대단한 석탑에 견줄 수는 없는 것 같다.

분명히 그 시대에는 탑 기단은 형식상 반드시 만들어야 했을 텐데, 자연석을 기단으로 삼는 이 기발한 발상을 누가 했을까?




ㅋㅋ 이제는 병풍처럼 고위봉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애물단지 그 놈도 잘 구슬리면서 하산을 한다.




그리고 또, 보물을 발견했다. ㅋㅋ 보물찾기도 아니고..




어라? 그 앞 바위에도 뭔가 있는 걸?




탑인줄 알았는데.. 석조여래좌상.

아까 오를 때에도 그랬지만.. 왜? 석불의 머리 부분만 없어졌을까?

우매한 신앙의 결과였을까? 그게 아니면 역사의 부정적인 산물에서 나온 결과일까?






위에서 처음 봤을 때, 뭔가 유려하면서도 세련된 탑처럼 보였는데, 부처님이었구나





그러니 비록, 머리는 없어졌다 해도 이렇게 사람들의 신심을 끌어낼 수 있었구나..





그리고 바위에 부조된 부처님.





비교적 보존이 잘된 마애여래좌상이다.




암튼 이 석조불과 마애불은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곳곳에 유적이며 보물 같은 것이 있으니 좀 편편한 바위를 보면 혹, 누군가 계시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게 되고




길가의 자잘한 돌맹이에도





혹은 뭔가를 닮은 바위에도 꼭 살를 품고 있을 것만 같았다.




좀 더 내려서니 앞이 훤히 트이고 평평한 바위가 있어 마냥 앉아 있고픈 장소가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가 용장사가 있었던 곳이란다. 예사롭지 않은 마애불이나 석조불도 있고




조선 초기 설잠(김시습)스님이 금오신화도 집필한 곳이라 하니




분명히 큰 사찰이었을 텐데.. 지금은 유적지로 남아 있을 뿐이니 아쉽고도 무상하기만 하다.




가는 대가 나오고 곧




왕대가 나오는 것을 보니 마을과 점차로 가까워지는 것 같다.




돌확이 발견된 곳.





돌절구통의 옛 형태로 보아, 아주 오래 전에는 아마도 이 곳에 사람들이 거주했을 것 같다.




제법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계곡에 닿았다. 김시습을 길이는 금잠교를 지나




바위 마져도 사색적으로 보이는 계곡을 따라서




한 동안 데크길로 내려섰다가




그놈이 말썽만 부리지 않았다면 고위봉에서 이곳으로 왔을 삼거리를 지난다.

ㅋㅋ 이제는 고위봉에 대한 아쉬움 대신 이곳으로 내려왔음이 더 좋은 선택이란 생각이 듦.




그리고 사람들 말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을 보니




마을에 도달한 것 같았다.




오후 2시 30분.

용장마을에 도착을 헸다. 조금은 절룩이는 걸음을 본 마을 한 할머님께서 걱정을 해 주신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마을 주차장으로 향했다.

7 km도 안되는 짧은 거리를 3시간 30분 넘게 걸었으니.. 참 고생 깨나 한 산행이었다.

하지만.... 이 마져도 감사해야 하겠지... 아마도 이 무릎을 치료하지 않고는 내 좋아하는 산행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테니까.

당장 내일이라도 병원에 들려야 겠다.

슬프지만... 올 산행은 더 이상 무리일 것 같다. 어쩌면 내년에도 갈 수 없을까봐 걱정스럽기만 하다.





먹어 본 막걸리, 호박전, 파전 밑 두부김치는 정갈했고 맛났으며 주인 아주머니의 서비스 음식도 푸짐했다.

산에서 내려온 시간은 2시 30분.

버스 출발시간은 4시 30분. 무려 두 시간을 마을에서 앉아 있어야 해서 남산애산에 라는 음식점에 들렸다.

어느 산 밑 음식점과는 달리 폭리를 취하지 않은 일반 음식점의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해서 좋았다.

먹어 본 막걸리, 호박전, 파전 밑 두부김치는 정갈했고 맛났으며 주인 아주머니의 서비스 음식도 푸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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